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땅은 하나님의 것이다!

강성열

2008-12-21 (일) 19:43 추천:428 조회:9511 125.xxx.57

<통독큐티 2008-11월호 바이블 칼럼>

땅은 하나님의 것이다!

성경의 기본적인 가르침에 의하면, 땅은 본질적으로 우리 인간에게 하나님의 선물로서 주어진 것이다. 이 점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통해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인 아브라함은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하나님께서 지시하실 땅으로 옮겨감으로써(창 12장) 약속의 땅 가나안을 선물로 받는다. 그 이후로 이어지는 족장들의 삶은 선물로 주어진 땅을 향해 끊임없이 유랑하는 순례자의 삶이라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주신 땅의 선물은 이스라엘 백성이 압제와 속박의 땅 애굽을 떠나 40년간의 광야유랑 생활을 마친 후 여호수아의 인도 하에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서 서서히 현실화된다.

그러나 선물로 주어진 가나안 땅은 결코 그들이 거저 얻을 수 있는 땅이 아니다. 그것은 약속의 땅이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지만, 동시에 위협과 유혹의 땅이요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을 통하여 정결하게 잘 가꾸고 지켜야만 하는 땅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사 시대와 왕정 시대를 거치면서 이스라엘 백성은 결국 땅을 선물로 주신 야웨 하나님 대신에 풍요와 다산의 신 바알을 섬김으로써 바알 종교로 오염된 그 땅에 점차 동화되어가기 시작하였고, 마침내는 하나님을 버리고 그의 법을 떠난 탓에 약속의 땅을 관리할 자격을 상실함으로써 선물로 주어진 땅으로부터 쫓겨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이것은 이스라엘 자손에게 있어서 땅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총에 의해 주어진 것이지 그들 스스로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들이 잘못했을 경우에 하나님은 언제든지 그 땅을 박탈하실 수 있다. 본질적으로 땅은 하나님의 선물이요 하나님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렘 2:7; 16:18).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을 받은 것은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것을 잘 관리하라는 위임 명령에서 비롯된 것이지, 그 땅을 마음대로 더럽히고 그 땅을 마음대로 독점하라는 뜻에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각 지파의 크기를 고려하여 땅을 나누어주라고 명하시거나(민 26:52-56), 여호수아가 그 명에 따라 각 지파에게 땅을 골고루 나누어준 것(수 18:1-10)은 사실 그러한 원리에 근거한 것이다. 땅의 경계를 나타내는 지계석(地界石)을 옮기는 것을 금지한 법(신 19:14; 27:17; 욥 24:2; 잠 22:18; 23:10; 호 5:10)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아무리 땅을 공평하게 분배하고 그 경계선을 잘 관리해도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땅을 팔아야만 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난다. 이러한 경우가 중첩되다 보면 토지의 독과점이 이루어지고 토지의 독과점은 결국 공평 분배나 청지기직 수행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발전될 수밖에 없다. 이것을 막기 위해 생겨난 것이 바로 희년 제도이다. 희년은 50년마다 반복되는 것으로서, 토지나 몸 또는 집 등을 부득이하게 팔았을 때에도 정해진 기간이 차면 그것들을 원주인에게 되돌려주는 해방의 해이다. 레위기 25장의 희년 법에 따르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은 일시적으로만 사고 팔 수 있을 뿐 영구적인 매매의 대상에서는 제외된다(25:23). 이스라엘 주변 세계와는 달리 땅은 왕이나 신전에 속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것이요 이스라엘 자손의 삶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생산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의도가 이러한데도 이스라엘은 땅과 관련된 이상의 기본적인 원리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왕의 절대적인 권력은 항상 땅의 사유화를 열망하였으며, 그 결과 나봇과 같은 억울한 희생자를 내게 되었다(왕상 21장). 지배 계층은 “집을 연달아 차지하고 땅을 차례로 사들이는 자들”이요 “빈터 하나 남기지 않고 온 세상을 혼자 살듯이 차지하는 자들”(사 5:8)이었다. 그들은 또한 “탐나는 밭이 있으면 빼앗고 탐나는 집을 만나면 제 것으로 만들어 그 집과 함께 임자도 종으로 삼고 밭과 함께 밭주인도 부려먹는”(미 2:2) 자들이요, 토지의 경계선을 침범하여 남의 땅을 빼앗는 자들이었다(호 5:10).

이러한 상황은 바벨론 포로로부터 돌아온 귀향민들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귀족들과 관리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이용하여 각종 밭과 포도원과 감람원, 집 등을 사유화하였으며 돈이나 물건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아 치부하기도 하였다. 가난한 자들의 부르짖음을 들은 느헤미야가 성공적으로 경제 개혁을 단행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부자들의 탐욕이 어느 정도까지 이르렀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느 5:1-13).

요컨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는 땅이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것이요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은총의 선물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동시에 인간은 본래 하나님의 땅 위에서 영원한 본향을 향해 유랑하는 순례자요 나그네로 살도록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하나님은 약속의 땅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셨으며, 땅의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법을 제정해 놓으셨다.

이 점은 오늘의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 시대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지나친 탐욕을 버리고 땅의 주인이신 하나님 앞에서 마음을 비워야 한다. 아울러 욕구 불만과 욕구 팽창의 양극단을 걷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법을 바로 가르쳐야 하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경제 정의가 확립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나님의 땅으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땅의 교회는 올바른 경제 질서와 땅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확립하는 데 앞장서야 하며, 경제 파수꾼의 역할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진영훈 2009-01-07 15:12	교수님, 요즘 우리교회에서 구약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교우들이 너무도 행복해합니다. 지금껏 성경공부라함은 '교리'를 반복하는 수준이었겠죠.^^ 언제 한 번 성서를 객관적으로 읽을 기회가 없었죠. 그러다 요즘 함께 공부하면서 한창 질문과 서로 간의 생각 나눔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모임이 되었습니다. 특히, 위에서 말씀하신 '땅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사상(말씀)이 왜 그렇게 이스라엘 평등공동체에 중요한 요소였는지, 왕정에 대해 날카롭게 질책했던 예언자들의 핵심사상은 어떤 내용이었는지 공부하면서 성서의 이해 폭이 확 넓어졌다고 좋아합니다. 교수님께 더 많은 배움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2006년 통계에 우리나라 주택보급율은 이미 105.9%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집 없는 가구가 45%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구 1%가 부동산의 51%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자료를 접하고 나니 교수님의 이 글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기축년에도 계획하신 일들이 선하게 이뤄지기를 기도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