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의에 주리고 목마르라

강성열

2012-01-10 (화) 23:06 추천:359 조회:6918 221.xxx.11

<큐티 성경통독 2012-1월호 바이블 칼럼>

- 의에 주리고 목마르라 -

벌써 21세기의 열한 번째 해를 넘겨 보내고 열두 번째 해의 첫 번째 달을 지나고 있다.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올해 2012년에는 산상수훈의 네 번째 말씀, 곧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에게 복이 있다”(마 5:6)는 말씀을 1년 동안 우리의 삶과 신앙을 일으켜 세우는 귀한 가르침으로 삼았으면 한다. 그 까닭은 오늘의 우리 사회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참된 의가 너무도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이를 위해서는 먼저 예수께서 산상수훈의 8복에서 말씀하신 “의”(義)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내적인 상태, 곧 마음의 상태가 어떠한지를 가리킨다. 한문으로 풀이하자면, 어린 양(羊)이신 주님을 내(我)가 짊어지는 것이다(義=羊+我). 그것은 또한 하나님이나 사람 앞에 구부러짐이 없이 똑바른 것을 뜻하기도 한다. 구원과 같은 개념일 수도 있다. 즉 구원받은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어느 누구도 스스로의 힘으로 의로워질 수 없다. 하나님 보시기에 의인은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로마서 3:10-12이 이를 잘 가르쳐준다: “기록된 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함께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 예수께서는 “회개하라! 천국이 (죄인 된 우리에게) 가까이 왔다!”고 설교하셨다.

루터는 말한다: “마귀는 언제나 능동적인 의를 요구한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수동적인 의를 요구한다.” 마귀는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힘으로 의를 이루도록 유혹한다. “네가 자신의 의를 이루어라. 네가 의를 성취하라”고 말한다. 바리새주의나 율법주의가 그렇다. 율법은 선한 것인 데도 말이다. 바벨탑주의도 마찬가지이다. 인간 자신의 노력과 선행과 공로로 의를 이루려는 태도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게 아니다. 의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의 개념이 이것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외적인 행동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것은 곧 하나님의 뜻이 세상에 가득 차게 만드는 적극적인 행동을 가리킨다.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것도 의의 개념에 포함된다. 이를테면 하나님의 의를 실천하는 것이 그렇다. 물론 의를 실천하는 것이 우리 자신의 업적이나 공로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도리어 그것은 자발적인 응답의 성격을 갖는다. 출애굽 해방(구원 은총)과 시내산 언약(율법)의 관계가 이 점을 잘 보여 준다(참조. 출 19:5-6).

산상수훈의 한 말씀도 같은 원리를 천명한다: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 의로운 사람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감동에 의해 자율적으로 율법을 실천하게 된다. 결코 의무나 억지에 의해서가 아니다. 의의 실천은 의로운 상태의 자연적인 열매인 것이다. 제대로 의로운 사람은 누구나 실천을 통하여 열매를 맺게 되어 있다. 그것은 마치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진 것과도 같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의에 주리고 목마르라”(마 5:6)는 말씀은 의를 육체적 욕구에 비유하고 있다. 먹고 마시는 것은 본능에 속한 것이다. 따라서 “의에 주리고 목마르라”는 것은 그것이 의식주처럼 절실한 문제임을 암시한다. 세상 어떤 것보다도 의가 중요한 것임을 암시한다. 돈, 명예, 권세, 행복, 출세, 성공 등보다 더 소중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 까닭에 마태복음 6:33은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말씀한다.

먹고 마시는 것은 일생동안 반복하는 것이다. 싫다고 중단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저축할 수도 없는 것이다. 삼일 분 식사를 한꺼번에 했다고 해서 사흘 동안 식사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곰, 뱀, 개구리 등은 겨울잠을 잔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이미 몸에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영양분을 비축해 두었기 때문에 겨울잠이 가능하다. 그러나 신앙생활은 그렇지 않다. 의도 마찬가지이다.

의는 한 번 의롭게 살았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계속 의로워야 한다. 평생 잘하다가 마지막에 잘못하면 불의한 자가 된다. 수십 년 동안 의롭게 정직하게 청렴하게 잘 살았다고 할지라도, 한 순간에 실수를 하면 그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삶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저축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의에 주리고 목마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의에 주리고 목마르면 어떤 대가를 받게 되는가? 배부름을 얻을 것이다(마 5:6). 물론 의는 배부름을 얻기 전에 먼저 손해와 막대한 손실 및 희생 등을 지불할 것을 요청한다. 하나님은 의를 이루기 위해 독생자 예수를 희생하셨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의로운 사람은 일시적으로는 손해 보는 것 궁극적으로는 같으나 하나님의 복과 은혜에 배부를 것이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초대 교회 성도들처럼 자족(自足)하는 신앙을 갖게 될 것이다((고후 6:9-10).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바울의 고백도 마찬가지이다(빌 4:13). 이런 고백이 2012년 한 해 동안 하나님의 의에 굶주리고자 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