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입은 하나요 귀는 둘

강성열

2011-01-01 (토) 19:00 추천:427 조회:7497 125.xxx.57

<큐티 성경통독 2011-1월호 바이블 칼럼>

- 입은 하나요 귀는 둘 -

“소언다행”(少言多行)이라는 말이 있다. 가능한 한 말은 적게 하고 행동과 실천은 많이 하라는 뜻이다. 말이 많으면 실수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때때로 주변 사람들에게 가벼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을 적게 하고 행동과 실천에 중점을 두다 보면 실수도 적을 것이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받게 될 것이다.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하기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는 잠언 10:19의 가르침과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임을 강조하는 야고보서 2:14-26의 가르침야말로 이를 가장 설명해 주는 말씀이 아닌가 싶다. “침묵은 금”이라는 속담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이 태초에 인간을 창조하실 때 입이나 혀는 한 개씩만 만드시고 귀는 두 개나 만드셨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말하는 것의 두 배는 더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뒤집어서 얘기하자면, 평소에 듣는 양의 절반 정도만 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참조. 전 5:2). 이는 곧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의 비율이 1:2는 되어야 정상이요, 창조 질서에 부합되는 것임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성경의 구체적인 가르침은 어떠한가? 먼저 말하는 것과 관련된 경우를 보도록 하자. 성경은 입과 혀를 같은 차원에서 언급하면서, 누구나 언어생활에 주의할 것을 여기저기에서 강조한다. 그 가장 대표적인 본문이 바로 야고보서 3:3-12이다. 이 말씀에 의하면, 사람의 혀는 배의 키와도 같은 것으로 간주된다. 아무리 큰 배라 할지라도 조그마한 키 하나만 있으면 그 방향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의 혀는 불과도 같다. 불은 잘 사용하면 여러 가지로 유익한 일에 쓸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엄청난 재난을 초래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기도 한다(약 3:5-6). 사람의 혀도 마찬가지이다. 말을 잘하고 잘못함에 따라서 자신에게 유익이 되기도 하고 손해가 되기도 한다. 혀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삶에 성공할 수 있지만, 혀를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잠 10:19-21).

그리스도인은 누구보다도 혀를 조심스럽게 쓰는 사람이다. 그는 사람의 혀가 능히 길들일 수 없는 것으로서,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임을 잘 알고 있으며, 한 입에서 찬송과 저주가 나온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약 3:7-12). 그러기에 그는 더러운 말은 입 밖에 내지 않고 도리어 누구에게든지 덕이 되고 도움이 되는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엡 4:29). 설령 실수해서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해도, 그는 그로 인하여 마음속으로 괴로워하며, 그 상처가 속히 치료되기를 간구한다. 그리고 기회 있는 대로 자신의 잘못을 상대방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귀는 어떠한가? 될 수 있는 대로 유익한 말을 들으려고 노력하고 남의 말을 아무 선입견 없이 들어줄 줄 아는 귀가 복된 귀이다. 어떤 이야기이든 너그럽고 관대한 마음으로 들어주고, 지혜롭게 자기 감정을 억제하는 자의 귀가 참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귀이다. 나의 주장과 의견을 앞세워 말하기보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주장과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의 귀도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복된 귀이다.

야고보서 1:19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복된 귀의 역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 이런 귀를 가진 자야말로 참된 경건에 도달한 자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때때로 자신에게 유익이 되지 않거나 자신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할 때에도, 화를 내면서 미워하는 마음보다는 그를 용서하고 그의 잘못을 감싸주는 사람의 귀가 바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귀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되, 단순히 듣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도리어 자신이 들은 그 목소리에 순종하고자 하는 사람의 귀를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신다는 사실이다(삼상 15:22).

어찌 보면 혀와 귀는 서로 상극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둘은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혀와 귀를 다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는 말이 있듯이,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는 습관을 몸에 익힌 자라면 누구나 혀와 귀에 도통한 사람들이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