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북한 방문, 그리고 금강산 관광...

강성열 2003-10-25 (토) 00:00 추천:542 조회:9983 211.xxx.125

우여곡절 끝에 신대원 3학년 학생들의 북한 관광 졸업여행에 동행할 수 있었다. 21일(화)부터 23일(목)까지 2박 3일 동안의 여정이었다. 첫날 새벽 6시에 우리는 학교 교문 앞에서 관광버스를 타고서 강원도 속초에 있는 ‘현대속초항여객터미널’로 향했다. 그곳에서 우리 일행 46명(교수 4명 포함)은 오후 2시에 해로관광의 주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설봉호에 탑승하였고, 네 시간 가까이 걸린 바닷길 여행 끝에 마침내 꿈에 그리던 북녘 땅 장전항에 도착하였다.

잠시 생각을 딴 데로 돌려보도록 하자. 이렇게 설봉호 여객선을 타고서 북한을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은 언제부터 가능하게 된 일일까? 그 동안의 언론 보도들을 종합해 보면, 해로관광은 현대 그룹의 정주영 회장(별호 아산)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1998년 6월에 501마리의 소를 이끌고서 북한을 방문한 이후, 직원들에게 명하여 남북화합의 돌파구를 여는 의미에서 해로관광을 시작할 것을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그 결과 11월 18일 첫 배가 출항하게 된 것이다. 그 후로 4년 3개월 만인 2003년 2월 14일에 최초의 금강산 육로관광이 시작되었으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로관광을 거쳐 육로관광의 길까지 열림으로써 이제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분단의 장벽이 무너질 날도 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순전히 주의 은혜와 능력으로 가능케 될 남북통일의 머나먼 길은 이렇게 해서 그 소망스런 첫 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장전항에서 간단한 출국심사(북한은 아직 외국이므로)와 세관검사를 마친 후, 우리는 온정리(溫井里; 따뜻한 우물, 곧 온천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 마을의 이름을 본떠 만든 온정각에서 저녁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나서 일부(16명)는 숙소인 설봉호로 되돌아갔고, 나머지 30명은 금강 빌리지로 향했다.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 만든 숙박시설이었는데, 큰 불편은 없었다. 우리 학교 기숙사처럼 한 방에 여섯 명이 잘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너무 일찍(오후 8시경) 숙소에 도착한데다가 탁구 테이블 두 개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위락시설이 없어서인지, 일찍 잠에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선이 그어진 ‘콘테이너 마을’(!) 밖으로 함부로 돌아다닐 수도 없었으니, 많이들 답답했을 것이다. 다행이 누군가 가져온 윷판으로 신나게 놀 수 있었다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탁구장 역시나 마찬가지였고.

이튿날 우리는 아침 식사 후 오전 9시부터 금강산 관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금강산 관광은 크게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 등의 세 갈래로 나누어지는데, 우리에게 배정된 관광길은 외금강 관광이었다. 외금강 관광은 만물상과 구룡폭로의 두 갈래로 또 나누어지는 바, 금강산 관광 첫 날인 22일 오전에 우리 일행은 만물상 등반을 먼저 배정받았다. 천하 만물의 축소판이랄 수도 있는 만물상 등반은 다소 길이 험하기는 했어도, 평소 산을 즐기는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산행(山行) 길이었다. 이제껏 산행 중에 겪어본 적이 없을 정도의 강한 바람-태풍 매미의 바람 못지않은-이 불어댔고, 그 때문에 아까운 단풍잎들이 무수히 떨어져 내렸지만, 그 세찬 바람마저도 산과 바위와 나무, 그리고 물 등과 한데 어울려 금강산의 풍치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이날 오후 3:30에는 현대아산이 전용극장으로 지은 문화회관에서 평양 모란봉 교예단의 곡예를 감상하였다. 흔히 서커스로 불리는 곡예를 예술의 경지에까지 끌어올린 인상적인 곡예였다. 그들 젊은 남녀 단원들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으면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고 그들의 수고와 땀과 열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 또 괜히 눈물이 솟구치는 것 같다. 우리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보다 떳떳한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길은 언제 열리려나... 우리에게 주어진 무거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곡예 감상 후에는 따뜻한 물이 나오는 마을(온정리)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금강산온천에서 목욕을 하였다. 지하 203m에서 용출되는 수온 40도의 100% 천연온수만을 사용해서인지, 온천물이 아주 좋았다. 무색무미의 중탄산나트륨이 주성분이라니 게르마늄 온천이 따로 없는 듯했다. 오전의 등반으로 인하여 뭉친 근육들이 풀려서인지 온 몸이 개운했다. 그리고 머릿결이나 피부가 숨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온 몸이 상쾌했다.

마지막 날(23일) 오전에는 구룡폭포를 목적지로 하는 금강산 관광이 일정에 잡혀 있었다. 만물상 가는 길보다는 등반길의 경사가 완만하여서인지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구룡폭포 앞까지 등반을 하였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구룡폭포 위에 있는 상팔담(上八潭)이 훨씬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오르는 길이 설악산 울산바위 가는 길 못지않게 가파른 철제 계단들로 이루어져 있어 다소 험악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옛날에 금강산 팔선녀의 목욕터였다는 설화가 전해오는 이 상팔담은 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이 있는 곳으로, 구슬처럼 아름다운 8개의 담소가 구룡폭포 위에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인지 한층 애착이 가는 선경(仙境)을 보여 주는 듯했다.

오후 2시 반경에 장전항으로 되돌아가 다시 출국심사와 세관검사를 마친 우리는 1시간 반에 걸쳐 버스로 비포장도로를 달리면서 통일전망대를 향했고, 그곳에 가서야 참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공기를 호흡할 수 있었다. 마음대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말하고 마음대로 표현하고 마음대로 옮겨 다닌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실감하고 나니, 북녘 동포들을 위해서라도 남북통일이 속히 이루어져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통일비용이 정말로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내내 들기는 했지만서도...

한 가지 덧붙인다면, 금강산 같이 널리 알려진 관광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야트막한 산야(山野)들이 변변한 나무 한 그루 가지고 있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한때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북녘 동포들의 힘겨운 삶이 눈에 들어오는 듯하여 마음이 아팠다. 북녘 동포들과 함께 오르지 못하는 금강산 절경은 정녕 그들에 비해 넉넉하게 살아가는 남한 관광객들만을 위한 잔칫상이런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가면서 그들과 함께 즐거운 이야기 나누며 산에 오르고, 또 함께 한반도 구석구석을 누비고 돌아다닐 그 날은 언제 오려나. 백두에서 한라까지...

이번 금강산 관광을 위해 수고한 두 분 교수님들(김동선, 오오현)과 신대원 3학년 임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언제 한 번 북한 땅 밟아보나 마음 속으로만 간절히 소원했는데, 신대원 3학년 덕에 생각지도 않게 북녘 땅을 밟게 되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중책을 맡으신 분들의 노고에 힘입어 금강산 관광을 힘 하나 안 들이고 은혜 중에 잘 다녀오게 되었으니, Gott sei Dank!!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남북통일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음에 대하여도, Gott sei Dank!!

기사돌 2003-10-26 00:00	교수님의 리얼리한 글 덕분에 금강산 구경 잘 했습니다. 3학년 선배들과 무사히 건강하게 잘 다녀오셨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수업이 없어 교수님 얼굴을 뵈지는 못하지만 .. (수련회 때 잠깐 뵌적은 있었죠 ..ㅋㅋ) .. 홈피 글을 통해서 근황과 좋은 글 늘 감사 드립니다.

공헌배 2003-10-25 00:00	좋은 글 감사 합니다. 하루 속히 통일 되기를 바랍니다. 샬롬

강성열 2023-09-22 22:40	23-9-24 naver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