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저서] 기독교 신앙과 카오스 이론: 카오스 이론의 신학적 응용에 관한 연구

강성열 2005-05-25 (수) 10:54 추천:30 조회:2179 211.xxx.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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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출간, 대한기독교서회
한국학술진흥재단 선도연구 선정과제로 쓴 책입니다.

머리말

   기억하기조차 싫은 일이지만, 불행하게도 2004년 12월 26일 남아시아에 닥친 쓰나미(지진해일)로 인하여 수십만 명의 인명 손실이 발생한 적이 있다. 그것은 참으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대재앙이었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은 거대한 자연의 운행 앞에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가를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아무리 인류 문명이 발달하고 과학기술이 최첨단을 걷는다 해도, 때때로 예측 불가능한 길로 치닫는 자연의 운행이 인간의 지혜와 힘으로는 완전히 막아낼 수 없는 거대한 벽과도 같은 것임을 실감했을 것이다. 한때 자연과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많은 학자들이 자연과 우주에 대한 학문적인 통찰에 기초하여, 인간의 삶을 계속해서 발전과 진보의 길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도 그러한 믿음을 가지고서 연구에 전념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인간의 삶과 역사와 우주와 자연 안에는 사람의 힘으로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장기 예측이 불가능한 날씨 변화나 대기 운동, 변화무쌍한 천체의 움직임, 아직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한 신비로운 생명활동과 생태계 변화, 수시로 변하는 시장 경제, 정확한 미래 예측을 허용하지 않는 복잡한 지상 세계의 삶과 역사 등등 예를 들자면 한이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얼핏 보기에 일정한 법칙이나 규칙에 따라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맨 처음의 미묘한 차이가 다양한 변화를 유발하게 되어 미래에 대한 예측을 대단히 어렵게 만든다.
   이처럼 규칙적인 것 같으나 실제로는 불규칙해 보이는 일련의 현상들을 일컬어 오늘날 과학자들은 카오스(chaos)라 부른다. 그리고 카오스의 다양한 현상들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를 흔히 카오스 이론이라 부른다. 카오스 이론은 종래의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 요소 환원주의(어떤 현상이건 분석하고 파헤치면 다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나 단일결정론(하나의 원인으로 하나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생각)이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현상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세계(단순계)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카오스 이론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단순히 한두 가지 요소들의 개별적인 관계만으로 이루어진 단순계가 아니라, 여러 요소들의 상호 유기적인 관계들의 복합체로 이루어진 복잡계의 성격을 갖는다고 본다. 카오스적인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카오스 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있어서, 이 ‘카오스’라는 표현이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는 완전한 무질서와 혼돈으로 규정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문자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카오스는 당연히 무질서와 혼돈을 뜻하는 낱말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신기하게도 카오스라 불리는 일련의 현상들은 도리어 복잡성과 다양성 속에서 어느 정도 일정한 규칙성과 단순성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그 안에 질서와 법칙을 감추고 있는 이른바 결정론적인 카오스 내지는 질서를 낳는 혼돈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본질적으로 카오스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쉽게 붕괴되거나 무너지지 않고 도리어 오래도록 그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결정론적인 카오스의 특징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가 카오스 이론의 기본적인 주장들을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안에 포함하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태초의 창조 상황을 혼돈과 무질서로 보면서, 그 혼돈과 무질서로부터 질서 있는 우주 만물이 창조되었다고 보는 창세기 1장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구약성서 안에 있는 다양한 창조관련 본문들 역시 하나님의 창조가 혼돈과 무질서에서 질서 있는 세계를 만드신 것임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그런가 하면 세계 안에 존재하는 카오스의 요소를 역사적인 혼돈 세력으로 규정하고서, 하나님의 역사적인 구원 행동을 혼돈 세력을 멸하시는 하나님의 활동과 동일시하는 본문들도 적지 않다.
   또한 인간의 삶과 역사가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복잡계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섭리와 손길로 인하여 질서와 구원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밝히는 본문들, 그리고 이스라엘 민족의 원초적인 삶의 공간인 광야-어둠과 죽음의 땅이요, 따라서 그 자체로서 카오스적인 성격을 갖는-를 하나님의 은혜로운 선택과 구원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보는 이스라엘 특유의 광야신학, 세례 요한의 광야생활과 예수 그리스도의 광야체험, 무질서와 혼돈의 결정체인 죽음으로부터 새로운 생명과 질서의 결정체인 부활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죽음-부활의 주제 등도 한결같이 카오스 이론의 기본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필자는 카오스 이론의 기본 주장과 성서의 다양한 가르침 사이에 있는 이처럼 놀라운 유사성에 착안하여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이미 카오스 이론의 연구 성과가 자연과학의 영역을 넘어서서 심리학이나 철학,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 등의 여타 학문 분야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마당에, 정작 신학 분야에서는 그와 관련된 심층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있다는 생각이 이 책을 쓰게 만든 것이다. 그 동안 카오스나 혼돈의 요소, 이를테면 어둠이나 고통의 요소를 무턱대고 배척해야 할 악의 축으로 규정하던 이분법적인 사유-지나치게 인간적인 사유라 할 수도 있는-를 반성하는 차원에서라도 카오스 이론의 신학적인 응용은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연구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하나님을 일컬어 “빛도 짓고 어두움도 창조하며 평안도 짓고 환난도 창조하시는”(사 45:7) 분으로, 또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롬 8:28) 분으로 설명하는 말씀은 그러한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케 하는 소중한 본문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본 연구의 필요성에 공감하여 일정액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거의 전적으로 그러한 연구비 지원에 힘입어 이루어진 것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호남신학대학교와 여러 교수님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출판을 허락해 주신 대한기독교서회의 서진한 국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아울러 이 책의 편집과 교정을 위해 수고하신 출판사의 모든 분들에게도 동일한 감사를 드린다.

2005년 5월 일
강성열 삼가 씀
차  례

머리말
차례

제1장 서론
1. 연구의 목적
   (1) 카오스 이론의 본질과 현재의 응용 상황
   (2)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2. 연구의 내용 및 방법

제2장 카오스 이론이란 무엇인가?
1. 결정론적인 사유에서 불확정성의 법칙으로
2. 단순계에서 복잡계로
3. 카오스에서 질서로

제3장 창조와 혼돈
1. 고대 근동 지역의 창조신화들에 나타나는 혼돈 개념
   (1) 바벨론의 창조신화
   (2) 이집트의 창조신화
2. 고대 중국과 한국의 창세신화들에 나타나는 혼돈 개념
   (1) 고대 중국의 창세신화들
   (2) 한국의 창세신화들
3. 고대 이스라엘의 창조신앙과 혼돈
   (1) 혼돈에서 질서로
   (2) 혼돈의 제압과 하나님의 지혜로운 창조
   (3) 혼돈 창조 개념의 신학적인 의미

제4장 혼돈 개념의 역사화: 혼돈 세력에 대한 승리와 하나님의 구원
1. 혼돈 세력에 대한 승리와 출애굽 해방
   (1) 혼돈 세력을 대표하는 파라오와 하나님의 창조 주권
   (2) 생명 보전을 위한 여인들의 창조적인 저항
   (3) 혼돈 상황 속으로 들어가시는 하나님
   (4)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열 가지 재앙
2. 혼돈 세력에 대한 승리를 노래하는 시편
3. 혼돈 세력을 향한 예언자들의 심판 선고

제5장 불확정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인간의 삶과 역사, 그리고 하나님의 섭리
1. 하나님의 감추어진 섭리
2. 상황 반전과 운명 전환의 연속
3. 인과율의 신학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신비로운 창조 주권
4. 인간 지혜의 한계와 야웨 경외
5. 측량키 어려운 세상일과 하나님의 세상 주관

제6장 광야의 혼돈 상황과 하나님의 구원
1. 혼돈의 땅 광야와 하나님의 도우심
2. 광야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구원
3. 메시야 사역의 출발점인 광야

제7장 혼돈의 절정인 죽음에서 생명의 결정체인 부활로
1.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신들
2. 죽음-부활 주제의 신학적인 변용

제8장 결론
1. 요약 및 정리
2. 전망과 과제

참고문헌
부록: 중국의 여와(Nu Kua) 창조 신화와 창세기 1-11장의 비교

밝은 귀 2005-05-25 14:44	강성열/ 먼저 좋은 참고 문헌을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카오스 이론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그것이 성서의 개념과 일반 자연과학이 같은 선상에서 비교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위의 목차들을 볼 때, 도이치란트의 <창조>라는 책을 쓴 어느 신(?)학자가 떠오릅니다. 사실 자연과학적 변증과 고대의 문서들은 그 파라다임이 많이 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알버트 아인스타인 역시 창조이론이나 우주기원(빅뱅?)에 따른 논술을 발표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얼마전 TV에서 조명한 대로는 아인스타인은 시간도 우주에서는 상대적이라 했습니다. 물론 그 프로 맨 마지막에 아인스타인이 '창조의 신비를 밝히는 것이...' 가장 그가 궁금해 하였던 것이라 하던데, 자세한 것은 잘 모릅니다. 카오스라는 말은 그리이스 말입니다. 그러나 창세기(Genises)의 창조는 그리이스 적 사유의 언어로 쓰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루돌프 불트만은 창조와 Arke(시작)은 다르다고 합니다. 한 때 칼 바르트가 그리스도와 아담의 유비를 통해 복음적 변증의 한 틀로써 그리스도를 그의 공생애 33년에 국한 할 수 없음을 드러내자, 불트만은 이 글에 대한 논평으로 '그것은 성서 본문과 상이하다'라면서 구속사는 제4에스라 이후부터나 가능한 개념(?)이며, 창세기 시대의 기록과 무관하다는 듯이 반박합니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창조와 유혹>이라는 책에서 창조기사를 그리스도의 구원사와 연관 짓습니다. 그러나 실제 구약 본문의 구원개념은 부족구원사적 개념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거기서의 마쉬아흐는 판관이나 예언자, 제사장 등을 일컬을 것입니다. 제3장 창조와 혼돈에서 지나의 창조신화를 예로 들면서 한국 창조신화를 든 것은 아시아 권 창조신화에 대해 편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무엇 보다도 믕골민간신화를 인용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제가 보기에 구약의 창조신화나 근동의 에누마 엘리쉬 신화는 믕골민간 신화나 믕골 창조신화와 그 파라다임이 훨씬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합니다. <믕골 민간 신화>는 우리나라 말로 번역 소개 되어 있습니다. 아직 지나의 창조신화를 많이 연구해 본 것은 아니지만 <주역>에 나타나는 창조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관념적이었습니다. 이는 구약과는 매우 이질적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어느 나라에나 창조신화는 있을 수 있습니다. 비단 치나 뿐 아니라 아프리카에도, 인디아에도, 동남아시아에도 창조 신화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한국 사람들은 지나의 설화들에 목을 메어 왔던 오래된 인습이 있습니다. 그러나 매우 분명한 것은 지나는 아시아를 대표할 수 없습니다. 17세기 이후부터는 여진족이 아시아를 움켜 쥐었었고, 그 이후 시대정신은 일본으로 넘어 갔습니다. 대개의 유럽이나 서양 사람들은 아시아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것을 일본을 통해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많은 수의 한국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기 싫겠지만 사실입니다. 님의 카오스 이론은 이신론 적 신관과 전형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듯 보입니다. 물론 이신론이 근대 서유럽의 신관 가운데 하나이므로 현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카오스 이론은 그 점에 있어서 탈근대적 일 것입니다. 근대 물리학자로 유명한 뉴턴의 이론이 아인스타인의 이론 때문에 낡아빠진 것처럼 돼 버리었듯이 이신론도 카오스 이론 때문에 근본적인 딴지가 걸릴 수도 있겠습니다. 님이 주장하시는 카오스 이론은 포스트 모던 적인 것입니까? 이 책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위치를 점할 수 있겠습니까?

밝은 귀 2005-05-25 14:58	오타자: "Genises"를 "Genesis"로 고쳐 읽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부활변증은 페르시아 같은 곳에서도 나타나는 것이 아닌지요? 조로아스트 교의 경우 부활신앙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직 많이 연구는 안 해 봤지만, 조로아스트 교도 내세적이라 배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로아스트교는 매우 이원론 적이고, 선신과 악신이 투쟁하는 구도로 신들의 싸움이 나타납니다. 구약 욥기서(창조 서사적이겠지요?)의 경우만 하더라도 야훼신 앞에 선 사탄은 야훼의 허락을 받아 야훼의 종 욥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약의 귀신들은 특별히 예수와 투쟁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고대 히브리의 신관에서 "사탄"이라는 개념은 약한 것으로 보입니다. 에누마 엘리쉬 신화의 경우 신들의 투쟁이 나옵니다. 그러나 창세기의 경우 그런 종류의 투쟁 보다는 후대의 편집 때문일지 몰라도 유일신관이 강하지 않겠습니까? 이원론 적이고 다신론적인 선신과 악신의 대립 구도는 페르시아에서 찾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구약의 중요 주제 가운데 하나는 이원론적인 페르시아적 요소가 후기 유대교의 묵시문학에 영향을 끼치었는지 아닌지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마가복음서의 경우 이원론적인 투쟁과 묵시적 예언이 드러납니다.

강성열 2005-05-25 18:06	직접 읽어보실 것을 권하우다. 그리고 제가 다룬 동북아시아의 창조신화는 가장 가깝게 우리나라의 것을 참고하였고 동북아 삼국 중의 한 나라인 중국의 것을 다루었습니다. 몽골이나 일본 것도 다룰 수 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주제가 너무 산만해질 것 같아 조금 피해갔지요. 창조신화만을 다룰 수는 없으므로... 그러나 지역만 다를 뿐이지 사실은 제가 다루는 혼돈으로부터의 창조라는 기본 패턴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몽골도, 일본도, 아프리카도, 라틴 아메리카도... 카오스라는 낱말이 구약에 나오지는 않지만 그에 준하는 표현들은 무척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낱말이 서로 달라도 그 의미하는 바가 동일한 경우가 언어와 언어 사이에 얼마나 많습니까? 너무 언어 문제에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창조 신학과 관련된 투쟁의 주제 역시 본 책에서 언급하였으므로 참고하시기를... 후기 유대교의 묵시문학의 이원론적인 경향에 대해서는 제가 쓴 <구약성서로 읽는 지혜, 예언, 묵시>의 묵시 부분을 참고하심이 좋을 듯...

밝은 귀 2005-05-26 10:01	강성열/ 답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간을 내거나 시간이 나면 읽어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열정을 가지고 쓰신 글에 딴지부터 건 것같아 송구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지나의 신화를 인용하는 것을 문제시 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가 그동안 지나의 글들을 너무 많이 배워온 역사가 있어서 저는 지나를 먼저 인용하면 일단은 방어적으로 될 형편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학술적인 한 예로 지나의 창세신화를 든 것은 그리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은 강 교수님은 묵시의 기원에 지혜문학에서 나온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예언문학에서 나온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다른 것에 더 가깝습니따? 물론 교수님의 책에 나올지도 모르겠으나 성질이 급해서(죄송)... 한 가지 더 <다니엘>의 경우 묵시 파라다임에 가깝습니까? 지혜문학 파라다임에 가깝습니까? 교수님의 개인적인 견해가 궁금하여 여쭙습니다.

밝은 귀 2005-05-26 10:04	오타자: "묵시의 기원에"를 "묵시의 기원이"로, "다른 것에 더 가깝습니따?"를 "다른 것에 더 가깝다고 보십니까?" 로 고쳐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강성열 2005-05-26 12:43	폰 라트가 한때 묵시의 기원을 지혜문학으로 보았다가 거의 모든 구약학자들에게 뭇매 맞았쥬~ 묵시의 기원은 예언임이 너무도 확실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리고 다니엘은 당연히 대표적인 묵시작품입니다. 지혜문학적인 표현이나 사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묵시작품을 글로 남길 때 차용한 요소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 그것이 묵시의 기원이나 핵심을 이루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이게 요즘의 정설이랍니다. 제가 보기에도!

밝은 귀 2005-05-26 14:36	강성열/ 답변 고맙습니다. 그런데 장신대 모 교수님이 다니엘서는 지혜문학이라 했습니다. 자금도 그 분 홈페이지 게시판에 그 글이 올려져 있는지 잘 모르오나 그리 주장 하셨습니다. 위르겐 몰트만이 Das commen Gottes(?: 오시는 하나님)이라는 책에서 그는 두 번의 창조론을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첫번째 창조가 구약 창세기의 창조이고, 그 두번째, 창조는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새 하늘과 새 땅 창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계시록의 창조가 창세기의 창조나 욥기서의 창조 서사적인 본문과 동질 선 상에서 비교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신약의 묵시적 파라다임이 제시하는 창조가 구약 창세기에 나타나는 카오스적인 창조와 연관이 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개신교의 특징이 성경을 중시하였고, 특히 계몽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자유주의 자들에 의해 성서 본문 연구가 보다 더 활발하게 진행되어 중세 주석이 신약 성서에 나타나는 종말론을 지나친 점이 적이 않았던 것을 조명한 듯하고, 그리하여 근대에 새롭게 종말론을 드러낸 점이 있다고 할 때, 문제는 종말론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자칫 성서에 우주관이나 자연과학을 끼워 맞추어 버릴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스위스의 바젤이라는 도시는 "바르실레이라 투 데우"에서 나온 것이라 합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하나님 나라가 온다고 본 사람들의 위기감에 따른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런 종말론 적인 색채가 근동이나 서양을 벗어나서는 그대로 적용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개벽이나 변혁을 꿈꾼 사조가 있다고 하겠으나 이것이 성서의 종말론과 맞닥드릴 수는 없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오스발트 스펭글러는 다니엘서에 나타나는 종말론적 요소는 다른 곳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근동적이고 구약 성서의 묵시적 한 특징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담고 있는 셈입니다. 구약의 묵시는 고대 히브리 족장시대에 드러나는 특징이 아니라 후기 유대교적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이사야서에 나타나는 창조시에 대한 연구 논문이 석사학위 논문으로 나와 있습니다. 아마 강 교수님이 계시는 호신대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