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실패할 줄 아는 사람

강성열 2004-11-07 (일) 07:13 추천:587 조회:10079 211.xxx.128

사도행전은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는 말씀을 중심으로 초기 교회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그 전반부에서는 베드로의 사역에 대해서 주로 언급하며, 후반부에 가서는 바울 사도의 전도 여행을 중점적으로 취급한다. 그런데 전반부에서도 가장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2장에 나오는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이다. 이 사건은 당시에 오순절을 지키러 예루살렘에 올라온 다수의 유대인들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아침부터 술에 취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그 오해의 핵심이었다.

이것을 해명하기 위해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긴 설교를 한다. 그의 설교는 제자들의 방언 전도가 술취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령에 충만한 때문이라고 해명하는 한편으로, 그들이 십자가에 매달아 죽인 예수를 하나님께서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다고 증거한다. 베드로의 이 설교에 마음이 찔린 많은 유대인들은 “형제들아, 우리가 어찌할꼬?”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에 베드로는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음으로 죄사함을 얻으라고 외친다. 이 설교로 베드로는 3천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개의 세례를 베푼다.

베드로는 또한 성전 미문(美門; Beautiful Gate)에 있던 앉은뱅이를 고치는 기적을 행하기도 하며, 그의 두 번째 설교에서는 5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회개시키기도 한다. 베드로의 사역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놀란 가슴으로 하나님을 찬미하는가 하면, 앞다투어 베드로에게 회개의 세례를 받고자 한다.

베드로의 이러한 눈부신 활약상에 비추어 본다면, 초대 교회의 일곱 집사 중의 한 사람이었던 스데반의 죽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은혜와 권능이 충만하였고 큰 기사와 표적을 행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는 그를 시기하는 자들의 무고로 체포되어 공회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을 받는 중에 스데반은 사도행전에서는 가장 긴 설교(7장)를 하는데, 그는 이 설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이르기까지의 이스라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함과 아울러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죽인 그들의 죄악을 고발한다.

스데반의 설교를 들은 사람들은 베드로의 설교를 들을 때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찔림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정반대로 나타난다. 마음에 찔림을 받은 그들은 스데반을 향해서 이를 갈더니 돌로 쳐서 그를 죽이고 만다. 베드로와 거의 같은 내용의 설교를 했건만 뜻밖에도 스데반의 설교는 참으로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고야 만 것이다.

무엇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베드로는 명색이 예수의 수제자였고 3천명, 5천명씩을 한꺼번에 회개시키는 능력을 보인다. 그러나 스데반 역시 이에 못지않다. 비록 예수의 직계 제자는 아니지만 그도 베드로 못지않게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이요, 각종 기적을 행하는 능력의 사람이다. 그런데도 결과는 전혀 엉뚱하게 나타난다. 언뜻 보기에 베드로는 성공한 사람으로, 그리고 돌에 맞아 죽은 스데반은 실패한 사람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베드로의 경우를 보자. 그의 설교는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고, 박해를 받아 감옥에 갇혀 있을 때에 조차 그는 하나님의 능력을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두려워하게 만든다. 그러나 능력과 성령이 충만했던 스데반은 주위 사람들의 시기의 대상이었으며, 단 한 번의 설교에 그만 돌에 맞아 죽고 만다. 독자들은 스데반의 설교를 읽으면서 그의 설교가 베드로의 설교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큰 감동과 감화를 주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뜻밖에도 죄를 깨우치고자 했던 한 번의 설교로 인해 그는 그만 죽음의 길로 들어서고 만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베드로가 예수의 직계 제자요 사도였던 반면에, 스데반은 일개 집사에 지나지 않았던 까닭에 생겨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하나님은 절대로 직분의 차이를 가지고서 사람을 차별하는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자 사이에 있는 차이는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스데반이 과연 실패한 사람이냐는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스데반은 돌에 맞아 죽을 때, “왜 나는 베드로처럼 안 되나?”하고 불평하지 않는다. “나도 베드로처럼 열심히 설교했는데....하나님께서 사람을 이렇게 차별하실 수도 있는가?”라고 원망하지도 않는다. 도리어 그는 성령으로 충만하여 하늘을 우러러 주목하면서, 하나님의 영광과 예수께서 하나님 우편에 서신 것을 본다. 또한 그는 “제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주여 이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라고 하나님께 기도한다.

이 얼마나 위대한 신앙의 사람인가? 그는 누가 보아도 실패자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보기에 실패자였던 그는 위를 바라보는 신앙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스데반의 죽음이 가져온 결과이다. 8장 1절 이하를 보면 스데반의 죽음은 예루살렘에 안주해 오던 사도들에게 일대 경종을 불러 일으킨다. 대박해가 시작된 것이다. 그 결과 사도들 외에는 다 ‘유대와 사마리아 모든 땅으로’ 흩어지고, 그 흩어진 자들이 두루 다니며 복음의 말씀을 전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베드로의 설교가 불신자들에게 역사하는 것이었다면, 스데반의 설교와 죽음은 참으로 신자들에게 역사하는 성격의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의 죽음은 복음을 예루살렘 밖으로 확산시키는 대변혁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여기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스데반의 성공이 있다. 그의 죽음은 한 알의 썩은 밀알이 되어 많은 열매를 맺은 것이다.

우리는 이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당장 눈에 띄는 성공이 성공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진정한 성공은 실패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스데반의 죽음은 가르쳐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점은 베드로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왜냐하면 베드로는 이미 예수의 제자로 있을 때에 중요한 실수를 많이 저지른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실패의 사람이었다. 예수의 십자가 사역을 막으려고 했었고 세 번씩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베드로는 이러한 실패들을 밑거름으로 하여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성령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에 힘입어서 말이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스데반의 실패를 배우도록 하자. 그의 실패는 하나님의 보다 크신 섭리를 이루기 위한 대성공의 전주곡이었다. 스데반처럼 우리도 쓰러질 줄 아는 사람, 실패할 줄 아는 사람, 주님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우리가 쓰러질 때 주님은 우리를 보시기 위해 벌떡 일어서신다. 스데반을 보시기 위해 일어서신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실패할 때 주님은 우리를 일으키기 위해 일어서신다. 우리의 실패가 곧 주님의 성공일 수도 있음을 늘 잊지 말자.

김창하 2004-11-12 23:09	저는 요즘 성공과 실패의 개념에 대하여 깊이 생각 중입니다. 과연 성공은 무엇이며 실패란 또한 무엇인가요? 나아가 진정한 의미에서 성공은 무엇이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실패란 무엇인가요? 우리는 흔히 종이 한장 차이라는 말을 곧잘 쓰곤하는데 성공과 실패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면 그런 차이가 아닐까요? 그리고 성공과 실패의 기준과 판단은 결국 인간의 몫이 아니라 하나님과 역사의 몫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님 늘 평안하십시오. 못난 제자 올림!

강성열 2004-11-13 01:38	맞습니다, 맞고요~ 스데반은 사람 눈으로 보기에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하나님의 눈으로 본다면 성공한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눈으로 자신의 삶과 역사를 꿰뚫어볼 수만 있다면 누구든 맑은 양심으로 떳떳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늘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주님 눈으로 볼 때 성공하는 사람이 되시기를^^*

박인덕 2004-11-14 21:14	아멘! 교수님 글을 읽을 때 마다 힘이 솟아 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주님보시기에 성공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강성열 2004-11-14 21:34	박인덕 존도사님, 홧팅! 힘들어도 늘 승리하슈~ 주님 은혜와 능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