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8복 강해(8): 의를 위하여 핍박받는 자 (마 5:10-12)

강성열 2003-06-24 (화) 00:00 추천:531 조회:8922 211.xxx.125

사람이 세상을 살다 보면 항상 좋은 이웃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웃, 용납하기 어려운 이웃도 만난다. 또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칭찬만 듣고서 살지 못한다. 어떤 의미에서든 싫어하는 자들(원수)이 있게 마련이다. 유명한 성악가 마리안 앤더슨(Marian Anderson)이 맨 처음 독창회를 열었을 때 신문사, 평론가들은 그의 연주를 혹평했다. 소프라노인지 알토인지 베이스인지 알 수가 없다는 평이었다.

잘 불렀다는 평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모욕감을 느꼈다. 다시는 노래 부르지 않겠다고 포기했다. 어머니가 말했다: ‘너는 왜 모든 사람에게 칭찬만 받기 원하느냐? 부정적인 평가를 한 사람이 대체 얼마나 된다고 그러느냐?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네 노래를 좋아한단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지지를 받으려는 태도는 교만을 의미한단다.’ 이에 그녀는 힘을 얻어 성악 공부를 계속하였고 그 결과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었다.

어디에든 칭찬에 인색한 사람들(원수)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소화,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스도인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신앙이 좋고 기도 열심히 하고 모범적이고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도 원수가 있게 마련이다. 어쩌면 그런 사람에게는 더 많은 원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딤후 3:12=“무릇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경건하게 살고자 하는 자는 핍박을 받으리라.”

사실은 핍박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적당히 살려는 사람에게는 핍박이 없다. 왜 그런가? 진실하게 살려는 사람,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왜 핍박이 따르는가? 요한일서 3:12-13=“가인같이 하지 말라. 저는 악한 자에게 속하여 그 아우를 죽였으니 어찐 연고로 죽였느뇨? 자기의 행위는 악하고 그 아우의 행위는 의로움이니라. 형제들아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이상히 여기지 말라.”

예배에 5분 지각한 사람은 뒷좌석에 고개를 숙인 채로 미안, 후회스러운 심정으로 결심한다. 다음부터는 일찍 오리라. 그런데 그보다 더 늦게 오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되면 그는 ‘나보다 더 늦는 사람도 있구나’하고서 위로를 받는다. 결심이 약해진다. 지각생이 장로나 권사이면 더욱 그런 생각을 한다. 지각은 괜찮은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가 금방 이루어진다.

부족하고 악한 사람은 모든 세상 사람들이 다 부족하고 악하기를 바란다. 내가 실패하면 다 실패하기를 바란다. 이것이 인간의 악한 심보이다. 모두가 다 거짓말쟁이라면 사람은 누구나 다 그렇다고 넘어가지만, 한 사람이라도 진실한 자가 있다면 그 한 사람으로 인하여 모든 다른 사람들의 거짓이 탄로 난다. 핍박과 시기가 뒤따른다. 같은 원리로, 게으른 자는 부지런한 자를 시기, 질투한다. 가인이 아벨을 죽인 것도 같은 이치에 속한다.

예수는 의의 근원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이 핍박을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요한복음 15:18-20이 그 점을 잘 보여 준다. 8복의 마지막 가르침은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에게 복이 있다’고 말한다(마 5:10). 그러나 핍박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하여 고통을 당하는 것은 십자가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어떤 고난이요, 어떤 핍박이냐가 중요하다. 다음의 두 말씀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벧전 2:18-20=“사환들아, 범사에 두려워함으로 주인들에게 순복하되 선하고 관용하는 자들에게만 아니라 또한 까다로운 자들에게도 그리하라. 애매히 고난을 받아도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슬픔을 참으면 이는 아름다우나, 죄가 있어 매를 맞고 참으면 무슨 칭찬이 있으리요? 오직 선을 행함으로 고난을 받고 참으면 이는 하나님 앞에 아름다우니라.”

벧전 4:13-16=“오직 너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예하는 것으로 즐거워하라. 이는 그의 영광을 나타내실 때에 너희로 즐거워하고 기뻐하게 하려 함이라. 너희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욕을 받으면 복 있는 자로다. 영광의 영 곧 하나님의 영이 너희 위에 계심이라. 너희 중에 누구든지 살인이나 도적질이나 악행이나 남의 일을 간섭하는 자로 고난을 받지 말려니와, 만일 그리스도인으로 고난을 받은즉 부끄러워 말고 도리어 그 이름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

이 두 말씀을 종합해 보면 고난에도 종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1) 나의 죄, 잘못으로 인해 받는 고난이 있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요, 무의미한 것이다. (2) 애매하게 당하는 고난이 있다. 나는 불조심을 했는데 이웃 사람이 불조심을 하지 않아서 내 집에까지 불이 번지는 통에 손해를 당하는 경우가 그렇다. 나는 운전을 잘했는데 다른 사람이 운전을 잘못하여 내가 피해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의사와 무관하게 오는 고난은 하나님을 생각하고 참으면 은혜가 된다.

(3) 진짜 고난은 자원하여 받는 고난이다. 자신이 직접 선택하여 받는 고난이다.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하는 고난이다.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이다. 얼마든지 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를 위해 선택하는 고난이다. 이것은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모세, 사무엘, 엘리야, 미가야, 예수 그리스도, 스데반, 베드로, 요한, 야고보, 바울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그러한 고난을 당했다.

바울의 경우를 대표로 살펴보자. 그는 고린도 교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전 4:11-13=“바로 이 시간까지 우리가 주리고 목마르며 헐벗고 매 맞으며 정처가 없고, 또 수고하여 친히 손으로 일을 하며 후욕을 당한즉 축복하고 핍박을 당한즉 참고, 비방을 당한즉 권면하니 우리가 지금까지 세상의 더러운 것과 만물의 찌끼같이 되었도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의를 위하여 핍박받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말씀하신다(마 5:10-12).

구체적으로 어떠한 복이 주어지는가? (1) 내가 의롭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악한 사람들 사이에서 전혀 핍박을 받지 않는다면 나도 악한 사람이 된다. 거짓된 사람들 사이에서 전혀 핍박을 받지 않는다면 나도 거짓된 사람이 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에는 내가 의로운 사람임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핍박은 역으로 내가 의로운 사람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2) 핍박을 통해서 악에 빠지지 않게 된다. 악과 타협하는 자는 악에 빠진다. 그러나 핍박을 받는 자는 그 핍박을 통해서 더욱 강해진다. 초대 교회 신학의 형성 발전은 이단적인 가르침의 만연에 기인한 바 크다. 시원찮게 믿는 사람들도 하나님이 없다는 도전 앞에서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설명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신앙심이 자라나게 된다. 도전을 받아야 강해지고 생각이 정리되기 때문이다.

(3) 핍박을 통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된다. 이것은 시험을 보아야 우등생이 있음을 알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에 속한다. 핍박이 있어야 의, 믿음이 귀한 것임이 드러난다.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하게 되고 그에게 영광을 돌리게 된다. 핍박이 있어야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게 되고 그로써 하나님의 능력을 힘입어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핍박에 대한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한다. (1)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이기 때문이다. 세상살이는 고해와 같다. 기왕이면 그리스도를 위하여 고통, 고난 받는 것이 더 좋은 일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게 마련인 바, 기왕이면 그리스도를 위해 죽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2) 상급이 크기 때문에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한다. 로마서 8:18=“생각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