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고조선=숙신?

지나는 이 2005-06-02 (목) 12:24 추천:201 조회:3871 211.xxx.242

제목: 고조선=숙신?

   최근 프레시안에서 김운회 교수가 숙신(肅愼)에 대해 아주 좋은 글을 올려 주셨다고 생각한다. 김 교수는 그 간 있어왔던 (이른 바 이병도를 위시한)강단 사학자들에 의해 모순투성이였던 고대사 이론에 대한 반론으로, 좋은 이론을 펼치신 듯하여 개인적으로 고마움을 금하지 못한다. (그 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김운회 교수의 이론을 요약하면 읍루=아이누(또는 길랴크)이고, 숙신=예맥=물길=말갈=(韓濊?)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인의 조상들 모두를 합하는 말을 일컬어 “숙신”이라 불렀다는 것이다(프레시안 참고) 그리고 아이누는 일명 “읍루”라고 불리었는데, 지나인들의 기록은 이들 만주의 제 종족들에 대해 자기들 편한 대로 기록을 하였고, 또 이들 제 종족의 이름을 욕(비칭)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태도는 이씨 조선시대 정약용의 글에도 나타난다고 한다.

   김 교수는 아이누와 숙신(말갈)은 분명 다른 종족이라 한다. 즉 아이누와 숙신은 유전자의 요소도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그는 아이누(길랴크)와 숙신은 구분해서 봐야 하며, 지나의 사가들은 이를 정확히 구분하지 않고, 자기들 편한 대로 기록을 남기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이누족”은 예맥이나 숙신으로 불린 알타이(믕골계) 종족과 다른 고아시아족(Paleo-Asiatics)라 보는 것이 통전적 견해인 듯하다.

   우리가 그 동안 교과서에서 배워온 역사에 따르면 고조선은 기원전 2333년 경 아사달에 도읍한 종족으로 알려져 있으며, 윤내현과 이병도는 고대 사회에서 나라이름은 종족의 이름과 같다 하여 이들을 “아사달 족”이라 불렀고, 신채호는 <만주원류고>와 “쥬신제국사” 적인 입장을 드러내어 ‘숙신족’이라 불렀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낸 <한국사>에서는 원래 고조선은 고아시아족에서 출원 했는데, BC 10세기 경 (청동기 시대) 알타이 종족인 예맥족이 고조선을 이어 받아 그들이 고조선으로 둔갑(?)해 버리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학설의 약점은 “예맥”이라는 명칭에 너무 주목하다 보니, 숙신, 선비, 말갈 같은 종족을 도외시 하게 될 우려가 커진 셈이라 하겠다. 그러니까, 숙신, 부여, 예맥, 말갈, 물길, 선비, 동고, 오환, 왜 등은 모두 동일 계열의 종족들인데, 유독 “예맥”이라는 한 특징에 주목하고, 또 문명적 모화사대관(文明的母華事大觀)에 따라 <흠정 만주원류고>나 “쥬신제국사” <왜사> 같은 것을 소외시키거나 왜곡할 우려가 생기게 된다. 이 점은 우리가 경계하고 반성해야 할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것이 바로 역사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작 문제는 이런 곳에서 발견 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고조선”이라는 나라이다. 즉 고조선은 만주 전체를 통괄했는가? 아니면 만주에 있던 여러 쥬신국들 가운데 하나가 “고조선”인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럴 경우 우리는 고조선 만 봐야 하는가? 아니면 “쥬신제국사” 전체를 다 봐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고조선 만 본다면 쥬신제국사 전체를 못 볼 우려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고조선”이라는 말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실제 우리의 뿌리는 제한적이거나 그 범위를 좁혀야 할 우려도 있게 될 것이다.

   윤내현의 경우 고조선의 출발은 신석기 시대로 봐야 하는데, 그것은 만주, 요서, 요동, 한반도 남부 전역을 고조선 거수국들의 영역으로 본다. 그러나 그리 따지면 일본도 고조선 거수에 들어야 하는 데, 유독 윤내현은 일본을 고조선 거수에 넣지 않았다. 또 그의 이론에서 발견 되는 모순을 하나 더 넣자면 만주와 한반도 전역이 고조선 거수에 든다고 하면서 정작 예맥과 언어가 달랐다고 전해지는 숙신은 고조선에 넣지 않으려 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은 숙신은 언제나 만주에서 예맥과 접하거나 인근 해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한반도가 과연 고조선에 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최근 방영 되는 KBS-HD 다큐멘터리(금요일 10시부터 방영)에 보면 한반도에 사람이 살았던 것은 구석기 시대부터 이며, 이들은 역사에서 주로 선사시대에 들게 되므로 이들이 고조선 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면 문제는 신석기 시대인데, 과연 신석기 시대에 살았던 한반도 사람들이 김운회 교수가 지적한 동만주나 시베리아에 나타나는 읍루(길리야크)족이거나 이누잇족(일명 에스키모) 같은 “고아시아족”이 맞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한반도 신석기 시대의 주민 구성이 북방 시베리아의 종족과 연속성이 약하거나 다른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과연 한반도는 고조선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 될 수밖에 없게 된다.

   다음 문제는 만약 고대 신석기 시대의 한반도 종족이 북방 시베리아와 문화나 인종적으로 뚜렷한 연속성이 없을 경우, 이는 계승적 차원으로서 고조선 거수국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고조선-고아시아를 계승한 숙신(예맥, 한예, 선비, 말갈 등)족들이 남하하거나 또는 산동반도에 거주하던 맥족 계통의 종족들의 동진으로 말미암아 한반도도 고조선을 이은 나라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반도는 만주나 산동 반도의 알타이 제 종족을 계승하면서 “고조선 거수”로 들게 되는 셈인 것이다.

   지난 주 KBS에서 방영한 내용에 따르면 고조선은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 가는 시대이며, 그 위치는 요동과 한반도 북부 일대이었다. 이럴 경우 “고조선”이라 불리지 않았을 시베리아 일부나 동만주 내믕골 지역은 무엇이 되는 것인가?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인가? 또 “고조선”이라는 고유명사를 고집하면서 과연 믕골과 연속성을 부여 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믕골족들이 이것을 기분이 상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또 고조선을 강조할 때 만약 그 영역(요동과 한반도 북부)에 속하지 않은 여러 肅愼(‘쥬신’이라는 말은 만주어로써 숙신을 일컫는다고 한다)족들과 고아시아 족들과 한반도 남부지역, 그리고 일본 열도의 역사와 불연속적이어야 하는가?

   이럴 경우 우리는 기록적 근거가 부족한 “고조선”이라는 어느 특정 고유명사에 목을 메지 않고 보다 확대적으로 “쥬신제국사”와 고아시아족의 역사, 일본사 등을 깊이 연구해야 할 필연성 앞에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리 해석할 수 있는 근거는 고구려. 부여가 만주를 통일 했으며, 신라족 역시 한반도로 일부가 옮겨 왔고, 왜족 역시 일본 열도로 갔을 뿐만 아니라 이런 고아시아-알타이 제 종족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들이 20세기 중반에 통일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지나는 이 2005-06-02 13:57	덧붙이는 말) 사람들은 흔히 고조선 거수족들의 일파로 선비족을 넣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숙신(쥬신)족들의 한 거수가 고조선 일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신채호가 주장한 숙신 고조선 기원설은 주목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단순히 고조선 이라는 특정 고유명사에 목을 메기 보다 숙신제국사 라는 통전적인 역사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