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브라함과 막벨라 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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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열  2009-06-22 (월) 21:03 추천:509 조회:8446 115.xxx.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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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큐티 09년 6월호 바이블 칼럼> 아브라함과 막벨라 굴 창세기 23장을 보면 아브라함이 아내 사라를 매장하기 위하여 헷 족속으로부터 막벨라 굴을 사들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헷 족속이 아브라함에게 막벨라 굴과 그 주변의 땅을 아무 대가없이 공짜로 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본문의 흐름이 그러한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본문을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뭔가 다른 것이 있다.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이를 위해 본문의 배경과 흐름을 차례대로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사라의 죽음이다. 90세가 되어서야 아들 이삭을 낳았던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는 사랑하는 아들의 결혼을 보지도 못하고서 12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1절). 그녀가 죽은 곳은 헷 족속이 살고 있던 헤브론, 곧 기럇-아르바였다. 아브라함은 아내를 생각하면서 슬퍼하며 애통하였다(2절). 애곡하는 기간이 끝나자 이제 죽은 아내의 시신을 매장해야 했는데 불행하게도 당시의 아브라함은 아내를 매장할 땅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가나안 땅을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에게 주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창 13:14-17; 15:18-21; 17:8)은 여전히 유효했지만 안타깝게도 아브라함은 여태껏 자기 아내를 매장할 만한 몇 평의 땅조차도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이것은 아브라함이 여전히 약속과 현실 사이에 커다란 간격을 느끼는 채로 살아가고 있었음을 잘 보여 준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예전에 떠나온 고향 땅(갈대아 우르나 하란)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나안 땅을 주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서 이미 오래 전에 고향을 등진 까닭이었다. 아브라함은 하는 수 없이 원주민인 헷 족속을 찾아가 그들의 동의를 얻어 아내의 시신을 매장할 땅을 구입해야만 했다. 이에 그는 재판이 행해지거나 공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던 성문(城門) 앞으로 나아가서 나그네로 떠돌이 생활을 하는 자신의 딱한 처지를 그들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들에게 죽은 아내를 묻을 수 있는 땅을 좀 샀으면 좋겠다고 요청한다(4절). 그러자 헷 족속은 아브라함을 일컬어 “하나님이 세우신 지도자”라고 칭하면서 그에게 가장 좋은 땅을 매장지로 주겠다고 제안한다(6절). 그들의 제안을 들은 아브라함은 소할의 아들 에브론의 밭머리에 있는 막벨라 굴을 매장지로 사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을 그들에게 전달하고, 에브론은 성문에 모인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그 굴과 그 주변의 밭까지도 아브라함에게 주겠다고 말한다(8-11절). 아브라함이 그 밭값을 주겠다고 하자 에브론은 그 값이 은 400세겔인데 어찌 그것을 가지고 거래하겠느냐는 투로 답변한다(13-15절). 에브론의 이 말은 마치 그 땅을 공짜로 주겠다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아브라함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한다는 거래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땅 값을 제대로 받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말이었다. 은 400세겔이라는 액수가 그 점을 뒷받침한다. 사실 이 금액은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었다. 그러나 당장 다른 대안(代案)이 없던 아브라함으로서는 바가지를 쓰더라도 막벨라 굴과 그 주변의 밭을 한꺼번에 매입할 수밖에 없었다. 정작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막벨라 굴뿐이었지만 에브론이 아브라함의 약점을 알고서 그 굴에 딸린 밭까지 사야만 거래를 하겠다고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하는 수 없이 헷 사람들이 듣는 데서 에브론이 요구한 은 400세겔을 달아 주었다. 이로써 아브라함은 처음으로 마므레 근처의 막벨라에 있는 밭과 그 안에 있는 굴 및 그 밭의 경계 안에 있는 모든 나무를 소유하기에 이르렀다. 그것도 모든 헷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성문 법정에서 공식적으로 그 땅의 소유권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그 땅은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나그네로 머물러 살면서 처음으로 사들인 땅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가나안 땅을 주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그 구체적인 성취를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땅에 아브라함이 죽은 아내 사라를 매장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자기 소유의 땅에 합법적으로 아내의 시신을 매장할 수 있었으니 땅 한 평 없이 살던 아브라함에게 그것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겠는가! 더욱이 아브라함이나 사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받은 제1세대가 아닌가! 이러한 그들이 여전히 나그네로서 남의 땅에 묻힌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사라는 법적인 소유권을 확보한 땅에 안장된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20절은 이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함으로써 사라의 매장에 관한 이야기를 끝맺고 있다: “이와 같이 그 밭과 거기에 속한 굴이 헷 족속으로부터 아브라함이 매장할 소유지로 확정되었더라.” 실제로 이 굴은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묻히는 무덤(가족묘)으로 자주 사용되었다. 아브라함이 죽은 다음에 그의 두 아들 이삭과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을 막벨라 굴에 장사하였으며(25:9), 이삭과 리브가, 레아(49:30-31) 등도 차례로 이 굴에 장사 지낸 바 되었다. 이집트에서 임종을 맞은 야곱은 요셉을 비롯한 12아들에게 자신의 시신을 반드시 조상들이 묻힌 막벨라 굴에 장사하라고 명하였고, 그의 아들들이 이 유언을 그대로 지킴으로써 마지막으로 야곱 역시 조상들과 함께 그 굴에 묻히게 되었다(49:29; 5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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