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독일 제1공영방송 ARD-NDR의 전 일본특파원으로 목숨을 걸고 광주 민중항쟁을 생생하게 취재했던 위르겐 힌츠페터(67.Juergen Hinzpeter)씨. 독일 북부의 휴양도시인 라체부르크에 거주하는 힌츠페터씨는 최근 쓰러져 위급한 상태로 '죽으면 광주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연합뉴스)

심장질환으로 쓰러져 입원 치료중인 전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씨가 투병중에도 오직 광주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2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재단측이 힌츠페터씨의 사후 광주 안장이 가능하게됐다는 소식을 힌츠페터씨의 부인 프람스티트 에렐트라우트씨에게 11일 오후 전화를 통해 전달했다.

힌츠페터씨는 한국에서 날아온 언론기사를 보고 매우 행복해 했다고 한다.

그는 또 제한돼 있는 면회시간에도 줄곧 한국 이야기만 하고 병원측에 요구해 베개를 한국식 베개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에렐트라우트씨는 "남편이 '한국을 너무나 사랑하며 지금도 눈을 감으면 80년 5월 당시 숨져간 젊은이들의 얼굴, 오열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떠올라 너무도 가슴아프고 괴롭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옆에서 지켜본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고 통화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힌츠페터씨는 '내가 죽게되면 광주의 학생들이 잠들어 있는 5.18묘지에 함께 묻어주라고 했고 만약 외국인은 한국에 묻힐 수 없는 관련법이 존재한다면 부디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라도 학생들이 잠들어 있는 한쪽에 세워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한편 힌츠페터씨의 이같은 유언에 부인 등 가족은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부인과 통화를 한 기념재단 김찬호 총무차장은 "그가 사망할 경우 가족묘에 안장해야 한다는 가족들의 요구가 있어 광주에는 시신 대신 머리카락 등 신체의 일부를 보내기로 본인 및 가족과 얘기가 됐다"며 "조만간 그의 머리카락이 담긴 항아리가 재단에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힌츠페터씨는 지난달 심장질환으로 갑자기 쓰러져 사망 직전의 위급한 상황까지 갔으나 최근 병세가 호전돼 응급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광주=연합뉴스)

중앙일보 2004.05.12 09:54 입력 / 2004.05.12 10: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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