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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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열  2022-07-15 (금) 21:49 추천:0 조회:253 121.xxx.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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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사진기자들이 좋아하는 말이다. 찍어서 기록해 둔 것이 눈과 마음의 기억보다 오래간다는 뜻일 테다. 글쓰기 강의 때마다 자주 되뇌는 말이기도 하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공기 중으로 휘발되지만 글은 어딘가에 남아서 어떤 형태로든 삶에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라는 상투적인 설명을 곁들이면서다. 삶은 두 가지로 구성된다. 눈에 보이는 구체적 세계와 눈에는 보이지 않는 추상적 세계. 눈에 보이는 현실을 얘기할 때 기록은 소중하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의 세계, 즉 마음 속의 기억과 추억이다. 그래서 글쓰기 못지않게 말하기도 중요하다. 말과 기억은 휘발성이 강하다. 그런데 그 휘발되는 것들이 종내 우리네 삶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실체다. 웨인 왕 감독의 영화 <스모크>에 연기의 무게를 재는 방법이 나온다. 피우기 전 담배의 무게를 재고, 불을 붙여 피우고 난 뒤 필터와 재를 더한 무게를 비교하면 연기의 무게가 드러난다. 영화 <21그램>에는 영혼의 무게 이야기가 나온다. 죽기 직전의 몸무게와 주검의 무게는 약 21그램의 차이가 나는데 그게 바로 영혼의 무게라는 것이다. 영혼은 생명을 잃은 몸에서 곧바로 빠져나간다는 데서 착안했을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건 연기를 호흡하는 것이지 연기의 무게를 알기 위한 일이 아니다. 뇌의 중요성은 무게에 있지 않으며 영혼 또한 무게로 가늠할 것이 아니다. 영혼은 마음의 고향이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정체성이다. 그 정체성 또한 휘발성이 강하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그러나 기록을 낳는 건 기억이다. 영혼이나 연기는 순식간에 날아가지만 그렇기로 그것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말도 그렇다. 내뱉는 순간, 휘발되지만 그 휘발된 말의 영혼과 연기는 우리의 마음 속 어딘가로 돌아와 영원히 유영한다. 기억과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글쓰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이지만 말하기의 중요성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징기스칸은 "내 귀가 나를 가르쳤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말을 경청했기에 그의 삶이 바뀐 것이다. 말이 그를 위대한 칸으로 만들었다. 말은 죽는다. 나이 들어 죽기도 하고, 입에서 나오자마자 죽기도 한다. - 최준영(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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