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위로의 선물

강성열

2011-11-26 (토) 07:55 추천:365 조회:7740 221.xxx.96

<큐티 성경통독 2011-11월호 바이블 칼럼>

- 위로의 선물 -

산상수훈에 나오는 팔복의 두 번째는 요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특이한 교훈을 담고 있다. 애통하는 자가 행복할 것이요, 하나님께로부터 위로를 받을 것이라는 가르침이 그렇다(마 5:4). 야고보서 4:8-9(특히 9절)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 “하나님을 가까이 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가까이 하시리라. 죄인들아, 손을 깨끗이 하라. 두 마음을 품은 자들아, 마음을 성결하게 하라. 슬퍼하며 애통하며 울지어다. 너희 웃음을 애통으로, 너희 즐거움을 근심으로 바꿀지어다.”

성서의 이러한 가르침과는 달리 세상 사람들은 웃는 자, 즐거워하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말한다.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一怒一老)라는 한자 숙어도 있다. 그런가 하면 “웃는 낯에 침 뱉으랴?”라는 우리말 속담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웃고 즐기는 삶을 추구하게 되면 향락주의, 소비주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역설적이게도 애통하는 자, 슬퍼하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가르친다.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역설(paradox)이 여기에서도 발견된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애통에는 세 가지 차원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로, 일반적인 의미에서 볼 때 애통은 모든 인간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통해서 경험하는 슬픔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들-부모형제, 친구, 애인, 배우자 등-과 이별한 후에 느끼는 아픈 마음이 그렇다. 오래 전에 극장에서 상영되었던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를 보면 그러한 아픔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창세기 37:33-34(특히 34절)에서 야곱이 요셉을 잃고서 애통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버지가 그것을 알아보고 이르되, ‘내 아들의 옷이라. 악한 짐승이 그를 잡아먹었도다. 요셉이 분명히 찢겼도다’ 하고, 자기 옷을 찢고 굵은 베로 허리를 묶고 오래도록 그의 아들을 위하여 애통하니, 그의 모든 자녀가 위로하되 그가 그 위로를 받지 아니하여 이르되, ‘내가 슬퍼하며 스올로 내려가 아들에게로 가리라’ 하고 그의 아버지가 그를 위하여 울었더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슬픔을 통해서 보다 성숙해지는 경험을 한다. 그래서인지 전도자는 지혜자의 눈이 잔치 집에 있지 않고 상가 집에 있다고 말한다: “지혜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으되 우매한 자의 마음은 혼인집에 있느니라”(전 7:4). 애통하는 순간은 이제까지 믿었던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절망의 순간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눈물을 흘려보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것들을 눈물을 흘림으로써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순수한 자기 모습을 보게 되고, 존재의 깊이를 인식하게 된다.

사람들은 눈물과 애통을 통해서 참된 친구를 발견하기도 한다. 기뻐할 때 함께 떠들고 흥겨워하던 친구가 참된 친구가 아니라 애통이나 슬픔을 이해하고 그에 동참하는 친구가 참된 친구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슬픔과 애통을 통해서 하나님을 발견케 된다. 자신이 무의탁자요 고아와 같은 자요 파산자요 사형수임을 알게 된다. 하나님께 유일한 희망 있음을 깨닫는다. 자신이나 세상에게는 희망이 없음을 발견한다.

애통의 두 번째 차원은 자기 자신에 대한 애통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곧 하나님 앞에서의 회개를 의미한다. 바리새인과 세리의 기도(눅 18:9-14)에서 보듯이 회개(애통)의 깊이와 은혜의 높이는 반비례한다. 다윗은 밧세바 사건(삼하 11장) 이후 나단의 책망을 들었을 때에 밧세바를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죄를 책망하면서 애통해 한다(삼하 12장). 그는 참으로 눈물의 왕이었다. 눈물과 애통은 지혜, 권력, 용기, 재능 등보다 소중한 왕의 덕목이다. 이사야 6장에 있는 이사야의 애통함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신약 시대 초기의 오순절 때에는 베드로가 설교하자 3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회개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행 2:37).

애통의 세 번째 차원은 세상을 향한 애통을 일컫는다. 예레미야 4:19에 그것이 잘 반영되어 있다: “슬프고 아프다. 내 마음속이 아프고 내 마음이 답답하여 잠잠할 수 없으니, 이는 나의 심령이 나팔 소리와 전쟁의 경보를 들음이로다.” 예레미야는 죄로 사무친 세상, 하나님의 두려운 심판, 멸망 받을 도성, 백성 등을 보면서 마음 아파했다. 참으로 그는 눈물의 예언자였다. 물론 자신의 동족과 친구와 이웃을 보면서 애통하는 것은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사도였던 바울은 로마서 9:2에서 동족을 향한 자신의 근심과 고통을 토로한 적이 있다. 사랑으로 충만하신 예수께서는 나사로의 죽음을 애통해 하셨으며, 인류를 위한 애통으로 인하여 십자가에서 목숨을 버리기까지 하셨다.

애통하는 자가 받을 복은 어떠한가? 위로이다. 슬픔과 애통은 그 자체로서 끝나지 않는다. 보혜사 성령을 통한 하나님의 위로가 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시는 선물이다.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 창출해내는 것이 아니며, 세상이 주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 14:27). 애통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평안과 기쁨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것이다. 하나님의 복인 것이다. 여러분 모두에게 이러한 복이 매일의 삶 속에 넘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