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 벽에 쓰여 있던 한 편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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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열 2003-09-26 (금) 00:00 추천:531 조회:9453 211.xxx.1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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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젊은 시절에는 한 번쯤 문학 세계에 푹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때는 소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가 시인이 되기도 한다. 나도 그네들처럼 글을 잘 써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도 이 때이다. 한없이 방랑하고 싶어지고 또 어디로든 자유롭게 떠나고 싶어진다. 나도 젊었을 적에는 그랬다. 소설을 쓴답시고 원고지에 웬통 이야기가 되지도 않는 것들을 끄적거려 본 적이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대학교 1학년 때에는 시를 쓴답시고 담배를 꼬나 물고서 공책 위에다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글귀들을 바삐 옮겨 적던 때도 있었다. 다 흘러간 옛 시절의 이야기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참으로 철없는 때였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그 밑천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참 어린 때였었지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에 나는 이처럼 별 볼일 없는 나의 옛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재미있는 일을 겪은 적이 있다. 밤에 청년부 토요 모임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웃옷을 벗는데, 형광등 스위치가 있는 쪽의 벽에 웬 낙서가 쓰여져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야단을 쳤을 법했으나, 그 날은 그렇지 않았다. 그 낙서가 너무도 특이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웬걸 아주 멋진 시 한 편이 쓰여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쓰여 있던 시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첫 눈 첫눈이 오면 솜사탕을 보아요. 눈이 쌓이면 눈사람이 태어나요. 지금 처마 밑에는 고드름 얼음과자가 있어요. 나는 깜짝 놀라서 아내에게 물어 보았다. ‘아니, 이거 용구(큰 아들: 당시 7세) 글씨 아니야? 용구가 이렇게 멋진 시를 쓰다니!’ 아내도 그 사실에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그래 나는 용구를 붙들고서 물어 보았다. ‘용구야, 이 시 정말로 네가 쓴 것이니?’ 그랬더니 녀석은 자기가 쓴 시가 맞다는 것이었다. 내 딴에는 녀석의 이 말에 크게 감동했다. 일곱 살짜리 녀석이 이렇게 멋진 시를 쓰다니! 뽀뽀해주고 싶었다. 안아주고 싶었다. 이 녀석에게 이토록 훌륭한 데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뿌듯했다. 다시금 확인을 해보았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함께 계시는 할머니께 여쭈어 보았다. ‘아, 그거 말이냐? 그건 용구가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불러준 대로 받아서 쓴 거란다. 근데 그걸 외워 가지고 계속해서 쓰더구나’ 이 대답을 들었을 때의 실망감이란! 그러면 그렇지. 용구 네가 어떻게 이렇게 멋진 시를 쓸 수 있겠어. 애비도 그렇게 맑고 깨끗한 시를 쓰지 못했는데....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녀석이 어떻게 그런 시를 쓸 수 있겠는가! 그래도 나는 아들 녀석을 한없이 칭찬했다. 비록 그가 직접 쓴 시는 아니지만 이처럼 완벽하게 외워서 쓴다는 것이 얼마나 대견스러운가! 엉덩이도 두들겨 주었다. 녀석은 애비의 칭찬에 무척 좋아라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 녀석은 아빠한테 종이를 달래서 그 위에 계속해서 ‘첫눈’이라는 제목의 시를 쓰는 것이었다. 주일 저녁 예배에 따라 와서도 주보에다가, 또 집에서 가져온 종이 위에다 계속해서 그 시를 쓰고 있었다. 제 딴에는 그 시가 무척 맘에 든 모양이었다. 벌써 녀석의 마음 속에 예쁜 시가 한 편 새겨져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래, 그 시를 계속 키워서 훌륭한 시인이 되거라! 지금은 남의 것을 외워서 쓰고 있지만 앞으로 커서는 너의 것을 직접 쓰는 멋있는 시인이 되거라! * 이 글은 1993년 12월 18일에 방림교회 청년부 주보에 실었던 글입니다. 잠시 짬이 나서 과거에 썼던 글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것입니다. 당시에 컴류터로 친 글이었는데, 일부 다른 글들과 함께 파일 자체가 송두리째 어디론가 사라져버려서 다시 컴퓨터로 정리하였습니다. 이 글을 비롯한 일부 원고들을 정리해준 박사과정의 조교 박흥룡 목사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 현재 제 큰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입니다. 아마 녀석도 일곱살 적 그때 일을 생각하면 깊은 추억에 잠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좋은 추억이겠지요... 샬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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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미
200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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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가족의 행복한 모습이 풍경화처럼 펼쳐지네요. ㅎㅎㅎ 이 글을 읽으니 저도 제딸이 영재인줄알고 흥분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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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03-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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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습니다. 7살짜리 시라서.... 뒷부분을 읽으면서 혼자 웃으니까 옆에있던 아들녀석이 영문도 모른체 왜 웃냐고 괜히 좋아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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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열
2023-07-2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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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28 naver blog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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