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수분 ㅡ 전영택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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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열  2020-11-29 (일) 13:03 추천:0 조회:359 121.xxx.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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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은 원래 ‘보배의 그릇’이란 뜻으로 그 안에 물건을 넣어두면 계속 불어나는 것을 뜻하며, 요즘은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쓰이기도 하는데, 가난한 주인공 부부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전영택의 소설 화수분에 그 점이 잘 드러나 있다. [ 화수분 ㅡ 전영택 소설 ] 초겨울 몹시 추운 어느 날, 행랑방에 있는 아범이 서럽게 흐느껴 우는 소리를 듣고, 우리는 그 까닭을 알려다가 그냥 잠이 들고 말았다. 올 가을에 들어온 행랑 아범의 이름은 화수분이다. 재물이 자꾸 생겨서 줄지 아니함을 가리키는 말이 ‘화수분’인데, 그의 아버지가 아들이 잘 살기를 바라며 아들의 이름을 화수분이라 지었다고 한다. 원래 살만한 집에서 셋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화수분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가난한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 하루 하루 연명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의 가족은 다리를 저는 아내와 두 딸이 있고 아내의 뱃속에 아기가 잉태되어 있었다. 그 해 가을에 화수분은 아내와 어린 딸 둘을 데리고, 우리 집 행랑채에 들어와 살았다. 화수분은 막벌이를 하였으나, 거의 한 푼도 벌지 못하고 빈 손으로 들어오는 날이 많았고, 화수분과 그 가족은 굶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화수분의 아내는 아홉 살 된 맏딸을 강화에 사는 남의 집에 주고 말았다. 그 아이라고 굶어 죽게 하는 것 보단 제대로 먹고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가을날 멀리 사는 부자인 형에게서, 일을 하다가 발을 다쳐서 병상에 누웠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흉년이 들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형은 화수분에게 시골로 돌아와서 집안일을 돌봐 달라고 편지에 적었다. 화수분은 “나리, 당겨 오겠습니다. 가서 추수나 해주고 곧 오겠습니다. 거저 나리 댁만 믿고 갑니다”하는 말을 남기고, 고향 양평으로 갔다. 아내는 주인집 일을 도우며 연명했고, 남편이 늦가을쯤 쌀 한 가마니 가지고 올 것을 기다렸으나,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와도 화수분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는 주인집에 부탁해서 편지를 써서 보낸 후 불편한 다리로 어린애를 업고서 남편을 찾아 나섰다. 주인집 사람은 그녀가 가다 얼어 죽지나 않을까 걱정을 했다. 한편 화수분은 고된 농사일을 하다가 열병에 걸려 누워 있었는데, 마침 화수분도 아내의 편지를 받고 아픈 몸으로 옷을 갖추어 입고 서울로 돌아오고 있었다. 추운 겨울날 칼날 같은 바람이 빰을 치는 높은 고개에 이르러 화수분은 희끄무레한 물체를 발견하였다. 나뭇가지를 깔고 어린 것을 꼭 안고 웅크린 채로 눈 위에서 떨고 있는 아내와 어린 딸 옥분이었다. 화수분은 달려들어 아내를 안았다. 아내와 화수분은 말을 못했다. 다음날 아침 나무장수가 젊은 남녀의 껴안은 시체와, 자다가 막 깨어난 어린애가 등에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시체를 툭툭 치는 것을 발견하였다. 나무장수는 그 어린 것만 소에 싣고 간다 참으로 눈물나는 이야기이다. 100년이 조금 모자란 1925년경의 과거 한국 생활상을 알 수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가난했던 그때 얼마나 많은 고단한 이야기들이 시간의 커튼 속에 숨어 있을까. 지금을 감사하며 산다는 게 참 중요한 것 같다. ♤ 작가 전영택(田榮澤, 1894-1968)의 호는 늘봄. 그의 단편 ‘화수분’은 자연주의 계열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초기 한국 문학의 특이한 작가이다. 평양에서 출생하여 평양 소재 대성중학을 거쳐 일본 아오야마 학원 문학부와 신학부를 졸업하고 도미하여 캘리포이나 주 퍼시킥 신학교에서 공부한다. 1918년 김동인 주요한과 더불어 한민족 최초의 문학동인지인 <창조>를 창간했고, 1935년에는 기독교 잡지인 <새사람>을 발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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