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사람다운 사람

강성열 2003-12-05 (금) 00:00 추천:535 조회:8966 211.xxx.15

오늘날 우리 시대의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많이 가지고 많이 즐기느냐에 관심이 많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 유명한 에리히 프롬(Erich Fromm/ To Have or To Be)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우리 시대가 너무 소유 지향적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인간 존재에 대한 관심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소유 갈망으로 가득 차 있으니 소유가 적은 사람들은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는 우리 사회가 물질이나 권세 또는 명예를 얼마만큼 많이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하나님의 자녀들 역시 이러한 세상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이 교회 안에서조차 무시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주님께서는 세상 끝날이 가까울수록 사람들의 믿음과 사랑이 식어진다고 말씀하셨다(마 24:12; 눅 18:8; 계 2:4). 우리는 바로 그러한 종말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누가복음 12:15-21에 보면 탐욕으로 가득 찬 한 부자에 관한 예수님의 비유 말씀이 있다. 이 부자는 논밭에 수확량이 많아지자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곡식 쌓아둘 곳이 없으니 어찌할꼬? 내가 이렇게 하리라. 내 곡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 두리라. 또 내가 내 영혼에게 이르되 ‘내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리라.”

여러분이 보기에 이 부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그 점을 그의 말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자신에게 한 말을 깊이 들여다보면 ‘나’ 또는 ‘내’라는 대명사가 무려 여섯 번이나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그에게는 오로지 ‘나’와 ‘내’만 있을 뿐이지, 다른 사람은 관심의 대상이 전혀 아니다.

주기도문에 나오는 ‘우리’와는 너무도 대조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에게서 발견되는 삶의 태도는 ‘우리’ 개념을 중시하는 한국 사람의 언어 습관이나 사고방식과도 대조를 이룬다. 오늘날의 한국 사람들이 ‘우리’ 의식을 너무도 많이 상실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다시 그가 한 말로 돌아가 보자.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기가 수고하여 모아들인 것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잘 저장해 두어서 자신을 위해 잘 소비할 것이냐 하는 데에 있다. 그의 마음 속에는 남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 한 마디로 말해서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남들이야 어찌 되건 말건 내 것이나 잘 벌어 들여서 마음껏 쓰고 살자. 우리 식구나 잘 먹고 잘 살면 됐지, 남에게 신경 쓰고 살 여유가 어디 있나!” 이것이 바로 그 부자의 삶을 지배하는 생활 철학이었다.

사랑하는 여러분, 그러나 우리는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예수님께서 이 비유의 서두에서 무어라고 말씀하신지 아는가?: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인간의 생명(또는 존재)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니라.” 이것이 바로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예수님은 인간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밝히 말씀하신 것이다.

이것은 곧 ‘우리’ 의식이 배제된 삶의 태도, 남을 생각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는 삶의 철학이야말로 생명 없는 것임을 의미한다. 그러한 삶의 모습이야말로 탐욕의 결정체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주님이 원하시는 삶의 모습이 아니다. 주님은 우리가 다른 사람을 위해 섬기고 나누고 희생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원하신다. 한 마디로 말해서 사람다운 사람, 하나님께서 정말로 인정하시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사람이 그러한 기준에 적합한가? 누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가 사람다운 사람인 것은 결코 아니다. 그가 남들보다 더 많이 소비한다고 해서 그가 하나님 앞에서 옳다 인정함을 받는 것은 더욱 아니다. 진짜 사람다운 사람, 진짜로 하나님 앞에 옳다 인정함을 받는 사람은 주님의 사랑을 본받는 사람이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의 기본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버리고 희생하는 데에 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운명하시기 직전에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직접 보여주셨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이여 나의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나님은 죄 많은 우리 인간을 위해서 독생자를 우리에게 보내어 주셨다. 우리를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리신’ 것이다. 사랑은 바로 이러한 것이다. 나누어주고 버리고 희생하는 것이다. 갈라디아서 2:20에 하나님의 그러한 사랑이 잘 묘사되어 있다.

하나님 나라는 권세 있고 재산 많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 아니다. 대통령이나 장관, 차관, 재벌 기업가 등 세상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나님 나라에 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신이 어떤 지위에 있든지 간에 자기가 서있는 그 자리에서 주님의 사랑을 진실한 마음으로 실천하는 사람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의 실천이 곧 자신을 살리는 길이요, 더 나아가서는 나라와 민족을 살리는 길임을 마음 속 깊이 명심하도록 하자.

강성열 2004-03-25 09:33	이 글은 한시미션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숲과나무>의 2004년 4월호에 "나누는 삶의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모두에게 이런 정신, 이런 마음, 이런 실천이 있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