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솔바람 소리, 솔샘 어린이 도서관

강성열 2003-07-03 (목) 00:00 추천:529 조회:8509 211.xxx.125

* 우리 학교 동문 중에 여수 솔샘교회를 담임하면서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는 전도사님이 있습니다. 정병진 전도사님이지요. 정전도사님은 인터넷 신문 솔바람소리(홈페이지: http://www.churchshinmun.net/@solsam)를 꾸려가는 한편으로, 틈틈이 오마이뉴스(http://ohmynews.com)에 독서평설을 싣고 있기도 합니다. 그가 운영하는 솔바람소리에 들어가 보면 솔샘 어린이 도서관에 관한 소식을 읽을 수 있습니다. 좋은 교회, 좋은 도서관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가 1993년도에 <책방 가는 길>이라는 조그마한 월간지(1993년 10월호)에 실었던 글을 아래에 소개할까 합니다. 평소에 책 읽기를 즐겨하는 저로서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교회마다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제목: 교회 도서관을 만들자>

지난(1993년) 6월 중순경에 교육부에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내용의 공문을 우리 학교로 보낸 적이 있었다. 내용인즉 우리 학교 안에 건전한 교양 독서회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다. 추천하면 교육부에서 심사ㆍ선정하여 일정액의 국고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학교에서 학생처장 보직을 맡고 있던 필자는 평소에 책 읽기에 관심이 많은 동아리 하나를 선정하여 교육부에 추천하였다. 그러면서도 교육부가 우리 같이 지방에 있는 학교에 크게 신경을 쓰겠느냐 싶어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이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7월 중순에 우리 학교가 추천한 교양 독서회가 선정되었다는 공문이 내려왔다. 이 공문에는 146만원의 국고 보조금을 보내니 목적에 차질이 없도록 잘 사용하여 그 운영 결과를 12월 중순까지 보고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교육부의 이러한 독서회 운영 지원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올해가 문화부가 정한 ‘책의 해’라는 사실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아울러 독서회를 추천한 대학은 대부분이 국고 지원을 받게 되었으며, 우리 학교보다 훨씬 규모가 큰 대학은 더 많은 액수의 보조금을 받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교육부는 각 대학의 도서관에서 신청한 도서 구입비를 예년에 비해 훨씬 상향 조정하여 지급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고 보니 ‘책의 해’가 갖는 위력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서 ‘책의 해’와 관련된 각종 행사나 재정 지원은 이처럼 교회 밖에서만 활발할 뿐, 정작 가장 책을 많이 읽혀야 할 교회 안에서는 죽은 듯이 조용하다. 한 마디로 말해서 ‘책의 해’가 갖는 사회적인 의미가 교회에서는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대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이 아직까지 책 읽기에 관한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데에 있다. 사실 책 읽기는 훈련을 통해서 체질화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어 있지 않으니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점은 대다수의 교회들이 비록 작은 규모일지라도 도서관 시설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 이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기에 앞서 필자의 경험을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지금 호남신학대학교에 재직하면서 광주 방림교회에서 청년부를 지도하고 있다. 방림교회 청년부는 몇 가지 흥미로운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도서관 운영이다. 방림교회의 청년부에서 도서관을 운영하기로 결정을 본 것은 사실 작년 초였다. 청년부 예산의 일정액(3만원)을 도서비로 책정하여 매달 그 액수만큼의 책을 구입하여 비치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청년부 안에 도서부를 두고 도서관 운영에 관한 일체의 일을 맡겼다. 아울러 청년부는 청년회원들과 장년 교인들에게 청년부 도서부에 기증할 수 있는 책을 받아 책장에 비치하는 운동도 벌였다. 그 결과 청년부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은 올해 8월 말 현재 300권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하였다.

이와는 별도로 청년부는 몇 개월마다 한 번씩 독서 발표회를 갖기로 하였으며, 행사 때마다 주는 상품은 거의 예외 없이 도서 상품권으로 한정하였다. 또한 도서부에서 한 달 예산의 범위에서 도서를 구입하면 반드시 구입한 책들을 직접 회원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여 청년부 도서관에 어떠한 책들이 있는지를 알게 하고 있다. 아직은 규모가 작은데다가 책을 빌려간 사람들이 제 날짜에 잘 반환해주지를 않아서 많은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점차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어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상의 이야기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책을 가까지 하게 하는데 필요한 한 방법에 속한다. 그러니까 교회에서 해마다 도서 구입비를 정하여 그 액수만큼의 책을 구입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구입하는 책들을 서가에 비치하게 되면 조그마한 도서관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동부 어린이들이나 중고등부 학생들, 또는 청년들이나 장년 교인들에게 그 책들을 빌려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도서관 규모가 웬만큼 갖추어지게 되면 도서관을 개방하여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까지 도서 대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교회가 지역 사회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고 결국은 간접적으로나마 주의 복음을 전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아울러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좋은 습관일수록 어려서부터 몸에 들이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책 읽기 교육은 교회학교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동부나 중고등부 아이들에게 유익한 책을 소개도 해주고 선물 줄 일이나 상품 줄 일이 있으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으로 하면 된다. 또 때때로 책을 읽히고서 그 소감을 발표하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에 속할 것이다. 정 안 되면 교회학교 교사가 자기 돈을 들여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책 읽는 습관을 가지게 되면 장성하여서도 쉽게 책을 놓지 못할 것이다. 교회의 질적인 성장을 이러한 차원에서 꾀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