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칼럼] 강도 만난 자의 이웃 - 육순종 |
 
|
강성열  2011-09-28 (수) 17:25 추천:108 조회:1820 211.xxx.126 |
|
|
|
|
|
최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영양실조와 수해 등으로 고통 받는 북한 어린이와 주민들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동영상을 보면 황해남도에 있는 한 소아과 병원에는 어린 환자들이 꾸준히 밀려들고 있었고, 의료진이 뼈만 앙상하고 피부병으로 얼룩덜룩한 아이들의 배를 만지며 진료하거나 울고 있는 아기에게 정맥주사를 놓는 모습이 담겨 있다. 또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7살 난 아이들은 밖에서 놀 힘이 없어 실내에서 서로 붙어 앉아있는 모습도 공개됐다. WFP는 북한에서 5세 이하 어린이의 3분의 1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긴급 구호 식량이 제공되지 않으면 이들의 상태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추정했다. WFP는 이미 심각한 북한의 상황은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우를 겪으면서 더욱 악화되었다고 전한다. WFP의 클라우디아 본 로헬 북한사무소장은 동영상에서 “WFP는 식량실태를 조사하고, 국제사회에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며 어린이들에게 식량이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말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 식량 원조를 요청해 왔고 국제사회 역시 이에 부응하려고 하지만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 그것은 식량 제공국가들이 제공한 식량이 꼭 필요한 곳에 전달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북한 정치권력에 대한 불신인 것이다. 이 점은 우리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북한을 도와야 하지만 북한의 정치권력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3대째 권력을 세습하는 북한의 정치권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북한 주민들을 극심한 고통을 몰고 간 책임이 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래서 북한 인권문제를 언급하고 그들을 정치적으로 더욱 압박해야 한다고 하는 논리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에서 하나의 힌트를 얻게 된다.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에는 강도 만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여리고로 가는 길목에서 강도 만나 쓰러진 사람이 있었는데 제사장과 레위인은 그냥 지나쳤고 사마리아 사람이 그를 구해주고 돌보아주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성서는 누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인가를 묻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예수는 이 이야기 속에서 강도에 대한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도가 어떤 유형의 사람이라거나 강도를 잡으러 가야하지 않느냐는 등의 언급이 없다. 오직 예수의 관심은 강도만난 사람이다. 지금 쓰러져 있고, 지금 울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북한 정치권력이 우리에게 딜레마임이 확실하지만, 그 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마치 강도 만난 사람은 놓아두고 강도를 잡으러 나서는 모습 같아 보인다. -북한정치권력을 강도로 비유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논외로 했으면 한다. 비유니까- 어쨌든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에서 보여준 예수의 일차적 관심은 지금 내 옆에서 고통당하는 구체적인 이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들려오는 북한 어린이들과 주민들의 참상은 우리가 어떤 이유를 들어서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만일 우리가 어떤 이유를 들어 그들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우리가 곧 성서의 비유 속에 나타난 제사장이요 레위인이 될 것이다. - 육순종 목사(성북교회 목사, 평통기연 운영위원)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