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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로(2004-2-7): 기브온 산당과 홍해 사진      
강성열     2004-02-26 (목) 00:00    추천:686     조회:11010     211.xxx.183
오늘은 이번 성지순례 여정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6일)을 머문 이스라엘을 떠나는 날이다. 사해 부근으로부터 시작해서, 요단 계곡 지역, 갈릴리 호수 주변 지역, 중앙 산악 지대, 지중해 해안 지역, 예루살렘 등을 차례로 탐방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배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그 동안의 일정을 되새김질하면서, 오늘 방문하게 될 기브온 산당과 벧세메스 유적지 및 엘랏 등지에 관한 기초 자료를 나름대로 대충 마음 속으로 정리하였다.

첫 방문지는 기브온이었다. 기브온은 예루살렘 북서쪽에 있던 도시의 이름이다.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착 초기에 이 도시의 거주민인 히위 족속(수 9:7)은 속임수를 써서 이스라엘과 화친조약을 맺음으로써 다른 족속들처럼 멸망당하는 불행을 면하였다(수 9:3-15). 이에 아모리 다섯 왕이 연합군을 편성하여 기브온 족속에게 보복하고자 했지만, 여호수아는 화친조약에 근거하여 그들을 위기에서 구원한다(수 10장). 이 때 여호수아가 하나님께 기도함으로써 태양과 달을 잠시 멈추게 했다는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수 10:11-14).

또한 기브온은 솔로몬이 하나님께 일천 번제를 드렸던 산당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솔로몬이 이곳에서 일천 번제를 드리자, 하나님께서는 지혜와 부와 영광을 그에게 선물로 주신다(왕상 3:4-15). 우리가 찾아간 곳은 솔로몬의 일천 번제 장소인 기브온 산당 유적지였다. 기브온 산당 바로 위쪽에는 사무엘의 무덤이 안치되어 있다는 교회가 세워져 있었는데, 이 교회 옥상에 올라가니 기브온 산당의 옛 흔적들은 물론이고 기브온 성읍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얄론 골짜기도 멀리 눈에 보였다.

일천 번제의 현장을 찾으니, 모두들 솔로몬의 심정이 된 것일까? 마음 속으로 하나님의 지혜를 바라는 태도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그것만 선물로 받을 수 있다면 초창기의 솔로몬처럼 능력 있는 하나님의 일꾼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 선물을 다들 받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번 성지순례에 참여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호남신학대학교에 재학하는 엘리야의 모든 후예들에게 솔로몬의 지혜가 풍성하게 주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으로 기브온 산당 지역을 떠나, “태양의 집”으로 알려진 예루살렘 남서쪽의 벧세메스(Beth-Shemesh) 유적지를 향했다.

벧세메스는 엘리 제사장 때의 법궤 사건과 관련이 깊은 성읍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이스라엘 백성은 블레셋과의 싸움에서 패하자 법궤를 가져가지 않은 탓이라 생각하고서, 법궤를 전쟁터에 가지고 간다. 그러나 전쟁에 또 다시 패하면서 법궤를 빼앗기고 말았다(삼상 4:1-11). 그런데 엉뚱하게도 법궤를 빼앗은 블레셋 땅에서 계속해서 변고가 발생했다. 아스돗에서 다곤 신상이 깨뜨려지지 않나(삼상 5:1-4), 아스돗과 그 주변 거민들에게 독종 재앙이 임하지 않나(삼상 5:6), 가드에서도 사람들에게 독종 재앙이 임하지 않나(삼상 5:8-9)... 하나님의 손으로부터 임한 재앙을 견디지 못한 블레셋 족속은 법궤를 돌려보내기로 작정하고, 새끼가 딸린 어미 소 두 마리를 취하여 속건제물과 함께 법궤를 벧세메스로 보낸다. 얼결에 법궤를 넘겨받은 벧세메스 사람들은 법궤를 들여다보았다가 70명 정도가 죽게 되자 기럇여아림으로 법궤를 보내고 말았다(삼상 6장).

도로 곁에 있던 벧세메스 유적지를 둘러보니 법궤에 얽힌 사무엘상의 이야기가 절로 머리에 떠올랐다. 어린 새끼들을 두고서 벧세메스로 가던 어미 소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벧세메스 언덕에서 건너편 마을을 바라보니 삼손의 고향 소라와 그 앞의 소렉 골짜기가 멀리 눈에 보였다. 소렉 골짜기를 따라 왼쪽으로 한참 가면 들릴라의 고향 딤나가 나온다는데, 그곳까지 갈 수는 없겠지...

다시 차에 올라 엘랏을 향해 계속 내려가는 길에, 다윗이 물맷돌 다섯 개를 가지고서 골리앗과 단판 싸움을 벌였던 엘라 골짜기를 차창 밖으로 볼 수 있었다(삼상 17장; 21:9). 물맷돌을 주워왔을 법한 시냇가가 멀리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조금 더 내려가니 다윗이 사울 왕을 피하여 숨은 굴이 있다는 아둘람 지역(삼상 22:1-2)이, 그리고 한참 후에는 이스라엘과 블레셋 사이의 전투가 치열했던 셰펠라 지역이 차창 밖으로 보였다.

점심은 네게브(Negev) 사막 지대를 한참 지나던 중에, 각종 광물질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는 사막 한복판의 미츠페 라몬(Mitzpeh Ramon) 대분지 지역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미국의 그랜드 캐년(Grand Canyon) 만큼은 못해도 그에 못지않은 절경 앞에서 점심을 먹어서인지, 밥맛이 그만이었다.

점심 후에도 버스는 계속해서 사막 지대를 달렸다. 드디어 아카바만을 끼고 있는 홍해가 보였다. 홍해 건너편에는 황토색 민둥산(바위산)으로 가득 찬 사우디 아라비아가 선명하게 보였다. 아카바만이 이스라엘과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 아라비아 등 네 개 나라의 접경지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푸르디 푸른 홍해 물을 바라보면서, 바다 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 엘랏(Eilat) 수족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하여, 제각기 약간의 경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사막 지대만 계속 보다가 세계에서 가장 맑은 물을 자랑한다는 홍해 물과 수족관의 다양한 물고기들을 보노라니, 그간의 피곤이 싹 가시는 듯했다.

엘랏 수족관을 끝으로 이스라엘 순례가 마침내 마무리되었다. 이제 이집트 타바 국경을 넘어 이집트로 넘어가는 일만 남았다. 국경 지역 통과는 처음에 이스라엘 들어올 때보다는 한결 수월하게 끝났다. 국경 통과 후에 새로운 가이드(고정미 자매)의 안내를 받아 숙소가 있는 시내 광야까지 전용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다.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이동하는 동안에 우리는 고정미 가이드를 통하여 이집트에 관한 기초 정보를 얻어 들었다. 그 중 몇 가지만 정리해 두고자 한다.

아카바만의 홍해 물은 연안에 온갖 오염 물질을 쏟아내는 강이 없어서인지 너무도 맑고 깨끗하여, 우리가 엘랏 수족관에서 본 바와 같은 각종 열대어와 산호초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물고기가 많으면 당연히 고깃배가 몰리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그렇게 되면 홍해가 고기잡이배들로 몸살을 앓을 것이요, 그로 인하여 풍부한 수산 자원이 고갈될 위험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아카바만을 끼고 있는 네 나라는 낚시는 허용할 수 있어도 고깃배는 허용하지 않기로 상호 협정을 체결하였다고 한다. 현명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반(半) 사회주의 국가인 이집트는 아랍어를 사용하는 회교권 국가로서 남한의 11배 정도 되는 영토를 가지고 있다 한다. 그러나 국토의 95% 정도가 사막 지대이기 때문에, 실제로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은 전체 땅의 5%밖에 안 된다. 나일강 주변과 나일 삼각주가 그 5%에 해당하는 지역임은 물론이다. 그 좁은 지역에 7천만 명에 육박하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살고 있으니 실질적인 인구밀도는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우리가 가는 시내산 지역은 시내 반도 중하부에 위치한 곳이다. 물론 시내산이 속한 시내 반도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삼각형의 반도로서, 출애굽 여정의 성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독교 성지가 바로 시내산인 것이다. 국경 통과 후 얼마 안 되어서 해가 진 탓에, 우리가 이동하는 길은 완전히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중간에 이스라엘이 경유했던 바란 광야(민 10:12)를 지나고 있음에도 우리는 주변 경관을 도무지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바란 광야에 대해서 몇 가지는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광야는 거의 대부분이 해발 600-750m 정도의 석회암 바위산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크고 두려운 광야”(신 1:19)로 불려지는 곳이다. 아브라함의 집에서 쫓겨난 하갈과 이스마엘이 거주했던 곳도 바란 광야이다(창 21:21). 사울에게 쫓겨 다니던 시절의 다윗도 이곳 바란 광야에까지 내려온 적이 있었다(삼상 25:1).

바란 광야에 국한된 것은 아니겠지만,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황무지에서, 짐승의 부르짖는 광야에서 만나시고 호위하시며 보호하시며 자기 눈동자 같이 지키셨다고 고백하는 모세의 노래(신 32:10)는, 이스라엘의 광야 유랑 생활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우리가 밤늦게 도착한 시내 광야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광야는 참으로 인간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하는 곳이지만, 동시에 하나님을 만나 그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교육장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힘들고 고통스러운 광야를 너무도 편하게 지나간 것 같다. 조금은 하나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처럼 소중한 광야의 의미를 오늘의 삶 속에서 찾기 위해서라도 평소에 자주 나만의 광야를 자주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다지는 동안에 버스가 마침내 시내 광야에 도착하였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 땅을 탈출한 지 두 달이 지난 제3월에 르비임을 떠나 시내 광야에 도착했었다(민 19:1-2). 그리고 11개월 정도를 이곳에 머문 이스라엘 백성은 제2년째 되는 해의 2월 20일에 시내 광야를 떠나 바란 광야에 도착했었다(민 10:11-12).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 길을 거슬러 가고 있는 셈이다. 아카바만을 떠나 바란 광야를 거쳐 시내 광야에 도달한 것이다. 출애굽 경로를 우리처럼 거슬러 간다는 것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뻔히 아는 출애굽 여정 순례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을 법도 하지 않은가!
이름아이콘 강성열
2004-03-02 00:00
 그 때 참 고생 많이 했었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인데, 마다하지 않고 가이드 있는 곳에, 그리고 유물 있는 곳에 빠짐없이 쫓아다녔으니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정작 자기 얼굴은 별로 찍지도 못한 채로... 좋은 작품을 기대합니다. 촉촉 싸올!!
   
이름아이콘 이승현
2004-03-02 00:00
 샬롬~ 성지순례때 비디오 담당했던 이승현입니다. 귀국후 동계수련회다 교사 교육이다해서 절 기다리고 있는 교회 사역땜시 작업은 손도 못대고 이제야 시작합니다. 한 10여일 날밤새는 작업이 될듯싶습니다. 교수님 기행문이 제 작업에 큰 도움이 되겠네요. 인용해도 괜찮죠~교수님~ 감사히 쓰겠습니다. 오늘도 비디오 찍은거 가편집(대충 1차로 초벌편집?)하면서 영상보는데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아~ 또 가고 시포라~
   
이름아이콘 강성열
2004-02-28 00:00
 어제 글을 올리려 했는데, 서울의 한 호텔에서 결혼식 주례를 맡은 탓에 이틀 동안 분주했습니다. 호텔 컴으로 자료를 올리려고 디스켓도 가져갔으나, 애석하게도 한글 지원이 되지 않아 포기했지요... 제 홈피에 <갤러리>(사진방)를 만들기 위해 조만간(아마도 다음 주 중?) 공사 들어갈 건데, 갑자기 접속이 안 되거나 홈피가 저항하면(?) 고정미 이집트 가이드의 말마따나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이집트 사람들 식으로... '인샬라'(하나님의 뜻이라면, 아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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