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장로교의 제도와 만인 사제설

익명(펌글) 2003-10-25 (토) 00:00 추천:297 조회:3337 61.xxx.107

우리는 교회에서 흔히 "장로님 장로님 우리 장로님" 이라는 말을 들어볼 수 있을지 모른다. 나는 그런 식의 말을 들어 보았다. 그 말의 뜻에는 장로에 대한 존경의 뜻이 포함된다.
장로는 여러명이 있지만 어떤 장로는 존경을 받고 어떤 장로들은 손가락질을 당한다. 어찌보면 장로란 참 어려운 자리이다.
보통 한국 장로교단에서 장로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중직이자 항존직이다. 예수교 장로회 통합교단 헌법에 보면 장로는 크게 두 분류로 나누어 진다. 그 첫째는 설교와 치리를 하는 장로와 치리만 하는 장로가 있다. 우리는 설교와 치리를 행하는 장로를 "목사" 라고 부르고, 치리만 행하는 장로를 보통 "장로"라 부른다. 편의 상 목사와 장로로 구분해서 부르겠다.
현재 통합교단이 취하고 있는 장로 제도는 근세 서유럽에서 유래한 개혁교파 그 중에서도 칼빈파에서 유래하는데, 위그노나, 퓨리탄, 장로파, 고이센 중에서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는 엄격히 말하기 힘들다. 대체로 한국에 들어온 칼빈파는 미국 북장로파와 남장로파 그리고 호주 장로파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영미권 중심의 칼빈파가 한국에서 자리 잡았다고 보여진다.
이 교파의 제도적 특징은 "민주적"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의회의 대의 정치를 본 떠온 의회 민주주의 혹은 대표자를 통한 회의제도가 주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근세 서양에서 칼빈파가 추구한 그 무엇과 한편으론 통한다. 뿐만 아니라 근세 서양의 3대 민중혁명(영국의 대혁명, 프랑스 혁명, 미국의 독립전쟁)으로 분류되는 것 중 하나인 영국의 혁명, 일명 청교도 혁명과 한편으론 통한다. 아울러 이러한 칼빈파의 특징은 네들란드의 독립전쟁과 독일의 30년 전쟁 모두에 직.간접으로 관련 되어 있다.
따라서 칼빈파의 특징은 인류가 추구해 온 종교제도 중 현재까지 존재하는 종파중 어찌보면 가장 현대적이고, 가장 발전된(?) 민주주의 제도에 근거한 특징이 있을지도 모른다.
달리 말하면 인류가 살아 오면서 산출했던 그 많은 종교적 부산물 중 시대정신에 맞게 그리고 가장 합리적이고 현대화 된 제도라는 점이다. 한국의 선조들은 바로 이러한 제도를 발전시켰다. 이는 남한이 추구해 왔던 민주주의 제도와 한편으로 부합되는 면이 있다고 여겨진다.
루터의 주장 중 하나인 "만인 사제설"이 있다고 배웠는데, 이는 현재 한국의 칼빈파에서 실현하려 하고 있는 것 중 하나인지 모른다. 쉽게 말하면 "성직"의 일반화(?)가 추구되어 누구나 하나님 주신 소명 안에서 세속적인 직업을 가지고 그에 따라 봉사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장로파는 바로 그러한 것을 추구한다. 현재 한국에 있는 장로파 역시 그런 면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교회에서 "장로님 장로님 우리 장로님" 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 보는 것은 그렇다면 그러한 장로들이 되는 여건이 주로 어떤 것인지를 따져 보자는 것이다. 그건 교회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도시의 비교적 교인숫자가 많고, 자력으로 유지가 잘 되는 교회들을 기준 해 보았을 때, 나타난 현상은 전반적으로 장로란 그 교회에서 오랫동안 봉사 했거나 아니면 사회적으로 신분이 높고, 돈이 많은 사람들이 장로가 된다. 이러한 영향은 경우에 따라서 목사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나는 그런 경우들을 종종 보아왔다. 쉽게 말하면 목사는 청빙을 받는 사람이고, 장로는 그 교회에 터줏대감 이다. 그렇다면 누가 더 교회에서 영향이 있는가? 나는 여기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 "섬기는 자가 되라!"는 일단 뒤로 하겠다. 왜냐하면 그건 어디 까지나 당위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 장로파 중 통합교단에서 장로가 차지하는 힘은 대단해 보인다. 게다가 서울에 유명한 교회들에서는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목사가 같이 의논하고 행정하고 무엇을 추구 한다고 할 때, 과연 목사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이겠는가?
위에서 나는 목사란? 모름지기 존경을 받아 민주적으로 교인들에게 청빙을 받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오용되면 장로는 목사를 고용하는 사람이고, 목사는 고용되는 입장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오늘날처럼 신학교와 신학생들이 많은 여건에서는 더욱 더 이런 일을 부추긴다. 교회 하나 자리나면 이력서가 몇 장 들어오는 줄 아는가? 그것이 시골 교회라도 그렇다. 이럴 경우 목사 청빙에 대한 제도는 법에 명시된 그런 민주적이고 존경을 받는 그래서 청빙받는 그런 요건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이력서와 인사청탁에 관련된 경쟁에 가까운 것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선의의 경쟁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일까? 내가 경험하는 바로는 좋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또 설령 청빙을 받았다 할지라도 버티지 못하고 쫓겨가는 목사들도 많고, 심지어는 위임까지 해 놓고도 결국은 얼마 못가서 교회를 떠나는 목사들도 알고 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칼빈이 과연 이런 모습을 원했을까? 아니 칼빈이 과연 자신의 뒤를 이어 유럽에서 형성된 칼빈파 교도들에게 찬성을 할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소위 칼빈파의 꽃을 피웠던 스콧틀랜드의 장로파, 그의 본산지인 에딘버러 대학교 신학부에서 칼빈을 오늘날 어떻게 보고 있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더 놀라운 것은 장로파 신학대학들이 칼빈에 대해 공부를 할까? 얼마나? 호신에서는 칼빈은 놔 두고 칼빈의 후계자로 연관 될 수도 있는 칼 바르트의 신학도 강의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