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보다 더 중요한 논쟁을 생각해 봅니다.

목사후보생 2004-04-23 (금) 20:29 추천:201 조회:2341 220.xxx.164

중고등학교 시절 사회와 국사를 공부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때만 해도 암기력이 좋아야
좋은 대학엘 갈 수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제일 재미있는 시간이 국사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냥 교과서에 나온 사건만 이야기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비화(?)들에 대해 재미있게 들려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 재미있어 하는 과목엔 점수가 잘 나오는 법인데
고교시절의 내신성적은 꼭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저는 고교시절의 국사시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에 대해 많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제가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고 이러한 교육패턴으로 인해 우리 청소년들이
잠도 제대로 못자서 성장에도 지장이 있고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서 깨우쳐가는 '진정한 공부'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 방송프로그램 중에 영국의 고등학교와 한국의 어느 고등학교를 비교해서
실시간 풍경을 방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새벽부터 등교해서 0교시라는 뒤로자빠질 시간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대부분 학생들이 졸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한국 학교의 이런 난리부르스를 보는 한참 후에야 한 사람 두 사람
영국의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영국에선 사고의 위험이 있어 너무 일찍 학교에 등교하지 말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는 설명이 덧붙여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과 후에도 모습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한국 청소년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자 마자(그것도 밤 10시 넘어서)
학원으로 달려가 또 졸리운 눈을 비비고 앉아 학원강사의 수업을 듣습니다.

이거 심각하지 않습니까?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냐면,
이곳 게시판을 보면서 느꼈던 점과 전혀 무관하지 않아서 입니다.
대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조금은 답답함이 있어서 입니다.

장자의 말을 편집해 놓은 책 중의 한 부분에
장자가 제자와 대화하다가 '똥에도 도(道)가 들어있다'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그 뜻은 대부분은 금방 와 닿을 것이라 설명은 피하겠습니다.
식사시간이라면 죄송하지만 '똥'이란 단어를 예로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는데 어떤 사람은 '똥박사'라고 해서
그 분은 사람의 똥만 보고도 건강상태를 알 정도의 전문가라고 하더군요.
똥의 성분에 대해서 박사님이라고, 국내 일인자 라고 하십니다.
어제 저는 남원 산내에 위치한 '실상사'엘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재미있는 풍경을 보고 왔습니다.
다름아닌, 제례식 화장실 이었습니다.
푸세식(?)도 아니고 그냥 널판지를 걸쳐놓은...
그래서 냄새가 진동하고 밑으론 뽀쪽하게 쌓아올려진 거무데데한 탑들이 보이고...^^
그런데 해우소를 나서면서 화장실 바로 입구에 세워진 설명서를 보게되었습니다.
"냄새가 좀 심하죠? 그러나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똥일 수 있습니다.
왜냐면, 똥은 우리가 먹는 식물의 거름이 되어 식물을 자라게 해주고
그렇게 자란 식물을 우리가 다시 먹기 때문입니다."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똥을 한 눈에 보기만 해도 척척 알아 맞추는 박사님도 필요하고
그리고 똥이 갖는 철학을 이야기는 사람도 필요할 것입니다.
똥 속에 어떤 요소가 있는가도 중요하고 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함께 중요합니다.

어떤 것을 알때는 두 부분이 다 필요할 것입니다.
임진왜란이 몇년도에 일어났고 누구 누구가 활약했고
결과는 어떻게 되었다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제 학창시절엔 그저 그런 것을 아는 수준의
교육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지,
이순신 장군의 영웅담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름도 없고 그 그림자, 자취도 없는
수 많은 민중의 모습들은 어땠을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깊이있는 공부는 못했고 구지 그럴 필요을 느낄 수 없는 교육이었습니다.

우리가 신학을 공부하는 것도 위에서 말한 것과 조금은 비교가 될 듯 합니다.
교회사를 배울 때, 역사적 사실도 중요하고 조직신학에서 거론되는 많은
신학자 사상가들의 이론을 정리정돈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거기다 꼭,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자신의 신학'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똥이야기를 하자면, 똥의 성분을 확실히 파헤치고 눈으로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해야 할 것이며
또 거기에 똥이 지니는 중요한 역할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사건과 의미'를 함께 이해하자는 이야기 입니다.

신학을 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함부로 이야기하기는 두렵습니다만,
학교에서 공부하는 중 느끼는 것은 위에서 말한 두 부분의 균형에 대해
과연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질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칼바르트를 알고 불트만을 알고 슐라이레르마허를 알고 부버를 알고 루터를 알고...
물론, 그 들의 사상을 많이 이해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교회사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사건을 낱낱이 안다고 해도 그 속에 담겨진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란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적 이해에 접근했더라도 '어떤 시각, 누구편에서의 해석이냐?'의 문제에 부딪힐 것입니다.

저는 여러차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문제'라는 말을 해왔습니다.
신학교의 교육이 지식의 문제를 뛰어넘어 '의식'의 문제를 터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똥의 성분을 몰라도 차라리 똥이 가지는 의미만 제대로 알아도
더 유익한 부분이 많으리라 믿는 사람 중에 한명입니다.
자칫 말장난처럼 보이는 부분을 중요한 사항처럼 다루는 것을 때론 보기도 합니다.
물론, 제 교만한 탓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 아무리 지식적으로 많이 알아도 '의식의 전환'이 없이는 무용지물이 아닐까요?

이곳에서 논쟁을 벌이는 모든 분들은 제가 답답하게 여기는 이러한
답답한 부분들에 대해 이미 뛰어넘은 분들이라 믿습니다.

이름만 거론해도 다 알 수 있을 국내의 어떤 신학교수가
정년을 맞으면서 회고록에 이런 말을 썼더군요.
"나는 과연 나의 신학이 있었는가? 있었다면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 글귀를 읽으면서 그 교수님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강성열 2004-04-23 22:48	사건과 의미, 지식과 의식 - 모두 필요하고 중요한 것인데, 정말 잘 지적하셨군요.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실천과 행동과 삶이겠지요!!! 사건-의미-실천 또는 지식-의식-행동(삶)이 삼위일체가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입니다. 머리와 가슴과 몸이 항상 함께 움직이는 사람, 그런 신학도, 그런 지식인, 그런 목회자... 아마 하나님은 이런 사람을 원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역사를 이끌어가지요. 신학교육은 본질적으로 이 숭고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 몸도 말이지요~~ 힘이 좀 딸리기는 하지만, 풍랑 이는 바다 한복판에서 그런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노를 저어가는 중이랍니다. 노를 저으면서 심심풀이 땅콩 한 마디- 본 게시판을 애용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하늘의 신령한 은혜와 복이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지나치게 사소한 것들에 목숨을 걸지 않으면서도 사소한 것들을 업수이 여기지 않는 태도로(타산지석이라나~~) 항상 진지하게 자신과 이웃을 대하는 넉넉한 하나님 나라 시민들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으로 한 마디- 게시판이 버얼겋게 달궈지니 쥔장으로서 기분이 썩 좋습니다. 자주자주 찾아오셔서 좋은 생각, 나누고 싶은 이야기, 희망 사항, 묻고 싶은 것들 - 맘 편하게 한두 방울이라도 떨어뜨려 놓고 가세요~~ 모두의 부요함을 위하여!!!

강성열 2023-11-12 12:19	23-11-12 naver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