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요르단에서 이스라엘로(2004-2-2): 얍복강 사진과 이스라엘 지도 첨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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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열 2004-02-21 (토) 00:00 추천:590 조회:12932 218.xxx.1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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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 암만의 한 호텔에서 2박을 한 후에,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요르단에서의 마지막 여정을 아침 일찍부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야곱이 형 에서를 만나기에 앞서 밤새도록 천사와 씨름했다는 얍복강이었다(창 32장). 얍복강을 향해 가면서 가이드의 설명을 통하여 요르단이 세계적인 물 부족 국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주일에 2-3일 급수하는 일이 예사라고 한다. 그 때문에 집집마다 커다란 물탱크를 가지고 있는데, 물탱크의 개수나 크기가 빈부의 차이를 결정하는 잣대가 된다고 하니, 깨끗한 물이 점차 고갈되어가는 우리나라도 수자원을 아끼고 보존하는 일에 전력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 암몬 족속의 국경 지역에 있던(민 21:24; 수 12:2) 얍복강은 요단 동편의 길르앗을 양분하는 강으로서(신 3:16), 암몬 족속의 랍바(Rabbah) 부근에서 발원하여 사해의 북쪽 24km 지경에서 요단강으로 흘러든다. 길이가 80km 정도에 이르는 이 강은 주로 경사가 급한 곳을 흐르는 까닭에 곳곳에서 심한 격류를 이룬다. 이처럼 급하게 흐르는 얍복강의 물줄기는 식구들과 함께 자기에게 딸린 모든 소유까지 다 건너보낸 다음에 혼자 남은 야곱의 심한 불안과 공포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찾아간 얍복강은 평소에 머릿속에 그려지던 강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비가 온 후여서 수량이 다소 늘어났을 뿐이지, 여름의 건기에는 실개천 정도로 바뀌고 만다고 한다. 더욱이 온갖 생활폐수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어, 오늘날의 얍복강은 거품과 악취를 품어대는 하급수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본 얍복강의 물은 결코 깨끗하다고 볼 수 없었다. 냄새도 났고 군데군데 폐수 거품이 보이기까지 했다. 물이 더러워서 함부로 손을 씻거나 얼굴을 씻을 수도 없었다. 한국 교회가 돈을 투자하여 야곱의 새로운 변화를 목격했던 얍복강을 청정수가 흐르는 깨끗한 강으로 바꿔주어야 하려나(?)... 아니면 어디 적당한 곳에 안내판이라도 세워주든가... 얍복강에 대한 약간의 실망감을 뒤로 하고서 다음 목적지인 제라쉬(Jerash)로 향했다. 제라쉬는 수도 암만으로부터 서북쪽으로 48km 정도 가면 나오는 유명한 문화 유적지이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10개 위성도시인 데가볼리(Decapolis, 마 4:25; 막 5:20; 7:31) 중의 하나로서, 주후 6세기경에는 15개 정도의 교회가 있을 정도로 기독교가 융성했으나, 8세기 초의 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되고 말았다. 1920년부터 발굴되기 시작한 제라쉬는 현재 데가볼리 중에서는 도시 전역이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된 유일한 유적지로 알려져 있다. 아니나 다를까, 소문에 못지않게 제라쉬의 유적지는 터키의 에베소만큼은 못하지만, 그에 버금갈 정도로 광범위하고 웅장했다. 주후 129년에 있었던 하드리안 황제의 방문을 기념하여 세운 하드리안 개선문을 통하여 유적지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1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경기장(히포드롬)의 일부가 발굴되어 있었으며, 남문(南門)을 통해 이어지는 3,456m 길이의 성벽을 따라 유적지 안으로 들어가자 90 x 80m 크기의 대광장과 제우스 신전이나 아르테미스 신전과 같은 여러 신전들, 신전 터 위에 세워진 교회들, 회교 사원, 2-3천 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두 개의 대극장(North Theatre and South Theatre), 800m 정도 거리의 멋진 열주(列柱) 거리(colonnaded street), 님패움(Nymphaeum)이라는 커다란 분수대 등등이 오랜 세월을 이겨내고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주거지로 사용되는 곳들이 많아서 아직 완전하게 발굴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데가볼리 중의 하나인 제라쉬 유적지의 위용은 로마 시대의 도시 문화가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았다. 터키에서부터 느낀 것이지만, 과연 로마가 대단한 나라였구나 하는 생각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과거의 굉장한 유적지들이 많이 있다고 해서 그것들이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아둘 필요도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와 미래를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것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제라쉬를 보고 나니 이제 요르단에서 중요한 것은 거의 다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것은 이스라엘 국경 지역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성서상의 주요 지역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야곱의 생애와 관련된 마하나임이었다. 마하나임이라는 이름은 야곱이 고향을 향해 가다가 하나님의 사자들(군대)을 만난 후 지어 부른 것이다(창 32:1-2). 마하나임은 본래 갓 지파의 땅인 길르앗에 속한 곳으로,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이 다윗에 맞서 왕국을 세운 곳이기도 했다(삼하 2:8-9). 마하나임은 또한 다윗이 나중에 압살롬의 반란을 피하여 도망할 때 잠시 머무르면서 원기를 회복한 곳이기도 했다(삼하 17:24-29). 그러나 운전기사와 현지 가이드가 찾아간 곳은 조금 이상한 곳이었다. 산지이기는 한데 전혀 마하나임의 흔적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곳이 과연 마하나임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 속편할 듯했다. 엘리야가 하나님의 명을 따라 한동안 머물렀던 그릿 시냇가(왕상 17:3-5)의 경우는 더했다. 운전기사나 현지 가이드조차 그릿 시냇가를 도무지 찾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지 않아서일 것이다. 한국의 성지순례 팀들이 자주 방문한다면 조그마한 표지판이라도 있을텐데 말이다. 한국의 팀들을 자주 안내하다 보면 목적지 가는 길이 금방 머리에 기억되지 않겠는가. 물론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설령 그릿 시냇가를 제대로 찾았다 해도 전혀 물이 흐르지 않는 그곳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욱이 그릿 시냇가의 어느 지점에서 엘리야가 까마귀들을 통해서 음식물을 공급받았는지 알 수도 없는 터에 말이다. 그렇지만 마하나임이나 그릿 시냇가의 경우에서 보듯이, 요르단 역시 터키나 시리아처럼 회교권 국가여서 기독교인들의 선교 유적지들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되는 것 같아 다소 기분이 우울하기는 했다. 조금만 신경 쓰면 광광 자원으로 잘 개발하여 국가 경제에도 크게 보탬이 되게 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우리나라라면 어땠을까? 그릿 시냇가를 찾지 못한 채로 국경 지대를 향해 계속 이동하였다. 도중에 엘리사의 고향으로 알려진 아벨 므홀라(왕상 19:16)와 요단강의 물이 멈춘 장소인 아담 읍(수 3:16)을 통과하였다. 국경선 직전 도시인 아담 읍을 지나자 요르단의 알렌비 국경이 눈에 보였다. 이곳을 통과하여 이스라엘의 여리고로 들어가는데, 우리가 굳이 이 길을 택한 것은 출애굽 공동체가 여호수아의 인도 하에 요단강을 건넌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들처럼 요단강 바닥을 걸으면서 국경을 건너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입국 절차는 정말 오랜 시간과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33명이 모두 통과하는 데 무려 3시간 넘게 걸린 탓이다. 다시는 이스라엘에 오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똑같은 신원 확인 절차를 4-5번에 걸쳐서 꼼꼼하게 되풀이하는 것을 직접 겪고 보니, 중동 지역의 준전시 상황이 피부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입국 수속이 늦어지는 바람에 오후에 예정되어 있던 쿰란 동굴 방문과 사해 수영은 하루 늦출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에 숙소가 있는 아라드로 가는 도중에, 사해 주변의 한 유원지에서 성지순례 이후 처음으로 한식 백반(주문 도시락)을 점심 식사로 먹었다. 너무 늦은 시각(오후 5시경)이어서인지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동안 음식 적응에 많은 어려움들을 겪고 있었는데, 모처럼만에 김치가 들어 있는 도시락을 먹으니 사람들의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저녁 식사 후에 쾌적한 실내 환경을 갖춘 버스를 타고서 아라드(Arad, 민 21:1; 33:40; 삿 1:16)에 있는 호텔로 이동하다 보니, 요르단 순례시에 있었던 한 가지 재미있는 사건이 머리에 떠올랐다. 이드 알 아드하 축제가 겹치면서 대부분의 괜찮은 관광버스들이 축제 손님을 태우는 데 차출되는 바람에, 불행하게도 우리에게 제공된 관광버스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오죽 했으면 고속도로 상에서 버스의 천정 뚜껑이 바람에 날아가 버렸겠는가! 정말 희한한 경험이었다. 나중에 운전기사가 노끈 같은 것으로 튼튼히 붙들어 매기는 했지만... 아무튼 오래도록 머리에 남을 흥미로운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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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열
2004-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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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된 이스라엘 지도을 보시거들랑, 확대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성지순례 지역들이 자세하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사해 남서쪽에 보시면 우리가 1박했던 아라드가 보일 것입니다. 샬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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