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기도와 설교와 삶

강성열 2003-02-22 (토) 00:00 추천:677 조회:6304 211.xxx.125

<1999년 5월 호신대학보에 '최근의 책읽기에서 얻은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실은 글입니다>

지난 2월 말경에 갑작스럽게 심한 감기에 걸려 며칠 동안 고생하였다. 머리가 무겁고 몸이 편치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책상에 앉으면 눕고만 싶었고 평소에 하던 일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 동안 바쁘게 지내온 삶에 쉼이 필요한 것이려니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할 일 없이 마냥 누워있을 수만은 없어서, 서가에 꽂힌 책들 중에서 내용이 무겁지 않은 것들을 골라 읽기로 하였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읽어야지...’ 하면서 사두었던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손에 잡힌 것이 올 1월에 출판된 전병욱 목사의 「새벽 무릎」이었다. 요즘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이 책은 전반부에서 새벽기도 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그 진행 과정을 서술하고 있었고, 후반부에서는 새벽기도 시간에 설교한 사사기 강해를 수록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책 내용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저자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목회에 매달리고 있으며 젊었을 때부터 얼마나 책을 많이 읽는 목회자인가를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까 그가 쓴 다른 책들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에 있는 그의 책들을 모두 찾아서 읽어보았다. 「무너진 성벽을 재건하라」(나침반), 「마른 뼈도 살아날 수 있다」(나침반), 「낙타 무릎」(두란노), 「식어진 가슴에 불을 붙이라」(나침반), 「파워 크리스천」(규장) 등이 집에 있었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의 책들을 모두 읽고 나니까 너무도 평범한 사실, 곧 목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와 설교라는 점이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이 글을 쓰는 이 시점에 와서 생각하면 그의 얘기들 중에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한국 교회의 모든 목회자들이 목을 걸고 목회를 하면 한국 사회가 금방 뒤집어질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특히 기도와 설교에 목을 걸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이것은 요즘 들어서 새롭게 얘기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옛날부터 계속 얘기되어 오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얘기가 가슴에 와 닿은 것은 비단 목회 뿐만 아니라 신학 연구도 결국에는 목을 걸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전병욱 목사의 책을 모두 읽고 난 다음에는 김진홍 목사의 책을 읽고 싶었다. 그의 책을 읽고자 한 것은 1982년에 처음 출판된 「새벽을 깨우리로다」(홍성사)를 읽고서 받은 감동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쓴 많은 책들 중에 집에 사 둔 것은 「정금 같이 나오리라」(두레 시대), 「성공한 개혁, 실패한 개혁」(두레 시대), 「고난을 이기는 열두 달」(두레 시대), 「바닥에서 살아도 하늘을 본다」(두레 시대) 등이었다.

김진홍 목사의 책에서는 전병욱 목사의 책에서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목을 걸고서 목회를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굳이 둘 사이를 구별한다면 김진홍 목사는 목회자의 삶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 나름의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고통 당하는 이웃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삶이 있을 때 비로소 목회자는 자기 삶에서 우러나는 참된 설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설교를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는 삶, 곧 설교를 설교 되게 하는 삶이라는 얘기다.

뜻하지 않게 감기로 고생하면서 얻은 수확치고는 괜찮은 것 같다. 불과 며칠 사이에 두 사람의 책들을 두루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기도와 설교, 그리고 설교자로서의 바른 삶, 이 세 가지의 것들을 다시금 마음 속에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특히 무슨 일이든 목을 걸고 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전병욱 목사의 확신에 찬 메시지는 아직까지도 가슴에 저리도록 남아 있다. 우리는 과연 신실한 주의 종이 되기 위해 어느 정도 자신의 삶을 투자하고 있으며, 설교할 수 있는 삶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한 번쯤 자문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