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약한 자들과 함께 하는 성탄

강성열 2003-12-15 (월) 00:00 추천:575 조회:7470 211.xxx.15

요즈음 우리 사는 세상이 적지 않게 어수선한 것 같다. 속칭 ‘차떼기’로 불리는 정치권의 불법적인 정치자금이 조금이라도 바르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이 땅 사람들의 심사를 어지럽히지 않나, 경제가 어려워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리지 않나... 그 뿐이 아니다. 서민층의 살림살이는 점점 어려워 가는데, 부유층의 씀씀이는 점점 더 헤퍼지고 있다는 얘기도 간간이 들린다. 직장 생활하는 ‘아버지’들과 젊은이들의 앞날이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하여 사람들의 심사가 많이 뒤틀려져 있기도 하다.

이처럼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변치 않고 찾아오는 성탄과 연말을 맞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사람들을 혼미케 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곤 했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과연 온전한 성탄의 의미를 찾는 것이 가능할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만큼 힘겨운 때를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지만, 요즘의 성탄절은 참 극성스럽다. 예수 안 믿는 사람이건, 예수 믿는 사람이건 구별이 없다. 한결같이 극성스럽게 성탄절을 맞는다. 만일에 예수께서 다시 세상에 오신다면, 오늘날의 시끌벅적한 성탄절을 어떠한 눈으로 바라보실까? 성탄절의 주인이신 예수께서 과연 우리의 요란스러운 성탄절을 향기로운 제물로 받아 주실까?

주인은 간 데 없고 손님들만 남아서 왁자하게 떠들어대는 이 성탄절에, 우리는 과연 아기 예수의 몸에서 나는 마굿간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틀림없이 예수께서 원하시는 생일잔치는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생각해 보라. 휘황찬란한 가로등과 북적거리는 백화점 인파, 길가에 쌓인 값비싼 물건들-이런 것들 속에서 과연 성탄의 참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는가를.

오히려 성탄의 참된 의미는 성탄의 첫 경험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하나님은 가장 낮고 천한 곳을 메시야 탄생의 장소로 선택하셨고, 그럼으로써 예수의 삶이 어떠할 것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셨다. 오늘의 그리스도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성탄의 장소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어디에 있어야 하며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당신은 정말로 이번 성탄절을 뜻 깊게 보내고 싶어 하는가? 그렇다면 조용히 우리 시대의 어두운 그늘들을 찾아 나서도록 하라. 누구도 찾아주지 않는, 그야말로 마굿간과도 같은 곳 말이다. 한겨울의 찬바람을 견디지 못하여 고통스러워하는 우리의 이웃들, 밥 한 그릇조차도 어려워하는 우리 시대의 마굿간 인생들, 세상의 변두리에 처져 있어 자기 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연약한 인생들-이들을 찾는 것이야말로 예수께서 원하시는 참된 성탄의 의미가 아니겠는가.

이제 성탄이 며칠 안 남았다. 세상살이가 어렵고 힘들다고 해서, 세상이 어수선하고 뒤숭숭하다고 해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책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도리어 그럴 때일수록 더욱 힘을 내어 성탄의 기쁜 잔치에 참여해야 한다. 섬기고 사랑하고 나누고 베푸는 사랑의 잔치 말이다. 그러한 잔치가 있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비틀거리는 세밑의 어수선함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정신을 가다듬자. 그리고서 예수의 다시 오심을 생각하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도록 하자. 사랑에 굶주린 자들을 찾아 위로하고 그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자. 이러한 성탄이라면 세상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지쳐 쓰러지는 사람을 넉넉하게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여러분 모두가 어둡고 악한 세상을 이기는 능력의 성탄, 희망의 성탄을 맞이하기를 기도한다.

강성열 2004-11-22 14:53	이 글은 한시미션에서 발행하는 월간 <숲과나무>의 2004년 12월호 12-13쪽에 실려 있습니다. 즐독! 하시기 바랍니다. 예수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