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하나님의 마음 고생

강성열 2003-02-24 (월) 00:00 추천:867 조회:9663 211.xxx.125

우리가 세상에서 하는 일들 가운데 고생스럽지 않은 일이 어디 있을까만은 그래도 자식 키우는 일처럼 고생스러운 것도 드물 것이다. 아기를 낳기까지의 10개월 동안에 산모가 당하는 마음 고생, 몸 고생이 어떠하며 출산 후의 고생은 또한 어떠한가. 아기가 세상에 나기 전에는 먹는 것, 잠자는 것, 말하는 것, 움직이는 것 등등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디 그뿐인가. 아기 엄마는 태아를 위해서라도 잘 먹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도대체가 마음껏 먹지를 못하는 것이다. 입맛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때에 식사를 못하는 때가 많다.

아기가 세상에 나고 나면 이제 부부가 함께 고생해야 한다(그래도 엄마 고생이 훨씬 더 크다). 처음 몇 개월 동안은 마음껏 잠을 자지 못한다.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는 아기가 배고파 울면 깊은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서 젖을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밤중에 3-4시간 간격으로 일어나 아기 시중을 드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는가를. 아기가 좀 크면 이제는 아기의 식생활뿐만 아니라 아기의 손이 닿는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기가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서 넘어져 다치지나 않을까, 먹어서는 안 될 것을 삼켜서 호흡이 멈추지는 않을까, 열이 나서 쓰러지지는 않을까 등등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은 까닭이다. 아차 하는 순간에 안전사고를 당하게 되면 그것처럼 괴로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아기가 커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등을 거쳐 계속 성장해 가면 새로운 걱정거리들이 생겨난다. 내 자식이 건강하게 잘 자라야 할텐데, 남에게 뒤지지 않는 모범적인 아이가 되어야 할텐데, 나쁜 친구를 사귀면 안 될텐데, 착하고 성실한 아이로 자라야 할텐데, 공부도 잘 하여 나라와 국가에 꼭 필요한 일꾼이 되어야 할텐데 등등 관심 써야 할 일이 하루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중에 직장을 갖게 되거나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도 그렇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 이스라엘을 어떻게 키우셨는가를 보면 그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어렸을 때에 애굽에서 고통당하는 그들을 긍휼히 여기시고 모세를 통하여 그들을 애굽에서 건져내셨다. 그리고 나서 하나님은 부모가 자기 아이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듯이 이스라엘에게 걸음을 가르치셨으며, 사랑의 팔로 그들을 안아주셨다. 또한 하나님은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을 사랑의 줄로 이끌면서 그들의 삶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해주셨다(호 11:1-4; 시 23편). 때로는 탕자와도 같이 비뚤어진 길을 가는 그들을 수없이 징계하기도 하셨지만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지금의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은 무엇보다도 그의 자녀들이 바른 신앙을 갖고서 자라기를 원하신다. 그들 모두가 말씀 안에서 건실하게 살면서 세상살이에 승리하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하나님은 또한 그의 자녀들이 행여나 악하고 험한 세상에서 악에 빠지지 않을까 늘 염려하신다. 자칫 잘못하여 멸망의 자식이 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하신다(요 17:12- 15).

그런데도 사람들은 하나님의 이러한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를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하는 부모의 속마음을 자식들은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온통 제멋대로다. 자식이 기대에 어긋나면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아픈가. 하물며 기대에 어긋나는 자녀를 대하는 하나님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이스라엘 백성은 어려서부터 나이들 때까지 늘 하나님을 속상하게 했었다. 예레미야는 하나님께서 비뚤어져 가는 이스라엘을 보시고 얼마나 마음 아파했는가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 사람이었다. 오죽 했으면 사람들이 그를 일컬어 눈물의 예언자(the weeping prophet)라고 불렀겠는가.

지금의 우리에게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 멸망당해야만 하는 이스라엘을 향해 탄식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헤아렸던 예레미야의 눈물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벌을 받아 멸망의 기로에 선 예루살렘을 보고 우시던 예수님의 눈물이 필요하다(눅 19:41-44).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고 울 수 있는 아픈 마음이 필요하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와도 같은 하나님 앞에서 불성실하고 불충한 자신을 보고서 가슴을 치며 애통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하나님을 열심히 믿지 못하고 하나님의 사랑에 값하지 못하는 자신과 이웃들을 보면서 울 수 있는 속 깊은 신앙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그 울음으로, 그 눈물로 새롭게 변화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