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8복 강해(7): 평화를 만드는 자 (마 5:9)

강성열 2003-06-17 (화) 00:00 추천:494 조회:8624 211.xxx.125

화평(peace)이라는 낱말은 히브리어 샬롬에서 가져온 것이다. 헬라어로는 에이레네이다. 샬롬은 구약성서에서 최고선의 상태를 가리킨다. 단순히 전쟁이 없는 평화 상태를 가리키지만은 않는다. 샬롬을 평화라고 번역하자면, 두 가지가 가능하다. 전쟁, 병, 기근, 재난 등이 없는 소극적인 평화가 그 하나이고, 온갖 부정적인 요소를 예방하고 제거하는 적극적 평화가 그 두 번째 요소이다. 화평케 하는 자(peace maker)는 후자를 가리킨다.

화평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화평이 그 하나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화평이 그 두 번째이다. 전자는 에베소서 2:13-19에 잘 묘사되어 있다. 이 본문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화평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을 통해서 구체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잘 알다시피 구약 시대의 대표적인 화해자는 모세이다. 그는 하나님이 금송아지 사건으로 이스라엘을 진멸하겠다고 말씀하시자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중재 기도를 드린다(출 32:9-14). 고라 자손을 포함한 일부의 반역이 있었을 때 하나님의 심판을 만류한 것도 모세이다(민 16:41-48).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화평에 대해서는 로마서 12:17-20이 잘 설명하고 있다; “(17) 아무에게도 악으로 악을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 (18)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평화하라. (19)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20)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우라....”

그러나 아무하고나 평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마음이 본질적으로 악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시기심과 질투심 때문에, 그리고 증오심 때문에 인간은 모든 사람과 쉽게 평화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인은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해야 한다. 죄와 불의는 절대로 화해의 대상이 아니다. 예수께서는 가룟 유다의 죄는 미워하셨지만 유다라는 인간을 미워하신 것은 아니다. 바리새인, 서기관, 사두개인, 대제사장 등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이 화평케 하는 자(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평화를 도모하는 자)의 자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는가? (1) 겸손한 사람이다. 화해를 청하려면 낮은 자리에 서야 한다. 예수께서는 말구유에서 탄생하심으로써, 달리 말해서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오심으로써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화해를 중재하는 역할을 효율적으로 담당할 수 있었다. 참으로 그보다 더 낮은 자리는 없을 것이다.

(2) 온유한 사람이다. 상대가 아무리 화를 내어도 유순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자동차는 쇳덩어리로 만들어져 있지만 부품 사이에 기름(윤활유)을 바르기 때문에 마찰 없이 잘 돌아간다. 윤활유가 없다면 부품끼리 서로 부딪쳐서 금방 망가질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윤활유와도 같은 사람을 일컫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갖는 것은 화평케 하는 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이다.

(3) 관용하는 사람이다. 초조하고 성급한 사람은 화해자가 될 수 없다. 어린 아이를 대하는 어른의 심정으로 모든 사람을 너그럽게 이해하고 용납할 수 있어야 한다. (4) 인내하는 사람이다. 오래 참는 사람이라야 화해의 중재자가 될 수 있다. 요셉과 다니엘의 삶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두 사람은 어떠한 시련과 환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오래 참음으로써 자신의 삶과 주변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화평케 하는 자, 곧 문제 해결자의 반대는 문제를 일으키는 자이다(trouble maker)이다. 데살로니가후서 3:10-12=“우리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도 너희에게 명하기를,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 하였더니, 우리가 들은즉, ‘너희 가운데 규모 없이 행하여 도무지 일하지 아니하고 일만 만드는 자들이 있다’ 하니, 이런 자들에게 우리가 명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권하기를, ‘종용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먹으라’ 하노라.”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연못을 흐려 놓는다는 옛 말도 같은 뜻을 담고 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속담도 있다. 우리나라의 옛 말이나 속담, 바울의 권면 등은 교회와 국가와 사회 전체에 해당되는 말이다. 자신이 그러한 사람이 아닌지 늘 조심해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살펴야 하는 것이다. 어떠한 공동체이건 일만 만드는 자로 인해 고통과 시련을 당한다.

화평케 하는 자는 어떠한 복을 받는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는다.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고 불의를 제거, 예방하는 자는 족히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릴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요한복음 1:12-13은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서 난 자들이니라”고 말씀한다. 이 말씀과 마태복음 5:9을 결합시킨다면, 곧 하나님의 자녀라면 누구나 평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