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성경편식을 극복하려면

강성열 2005-01-13 (목) 10:41 추천:634 조회:9023 211.xxx.15

1. 성경을 편식하는 오늘의 현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설교본문 사용이 전반적으로 부분적이고 편향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성경의 특정 부분이 다른 부분들보다 더 중요하기에(canon in canon) 자주 설교본문으로 선택될 수도 있다는 말은 틀리지 않지만, 그래도 명색이 신구약 66권 모두를 신앙과 행위의 기준이 되는 정경(canon, 正經)으로,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다면, 어느 정도 균형 잡힌 본문 선택이 필수적임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구약성경의 경우가 심하다. 구약성경보다는 신약성경이 훨씬 많이(70-90%) 설교본문으로 선택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초대교회 때부터(주후 1-2세기의 마르시온, Marcion) 최근에 이르기까지(하르낙, Harnack) 구약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하지 않은 일정한 흐름이 있었는데, 구약성경을 설교강단에서 경시하는 한국교회의 풍조는 그러한 흐름과 전혀 무관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구약성경 자체로 시선을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구약을 설교할 때 대체적으로 창세기, 출애굽기, 이사야, 시편 등 네 책에 집중한다. 나머지 책들은 덜 다루어진다. 재미있는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한국교회의 목회자들 중에 구약 오바댜서를 한 번이라도 설교한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런 질문은 호세아에서 말라기까지 이어지는 12권의 예언서 모두에게 던져봄직한 것이다.

설교본문의 편향적인 사용은 결국 목회자들 스스로가 정경의 범위를 축소시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그리고 성경본문의 편향적인 사용은 결과적으로 평신도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목회자들의 입맛에 따라 평신도들조차도 분량이 많고 어려운 구약보다는 분량이 적고 내용도 쉬운 신약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2. 성경통독을 통한 성경 편식의 극복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처럼 부분적이고 편향적인 성경읽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신구약성경 66권 전체를 동일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식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 해답을 우리는 성경통독에서 찾을 수 있다. 성경통독이야말로 한국교회의 편향적인 성경읽기 폐단을 극복함과 아울러, 분열과 분리를 특징으로 갖는 한국교회의 아픈 상처들을 치료할 수 있는 연합과 일치, 조화와 균형까지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성경을 무조건 읽는다고 해서 수천 년의 간격을 두고 만들어진 성경의 내용이 저절로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본문들은 읽기만 해도 의미 전달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본문들이 훨씬 더 많다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성경이 그 배경을 이루는 문화적, 사회적, 언어적인 상황들로 인하여 2-3천년의 세월을 사이에 둔 오늘의 독자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책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그러나 성경 전체를 소리 내어 읽음으로써 얻는 직관 역시 무시 못 한다. 그 직관이 독자 자신의 주관성이나 선입견에 좌우되지 않도록 성경 해석의 전문가가 꾸준히 보편타당한 해석을 공급해야 하겠지만, 일단은 성경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접근이 성경통독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3. 성경통독의 신학적인 근거

신구약 시대의 상황으로 되돌아가 보자. 당시에는 성경이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결코 아니었다. 옛날에는 오늘날처럼 책이 대중화되지 않았고, 따라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극히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한정되는 일이었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대중은 누군가가 읽어주는 것을 귀로 듣는 방식을 통해서만 성경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신구약 정경 66권은 이처럼 귀로 듣게 하는 성경통독 과정을 거쳐서 그 범위가 확정된 것이다. 당시에 유통되던 무수한 자료들 중에서 통독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들은 정경의 범위에 들어갈 수 없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일단 성경 66권은 한결같이 성경통독 과정을 통하여 검증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볼 수 있다.

성경을 전체로서 보려는 성경통독 운동은 이 점에서 성경의 형성 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성경통독 운동은 공동체적 성경읽기를 주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구약 시대의 성경통독 현실과 맞닿아 있다.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신구약 성경이 형성되던 시기에는 문서화된 성경본문을 쉽게 구할 수 없어서, 다수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누군가의 성경 낭독을 듣는 방식이 널리 유행했었다. 당시에 성경은 혼자서 읽는(독자) 것이 아니라 다수가 듣는(청중) 책으로 인식된 것이다. 이것은 당시의 성경통독이 철저하게 공동체적인 것이었음을 의미한다.

누군가 성경을 낭독하고 여러 사람이 그것을 함께 듣는 경우, 그 이해와 느낌은 개개인의 차원을 넘어서서 공동체적인 이해와 느낌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입으로 낭독하는 말씀이 문자로 고정된 오늘의 상황 속에서, 목회자들의 설교를 듣는 회중의 모습은 당시의 성경통독 청중과 너무도 유사하지 않은가! (여기서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성경을 통독할 때 소리의 높낮이나 강약, 음성의 빠르고 느림, 말하는 자의 눈빛과 얼굴 표정, 감정 표현 등을 조금이라도 재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다.)

요컨대 성경 전체를 목표로 하는 공동체적인 성경통독, 그리고 성경 전체를 균형 있게 다루어주는 설교 - 이 두 가지야말로 한국교회의 영성과 사회성을 살리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성경은 참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해 있는 지혜와 지식과 실천의 보물창고이다. 성경통독을 통해서 다양한 성분의 자양분들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앞으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성경의 다양한 의미들을 올바로 이해하고 앎(正知)과 동시에, 그것을 교회와 세상에서, 역사와 삶 속에서 바르게 실천(正行)하는 것이야말로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의 살 길이라 할 것이다.

강성열 2005-01-13 11:44	2005년 1월 10일(월)부터 13일(목)까지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진행된 제1회 목회자 성경통독 세미나(주제: 21세기 성경교육과 통독설교)에서 1월 11일 오전 9시부터 10시 10분까지 제가 강의한 내용의 일부입니다. 강의 제목은 <성경통독과 구약>입니다. 사진 자료는 입수되는 대로 사진자료실에 업로드하겠습니다. 예수 평화~

권경숙 2005-01-14 05:30	사막의 여우 두마리가 풀을 뜯는 양과 염소들을 흩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리저리 천방지축 금새라도 한마리 물어 버릴듯 기세가 당당합니다. 조그만 자라면 통통한 배로 아기들을 담고 다니는 이곳 양 염소들 사력을 다해 뜀니다. 동네가 멀지 않아기에 금새 어귀에 돌아오자 허겁지게 뛰던 여우놈은 그자리에 서서 바라보기만 합니다. 멀리 있던 양들도 서둘러 동네로 들어 옵니다. 이제 발걸음이 천천히 움직여 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면서 우리는 그 주님 곁에 돌아왔을때 바로 이 쉼을 얻을수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교수님! 신약이 우리에게 쉽게 느껴오지만 이곳에 살다보니 구약이 더 친근하게 옵니다.건강을 위해 편식은 절대근절이겠지요^*^^

강성열 2005-01-14 09:25	구럼요! 뭐든 골고루 먹어야지 안 그라믄 건강 나빠져요~ 아마 그곳에서 구약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곳이 구약 시대의 유목 문화를 많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ㅏㅏㅏ...요? 너무 억지려나? 여튼 구약을 신약처럼 똑같이 좋아하는 모든 분들에게 은혜와 복이 넘치기를!!! 구약에 언급되어 있는 무수한 복들이 여러분에게^-^

윤억석 2005-01-15 15:56	교수님의 글을 읽고보니 결과적으로 의도와는 상관없는 편식성 설교로 치우쳐져 있음을 시인하게 됩니다. 보다더 균형잡힌 생명의 양식을 위해 노력하렵니다

강성열 2005-01-15 19:34	에궁, 윤목사님 정말 오랜만이외다. 그때 강의가 끝난 후에 동기 목사님들 몇 분 만났는데, 윤목사님도 만났었던가????*&^%$ 기억이 통 안 나네~ 그게 머 중요한감? 편식하지 않는 통독식 설교로 승리하기 바랍니당~~~ 아자! 통독설교 팟팅!!

양미령 2005-01-23 22:20	교수님, 설사 본문을 특별히 강해식 설교가 아닌이상 신구약을 연결시켜서(본문이 신약이든 구약이든 서로 연관을 짓게 한다면 물론 교수님의 말씀의 의도는 이해하는데 말이죠) 설교를 한다면 그것도 편식일까요?

강성열 2005-01-23 22:29	어쩌면 성경통독 운동을 통하여 기존의 강해설교를 넘어서는 새로운 설교의 장르, 곧 통독설교라는 장르가 생겨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경통독 운동이 지금 그 길을 모색하고 있거덜랑요~ 통독설교란 한 마디로 말해서 성경 전체를 통독할 수 있는 설교를 일컫습니다.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게 하는 설교... 또한 설교 본문에만 매이지 않고 해당 본문을 넘어서서 책 전체와 신구약 전체의 맥락 모두를 염두에 두는 설교... 아울러 자기 입맛에 맞추어 설교 본문을 편식하는 대신에 신구약 전체를 골고루 다루어 좌우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태도... 이 점에서 본다면, 신구약을 연결시켜서 하는 설교는 아주 훌륭한 통독설교의 한 방식이 될 것입니다~ 통독설교의 길에 주께서 함께 하시기를!

양미령 2005-01-25 12:26	늘 성실하신 교수님 고맙습니다.

강성열 2005-02-19 20:40	이 글은 한시미션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숲과나무>의 2005년 3월호 10-12쪽에 <성경통독, 편향적 성경읽기 극복의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습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성경통독하여 성경 세상 만들어갑시당~~

김숙 2005-03-22 20:19	교수님.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편식이라도 좋으니 영의 양식을 거르지(굶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영,육의 균형을 이루는 삶을 소망하며...

강성열 2005-03-22 20:34	그래요, 열심히 먹으시구려. 열쉬미~ 먹으면 균형잡힌 몸매, 영매(?)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말씀을 늘 먹여야 하는 목자인 신분에랴!! 제일교회의 모든 분들에게 안부 전해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