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서적 영성] 희망 점수를 적어서 내라고 했더니 |
 
|
 강성열  2025-07-20 (일) 09:50 추천:0 조회:26 121.xxx.174 |
|
|
|
|
지난 2024년 2기에 처음으로 영성지도대학원(M.A. 과정)에서"성서적 영성"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맡아 이번 학기 내내 매주 화욜 오후 3시 40분부터 5시 반까지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호신대에서 36년 넘게 강의를 해오면서 이번 학기 처음으로 기말시험을 보지 않고 수강생 모두에게 다음의 세 가지 과제를 주었습니다. (1) 자신이 원하는 점수(100점 만점 기준)를 기록한다. (2) 자신에게 그 점수가 필요한 이유와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글을 작성하여 카톡으로 보낸다. (3) 그 글의 분량은 A4로 1페이지를 넘지 않도록 한다. (4) 기말고사 주간인 12월 14일(토)까지 보내도록 한다. 그 결과 다양한 보고서가 접수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아주 인상적이고 감동적이기까지 한 누군가의 보고서가 눈에 띄었기에 아래에 소개해 올립니다. 본인의 허락을 받되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아래에 붙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ㅎㅎ <성서적 영성>의 과제 [내가 받고 싶은 점수 : 가장 낮은 점수를 쓴 사람과 같은 점수] 사실 이 점수라는 개념은 그동안 내가 배워왔던 것을 확인하고 돌아보는 시험을 수적 지표이다. 즉 단순히 사람을 우등과 열등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는 것을 알아보고 자신의 현재 상태를 돌아보는 수적 지표인 것이다. 즉 자기를 성찰하기 위한 객관적 지표로서만 이 점수가 온당하게 선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에서 금전적 혜택과 공동체 내의 명예가 붙으면서 이 자기 성찰적 점수의 개념에서 자본주의식 약육강식의 지표의 개념으로 탈바꿈되고 경쟁이라는 성장 속에 협동, 형제사랑, 성숙의 과정으로서의 시험 자체의 원래적 의미는 의미가 퇴색되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대안이 되어야 하는 신학 교육 또한 장학금, 명예, 교수님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의 길을 잃어버리고 시류에 순응하는 법만 배우는 것이 현 신학 교육의 주소이다. 소신과 섬김과 자기 수양의 길은 내버려두고 사람의 이목에 주목하고 그곳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는 곳으로 전락했다는 비약적인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그러기에 신학은 사실상 명분일 뿐 점수를 통해서 나만이 잘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목회자로 양성되는 현실 속이 개탄스러운 따름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번 학기에 배웠던 인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이세종, 이현필, 류영모 선생, 최흥종 목사이다. 이공 선생의 가르침도 케노시스적인 자기 비움적 수양이고 이현필은 그 길을 따라서 현실화시켰던 사람이다. 그리고 류영모 선생은 이 이세종 선생의 삶을 흠모하고 이현필과 교류를 맺었던 이현필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방 최흥종 목사는 자신의 근본적인 욕망을 버리는 일을 위해서 스스로 고자가 되었던 인물이다. 여기에 열거한 모든 인물들은 자신의 삶의 시험대 앞에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자신의 욕구를 넘어서기 위해서 처절한 사투를 벌였고, 그리스도교의 이상적인 모델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시험지로 삼고 하나님과 교제하면서 스스로에게 답을 찾으며 살아갔던 분이다. 이런 삶을 보며 감탄과 경외함으로 류영모 선생은 이곳 광주를 ‘빛고을’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래서 이번 학기 <성서적 영성> 시간에 배운 이 인물들을 묵상하면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학우와 같은 점수를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이 100점을 맞고 싶은 것은 이 수업을 들었던 모두가 원하는 이상이다. 하지만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며 부족했던 점이나 학업이 미진했던 점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은 낮은 점수를 썼을 것이다. 앞서 열거했던 그 네 명의 인물들이 풀었던 인생이라는 시험의 답안지는 지금 우리 삶에 적용되어야 이번 학기에 배운 이 인물의 삶을 내 삶의 답안지로 내놓고 하나님 앞에 그 마음이 어려운 학우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 있어 주는 것이 바로 케노시스의 신학, 자신의 욕심을 버리는 근원적인 성화의 길로서 성서 속에서 영성의 길을 찾는 개혁교회 신자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이 점수로 썼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