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예수는 생명의 떡이요...

익명 2003-04-26 (토) 00:00 추천:254 조회:2652 61.xxx.239

최근 한국 장로교 출판사에서 "예수는 생명의 떡이요 밥은 하늘 입니다" 가 출판 되었다. 이 책은 스콧틀란드의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오래 전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된 "The Bread for Today and the Bread for Tomorrow"를 번역 일부 수정한 책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밥에 관한 논문이다. 즉 빵의 문제를 신학화 한 글이다. 특별히 밥과 성만찬에 관한 글이므로 영국에서는 관심이 솔릴 만 하다. 영국은 성만찬 신학을 발전시켰다는 폴 틸리히의 말을 고려할 때 이 책은 주목받을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5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첫째, 구약에서의 식탁, 둘째, 신약성경에서의 식탁, 셋째, 한국민중의 식탁, 넷째, 작은교회의 성만찬, 다섯째, 결론 으로 맺어진다.
이 책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밥을 통한 사회변혁 내지 나눔의 실천과 그로 인한 분배 정의의 실현을 그 주요 테마로 한다.
이 책에서는 성만찬의 예전이 원래 역사적 예수의 식탁으로의 초대와 성서나 나타나는 소외된 자들을 식탁공동체로 초대하는 본문 및 여러가지 식탁관련 기사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식탁은 단순히 음식을 나누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식탁을 통한 교제를 바탕으로 사회의 모습이 투영되고 아울러 그 식탁의 교제는 사회변혁의 모토를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논문은 그 분야가 명확히 보이지 않을만큼 모호한 글이다. 내가 보기에는 성서신학의 글이 아니었다. 성서신학자들은 이런 방식의 논문을 즐겨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기독교 윤리의 글인가? 아니면 조직신학? 둘 다 아닌 듯 하다. 그러기에는 주제가 너무 포괄적인데다가 변증법적 논의가 거의 제외 되어 있다하리 만치 논쟁일변도의 논지를 피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글은 어떤 분야의 글인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종종 느낀점은 아직 한국사회에서 출판된 신학논문으로는 이런 글은 거의 처음이라 하리만치 낯선 그 무엇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뭐 이런 글이 다 있나? 싶었다.
그 글의 저자를 조금 알 고 있는데, 그 글의 저자는 자신이 기독교 사회윤리 전공자 라고 했다. 기독교 사회윤리 라는 과목이 그 역사가 짧은 최신 학문인데다 특히 한국에서는 아직 충분히 소개도 되지 않은 이런 분야의 글이 한국어로 번역 출판된 것은 주목할만 하다.
특별히 동학과 민중신학, 그리고 작은교회의 현장감 있는 성찬식의 광경을 모델로 하여 성만찬이 약한 한국교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려 한 이 글은 앞으로 교회가 세속과 분리되어 주일날만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아닌 삶과 예배, 그리고 실천과 식탁이 분리되지 않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그 무엇을 추구하는 이 논문은 실천적인 분야의 글인 셈이다. 따라서 이 글은 논쟁일변도의 변증법적 논지를 넘어서 실천을 지향하기에 성서신학자나 예배학자들에게 강한 태클을 받을 여지도 남겨 두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몽주의 파라다임의 학문체계가 갖는 신학의 4중 구조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면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또 하나의 소감은 "무신론자인 사회주의 자 보다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사회주의 자가 더 무섭다" 는 도스또옙스키의 글에 나오는 문구처럼 무신론에 근거한 전체주의 국가의 모델이 아니라 예수 운동의 공동체를 통한 사회 변혁에 관심이 있고, 그것은 오늘날의 예배에서도 결코 예외가 아님을 강조한다. 이 논문은 교회의 교회됨과 예배의 예배됨 그리고 특별히 한국 개신교에서 약화된 성만찬의 성만찬 됨을 회복하여 참된 예배는 사회로의 전이를 통해 보다 나은 사회로의 행보 즉 교회를 통해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주권이 임하며 교회 구조를 통해 하나님의 공의를 실천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 논문은 근세 서구의 종교사회주의 자들과 같은 맥락을 지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표면적으로 보면 민중신학의 글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 보면 종교사회주의 같아 보일지 모르나 이 논문은 그러한 시도들을 전형적으로 거부한다.
이 글은 인간의 자의식과 인본주의를 통한 이상사회의 건설을 꿈꾸어 왔던 근세 서구의 계몽주의와 사회주의의 이상을 철처히 거부하려 한다. 이 논문은 한국의 동학의 밥 사상 역시 하늘과 땅이 분리되지 않아 하늘에 대한 초월성을 간과한 점을 은연중 지적한다. 이 글은 하나님의 주권에 힘이 실리고 그 주권이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을 통하여 이 땅에서 하늘의 뜻을 실현하려 했던 역사적 예수에게 관심이 솔리는데, 그 예수의 삶 중 특별히 식탁에 관심이 솔린다. 이러한 저자의 신학적 관점은 현대의 신정통주의 라고 불리우는 칼 바르트나 본회퍼의 신학과도 한편으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글에서 칼 바르트나 본회퍼는 인용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 점에 있어서 이 글은 계몽주의 시대의 낙관론에 대한 반성을 근거로 한 신정통주의(New Orthodox)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여겨진다. 이 글을 읽은 때 내가 받은 느낌은 기독교 정당의 현재성 이라도 추구해 보려 하는 듯한 인상까지 받았다. 예를 들면 논색당은 환경을 추구하고, 사민당은 분배의 정의를 추구하듯이 기독교는 하나님의 정의를 예배와 성만찬과 실천을 통하여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독교 당의 정치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 글은 일반 사회의 정당 같은 그런 당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당으로서 역사적 예수가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려 했던 것 처럼 우리도 이 땅에서 예수의 뜻을 본받아 하나님의 뜻을 이 세상에서 전하고 실천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초대 예수운동의 공동체는 세상으로부터 사람들을 불러 내었지만 그들은 다시 세상으로 파송되었다. 교회는 세상 가운데서 그런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영혼구원 문제에 치중했던 그 간의 한국강단의 현실을 생각해 볼 대 이 글은 현 교단의 실태에 대해 공격을 가하게 되는 셈이다.
일반 정당들은 자신들의 정책과 정치철학을 토대로 사회에 참여하지만 그리스도의 교회는 인본주의의 한계를 넘어서 하늘로부터 오는 은혜를 통하여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지는 은혜와 그에 따른 상상력과 기대감을 통하여 세상으로 향해 가기를 바라는 것이 이 논문의 특징이다. 다시 말해 일반 사회정당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여 그것을 통해 하나님의 의를 대언하고 예배와 식탁교제를 통하여 사회정의 실천에 그 중점이 실리는 글이다.
이 논문이 한국사회와 교계에 널리 알려져 논쟁도 하고 반문도 하며, 같이 토의도 해 보는 귀한 시간들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