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5.18과 광주

강성열 2005-05-13 (금) 21:11 추천:734 조회:9214 211.xxx.15

창세기 16:1-14는 아브라함이 어떻게 해서 이스마엘을 낳게 되었는가를 설명해 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래 아브라함은 하란을 떠날 때(75세) 큰 민족을 이루게 하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받았고, 15장에서 다시금 그의 자손이 하늘의 별처럼 많아지리라는 복을 통하여 약속을 재확인받았다.

그러나 첫 약속이 주어진 지 10년이 넘도록 하나님의 자손 약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라가 자식을 낳지 못한 것이다. 당시의 관습법에 의하면 본부인이 자식을 얻지 못할 경우 여종을 통해서라도 상속자를 얻어야 했다. 사라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생산을 허락지 않으신다고 말하면서, 당시의 관습을 좇아 그의 애굽인 여종 하갈을 아브라함에게 씨받이로 주었다(85세).

아브라함은 사라의 요청에 순순히 따랐고, 그 결과 하갈은 아브라함의 자녀를 임신하게 되었다. 임신 사실을 안 하갈은 여주인 사라를 멸시하였고 이로 인하여 사라는 아브라함에게 불평하였다. 아브라함이 사라 마음대로 할 것을 허락하자 사라는 하갈을 학대하였다.

여주인 사라의 학대를 견디지 못한 하갈은 마침내 아브라함의 집 밖으로 도망을 쳤다. 하나님의 사자는 광야로 도망친 하갈을 만나 위로하시고 자손 약속을 주시면서 이스마엘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준다. 이에 하갈은 자기에게 이르신 여호와의 이름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이라 칭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가장 먼저 아브라함/사라와 하갈을 비교해볼 수 있다. (1) 아브라함/사라는 약속을 받은 자들이었으나 자식을 얻지 못했다. 반면에 하갈은 애굽인 여종으로서 아브라함의 첩이 되었고 그의 자식을 잉태하게 되었다. 사라는 하갈을 남편 아브라함에게 주면서 ‘여호와께서 나의 생산을 허락지 아니하셨으니 원컨대 나의 여종과 동침하라. 내가 혹 그로 말미암아 자녀를 얻을까 하노라’(2절)고 말한다.

하갈이 자신을 멸시하자 사라는 다시금 아브라함에게 말한다: ‘나의 받는 욕은 그대가 받아야 옳도다. 내가 나의 여종을 당신의 품에 두었거늘 그가 자기의 잉태함을 깨닫고 내를 멸시하니 당신과 나 사이에 여호와께서 판단하시기를 원하노라’(5절).

이에 아브라함은 ‘그대의 여종은 그대의 수중에 있으니 그대의 눈에 좋은 대로 그에게 행하라’(6절)고 말한다. 이상의 대화에서 우리는 사라나 아브라함이 하갈의 이름을 한 번도 부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갈은 그저 ‘나의 여종’이거나 ‘당신의 여종’일 뿐이다.

성경에서 이름은 종종 그 이름을 가진 자의 인격을 대표한다. 짐승, 가축, 동물 등에게는 이름이 없다. 애완용이라면 모를까. 역사적으로 볼 때에도 유명한 자들의 이름만 기록에 남는다. 오늘날의 매스콤에도 대체적으로 보아 정부 관료, 정치인, 기업가 등 대단한 사람들의 이름만 오르내린다. 대단치 못한 사람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다.

누구든 자신의 이름이 여기저기에 알려지게 되면 좋아한다. 신문이나 잡지에도 자기 이름을 먼저 보지 남의 것은 눈여겨보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학생들)도 선생님이 자기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을 대단히 좋아한다. 다른 이들에게 알려지고 그럼으로써 대단한 존재가 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이름=인격의 등식은 가깝게 일제 시대에도 해당한다. 창씨 개명이 그러하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를 받았기에 어찌할 수 없었다.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간 다니엘과 그의 세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이름은 제각기 벨드사살,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거라사 지방의 군대 귀신 들린 자도 그러했다(막 5장).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교회 안에 새로 등록한 자들의 경우가 그러하다. 이름도 몰라주면 얼마나 서운하겠는가.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그를 인격적으로 대우할 수 있게 된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먼 데에 있지 않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름을 안 불러 준다거나 ‘야 이놈아!’라는 식으로 불러야 하겠는가.

(2) 아브라함/사라와 하갈 사이에는 대화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대화는 상대방과 자신을 같은 위치에 놓았을 때 가능하다.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참된 대화가 가능하다. 인격적인 관계에서만 대화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명령과 복종이 있을 뿐이다. 아브라함/사라는 하갈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한 번도 하갈과 상의하지 않는다. 하갈은 일방적으로 내쫓길 뿐이다. 대화와 협상의 필요조차도 없는 미천한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참조: 하나님/아담/하와 사이의 대화는 있으나 뱀과의 대화는 배제된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광야로 도망간 하갈을 어떻게 하셨는가? 하나님은 천사를 통하여 친히 하갈을 만나셨다: ‘사래의 여종 하갈아!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이에 하갈은 ‘나는 나의 여주인 사래를 피하여 도망하나이다’(8절)고 답하였다. 여호와의 사자는 하갈을 사래의 여종이라 하면서도 하갈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하갈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시고 위로와 더불어 약속을 주신다. 하갈도 하나님이 사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마지막에는 그 하나님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이라 칭한다. 나름대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이 본문을 통해서 우리는 어느 시대에나 어느 곳에나 고통당하는 하갈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하갈은 약속 밖에 있는 자요 여종으로서 그 신분이 매우 낮았다. 이름이 불리어지지도 못하는 자요 인격적인 대화조차도 차단당한 자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하갈의 불행한 처지를 위로하고 동정해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갈을 만나 위로하실 분은 오직 하나님뿐이었다. 그 누구도 하갈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늘의 교회와 사회 안에도 이러한 하갈들이 많다. 마치 첩과도 같은 생산의 도구로서만 활용될 뿐인 사람들이 있다. 광야로 도망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회는 이러한 사람들을 이름 부름과 사랑의 대화로 가슴에 안아야 한다. 하나님의 감찰하심과 위로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5.18과 광주 역시 하갈의 불행한 처지와 같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5.18과 광주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로부터 외면 당해왔고 버림받아 왔다. 광주를 제외한 어느 곳에서도 5.18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했다. 오랜 세월 동안 광주는 망각의 도시였고 대화조차도 필요 없는 도시였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이단자처럼 취급당했다. 이 지역 사람들은 타 지역에 가서 자신이 광주 사람이라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하나님의 도우심에 힘입어 5.18이 한국 현대사의 한 획을 긋는 대단히 중요한 사건으로 자리 매김을 하게 되었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5.18이 국가 기념일이 되기는 했어도 여전히 그것은 광주의 기념일일 뿐이다. 5.18의 전국화는 요원하다.

총회 차원의 추모 예배가 해마다 망월동에서 열리지만, 늘 지적하는 바와 같이 다른 지역의 교인들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거의 이 지역 교인들뿐이다. 타 지역에서의 추모 예배나 기념식도 물론 없다. 광주에 대한 타지 사람들의 인식 역시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국가 기념일에 걸맞는 광주 정신의 국가화가 시급히 요청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5.18과 광주는 여전히 이 시대의 학대 받는 하갈로 남을 것이다.

올해는 25년 전에 호신 동문인 문용동 전도사가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진 해이다. 그는 많은 오해를 받아 왔다. 5.18 희생자가 됨으로써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새롭게 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하갈처럼 무시되어 왔다. 그러나 다행히 동문들과 후배들 및 호남신학대학교 등의 다각적인 노력에 힘입어 그가 정당한 5.18의 희생자였음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그에 기초하여 지난 2001년도에 문용동 전도사 추모비를 교정에 건립할 수 있었고, 추모자료집도 만들 수 있었다. 5.18의 정당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처럼 그의 고귀한 희생도 이제 떳떳하게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걸로 끝은 아니다. 5.18의 의미가 아직은 광주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그것은 곧 5.18과 관련된 광주와 그 희생자들의 이름이 이제는 지역성을 넘어서서 민족 전체의 차원에서 자랑스럽게 거론되게 하는 한편으로, 5.18이 전 국민의 성대한 잔치와 축제의 날이 되게 하는 일이다. 더 이상 5.18과 광주가 학대받고 쫓겨난 이 시대의 하갈로 남아 있게 해서는 안 된다.

다시금 강조하거니와, 이제는 5.18과 광주가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떳떳하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수 있어야 한다. 비록 25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세월의 간격을 뛰어넘어 하나님 앞에 먼저 불려간 자들과 더불어 역사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오늘의 우리도 5.18 희생자들과 함께 그 고통스러운 역사의 현장 속에 함께 있었노라고 자랑스럽게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5.18과 광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해주는 소중한 민주주의의 유산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25년이 지난 지금에도 5.18의 의미를 우리 시대의 삶과 역사에서 찾고자 애쓰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크신 위로와 능력이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강성열 2005-05-13 21:11	이 원고는 1997년 5월에 故 문용동 전도사 추모예배 때 했던 설교 내용을 조금 손질한 것입니다.

박종철 2005-05-26 18:19	모리타니아 5월의 소식 Ⅰ. 하나님의 보호하심( 교통사고~~~ 우 장 창 ! ) 지난5월19일 아침 시간에 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하나님이 보호하시고, 방패 되어 주셔서 안전했습니다. 저희 차는 1900cc, 1985년 식 벤츠입니다. 20년이 된 경유식 자가용 차량이지만 타고 다니기에는 전혀 불편이 없습니다. 우리를 받은 차는 3000cc 검정 색 벤츠인데, 마치 우리를 정확하게 겨냥한 듯 날아오는 화살처럼 순식간에 중앙선을 넘어 저희 차선으로 들어와 저희 차를 받아 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저희 차는 도로를 완전히 벗어나서 약 5미터 정도 밀려 모래 바닥에 떨어 졌습니다. 저희 차 옆면 유리창이 2장 그대로 깨져 부셔져 내렸고, 뒤 타이어는 찢어져 버렸고, 옆문 2짝은 차량 내부까지 밀려들어오는 큰 사고였습니다. 우리 차를 받은 차는 우리를 처음으로 박고 난 뒤에 연이어 2대의 차량을 더 덮쳐 더 큰 피해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 좋은 차가 폐차가 될 정도로 운전석까지 다 찌그러졌고, 10명의 넘는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입은 사고이었습니다. 병원에 실려간 10여명의 부상자들 중에서 나와 선교사님 그리고 우리 운전자가 가장 적게 다쳤습니다. 전혀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돌진해 저희 차량을 제일 먼저 덮쳤는데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방패가 되어주셔서 "이상 무" 임을 신고합니다. 샬롬! 유리 파편으로 인해 얼굴과 손에 몇 군데 상처는 났지만, 얼굴의 여드름 자국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곳에 "일"이 많아 하루에 3-4시간 이상은 계속 운전해 왔는데, 덕분에 당분간은 운전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으로 하나님이 눈동자처럼 보호하심을 믿으며 사랑하는 여러분과 하나님께 감사(눈물이 ㅎ ㅎ !) Ⅱ. 성전공사 완공(5월17일) 할렐루야! 드디어 성전이 완공되었습니다. 2층 구조로 약 200평 건물이 든든하게 지어졌습니다. 저희 현재 교회와 떨어진 거리는 자가용으로 약 15분 내외에 있습니다. 매일 같이 가서 기도하고, 찬양하면서 공사 진행사항을 지켜보며 감사하고, 감사했었는데 이제야 저희 손을 빌려 주님이 완공하셨습니다. 선교사님과 상의해서 계획에 없었던 작업(건물 3층에 수도꼭지 내는 작업, 1층에서 2층 올라가는 계단 벽에 조명용 투명 유리 끼워 넣는 작업, 1층 건물에 창문이 하나도 없었는데 방문 창문 2개 낸 작업, 그리고 모든 전구를 형광등으로 교체한 것, 등)을 새롭게 수정하여 건물을 완공하게 되었습니다. 요사이에는 내부에 들어갈 중고용 가구며, 바닥카페트, 이불, 등 살림살이를 준비하느라 바쁘기만 합니다. 몇 일 전부터 선교사님이 우선적으로 가서 잠을 주무시기 시작했는데 아직 전체적인 이사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곳 사정이 한국분위기와는 전혀 달라서 갑자기 몇 십 명이 모여서 예배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교회라는 것이 공개되면 불을 보듯 어려움과 외면이 있을 것이 자명하기에 아직은 분위기를 조성해가며 조심스럽게 관망하며 이웃의 모든 사람들과 스스럼없는 좋은 관계를 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성전이 있는 곳에는 아직 전기 시설이 없어 발전기를 돌리고 있고, 또한 상, 하수도 시설이 안 되어 있어서 건물지하에 저장물탱크에 물을 받아서 사용하고 있는 불편한 점과 어려운 점이 있지만, 얼마 가면 해결 될 것을 믿으며 차차 주의 일들을 진행해 가고 있습니다.

강성열 2005-05-26 21:40	정말 오랜만이군요. 바로 어제 성지순례 같이 갔었던 식구들을 포함하여 신대원 3학년 식구들과 함께 졸업사진을 찍었는데 말유~ 박종철 도사는 모리타니아에서 저렇게 고생하고 있으니 졸업사진은 내년도에나 같이 찍어야겠구먼! 그나저나 그 큰 교통사고를 은혜로 잘 피했다니 참 감사한 일이군요. 성전 마무리 공사도 잘 완료되어 하나님께 아름답게 봉헌하시기를 빕니다. 아울러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예배드릴 날이 속히 오기를 간구합니다. 주님의 샬롬이 그곳에 함께 하기를!!! 권선교사님에게도 안부 전해 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