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황금을 버린 두 사람

강성열 2007-08-23 (목) 22:45 추천:701 조회:8730 125.xxx.20

<숲과나무 2007-1월호 바이블 칼럼>

1. 어느 마을에 아주 사이가 좋은 두 형제가 살고 있었다. 이 두 형제가 한번은 먼데로 같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 본래 이 여행은 동생의 일로 가게 된 것이었으나, 의가 좋은 형이 혼자 길을 떠나는 동생의 여행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기 위해 동행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여행을 가는 중에 동생이 뜻밖에도 주먹만한 금덩어리 하나를 줍게 되었다. 동생은 이 생각지도 못한 횡재에 기분이 좋아 어쩔 줄 몰랐다. 사정은 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동생보다 늦기는 했지만 형도 금덩어리를 주운 까닭이다. 그러나 형이 주운 금덩이는 동생이 주운 것에 비해 그 크기가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동생은 속으로 생각했다: “형님이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저 금덩이도 내 것이 되는 건데....혼자 가도 될 여행에 괜히 형님이 끼어드는 바람에 저 금덩이가 형님 손에 들어가 버렸구나....” 한편 형은 형대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 정말 아깝다. 내가 왜 좀 더 일찍 저 금덩이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형인 내가 동생보다 더 작은 것을 줍다니! 이제 동생이 나보다 더 잘 살게 되겠구나.”

두 형제가 이처럼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빠진 가운데 큰 강을 건너게 되었다. 그런데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중에 갑자기 동생이 배 안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자기가 주운 금덩이를 강물 속에 던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동생의 이러한 행동이 하도 이상하게 보여서 형은 동생에게 왜 그렇게 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동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형님, 이 금덩이를 주은 이후로 저는 참으로 나쁜 생각에 사로잡혔답니다. 형님이 제 여행에 따라 나서지 않았더라도 형님이 주운 금덩이도 제 것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속으로 얼마나 형님을 원망했는지 몰라요. 그러나 형님과 저 사이가 어떤 사이입니까? 아무래도 금덩이 때문에 저와 형님 사이가 틀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마음속으로 크게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금덩이를 강물 속에 던진 겁니다.”

동생의 이 말에 형도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아우야, 정말 미안하다. 실은 나도 금덩이 때문에 마음속으로 너를 미워했단다. 나는 네가 나보다 더 큰 금덩이를 주운 것에 얼마나 배가 아팠는지 몰라. 게다가 나는 내가 너보다 먼저 큰 금덩이를 줍지 못한 것을 정말 아쉬워했지.” 형은 이렇게 말하면서 동생과 마찬가지로 자기가 주운 금덩이를 강물 속에 던져버렸다.

2.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발견한다. 재물이 아무리 많다 한들 인간관계가 틀어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가 아무리 부자라도 사람들이 내가 가진 재물 때문에 나를 가까이 하지 못한다면 그것처럼 비참한 것도 없을 것이다. 인간 세상에서 남들에게 좋은 이웃이 되고 또 좋은 이웃을 만나는 것만큼 소중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요즈음 사람들은 이처럼 조건에 매이지 않는 깨끗한 인간관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인가에 덮여 있는 것 같은 위장된 관계가 사회 전반에 얼키고 설켜 있다. 깨끗하지도, 맑지도 않다. 때가 낀 것 같고 진실하지도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무선유죄 유선무죄”라는 기가 막힌 말들이 사람들 사이에 버젓하게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당하지 않는 방법으로 맺어진 관계가 정당한 것으로 여겨지는 불행한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내가 아무리 세상적으로 성공한다고 해도 하나님과 나 사이에 올바른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처럼 불행한 것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 속한 것들이 하나님과 나 사이의 관계를 맑게 해주기는커녕 더 어지럽히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세상에 있는 어떤 것이 하나님과 나 사이의 관계를 가로막을 경우 과감하게 그것을 치워야 한다.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맑고 깨끗한 양심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보다 세상 것들에 더 미련을 갖다보니 하나님을 마음 놓고 섬기지를 못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하나님을 바로 믿고 사는 것이 ‘당장’ 나에게 세상적인 유익을 가져다주지 않는 까닭이다.

어디 그것뿐이랴. 하나님과 친해지는 것이 어떤 경우에는 내가 세상에서 가지고 있는 것들을 희생하기를 요구하는 때도 많다. 드러내 놓고 얘기해서 이런 때에는 하나님을 가까이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적당하게 세상과 타협하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도 어쩌지를 못하는 것이다. 세상이 줄기차게 우리에게 손짓하는데 누가 그것을 마다하겠는가.

삭개오의 경우를 보라. 그는 세리장(지금의 세무서장)으로서 불법한 방법으로 엄청나게 많은 재산을 긁어모았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다 그를 욕했다. 동족의 피를 빨아먹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했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는 그를 가까이 하고자 하는 좋은 이웃이 없었다. 이로 인하여 하나님과의 관계가 틀어진 것은 물론이다. 세상의 것들에 중독되어 있었으니 사람이나 하나님이 눈에 들어올 수 있었겠는가.

이처럼 불행했던 그의 삶에 행복이 찾아온 것은 그가 예수를 만난 후였다. 그는 예수의 설교를 듣고 난 후에 자신이 이제까지 모든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남에게 억지로 빼앗은 것은 네 배나 갚아 주었다. 삭개오는 이 슬기로운 방법으로 잃었던 이웃들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마비되었던 신앙 양심도 되찾을 수 있었다.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의 젊은 신앙인들은 어떠한가? 하나님과 이웃을 찾기 위해 세속적인 가치관을 바꿨던 삭개오의 용기를 본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형제간에 마땅히 있어야 할 깨끗하고 의로운 관계를 되찾기 위해 탐스러운 금덩이를 버렸던 두 형제의 용기를 본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하나님도 찾고 좋은 이웃도 찾는다면, 그것처럼 더 행복한 일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하나님의 친한 자녀가 되고 또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이웃이 될 수만 있다면 이것보다 더 바랄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귀 있는 자는 들을진저!

강성열 2007-08-23 22:51	이곳 신앙글방 103번 항목의 글을 <숲과나무> 칼럼으로 올렸습니다. 아마 <숲과나무> 칼럼 원고는 편집자의 손을 거쳐 이보다 조금 더 짧은 글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철 지난 글이지만 다시금 상기시키는 의미에서 올립니다. 칼럼 원고로 재생시킨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