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칼럼] 뜨거운 가슴으로 노래를 회복해야 - 송병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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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열  2011-11-29 (화) 23:23 추천:101 조회:1486 221.xxx.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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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 독일개신교회 대표단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일이 있다. 6.15 선언 이후 남북관계가 ‘물 흐르듯’ 할 때였다. 게다가 독일은 북한과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고 있어서 분위기가 더 우호적이었다. 비자도 베를린 시내의 북한 대사관에서 받을 수 있었다. 그때 독일인들과 대동강 변을 산책하던 중 수건돌리기를 하던 아이들 무리를 발견하고 그 사이에 비집고 들어갔다. 같은 반 친구들처럼 보이는 교복을 입은 30여명의 남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낯선 어른을 내심 싫다는 표정 없이 놀이에 끼워주었고, 나는 독일인들에게 남북 사이가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듯 아이들과 수건돌리기를 계속하였다. 아이들은 술래에게 잡히면 그 벌칙으로 벌떡 일어나 노래를 불렀다. 그때 들은 노래가 ‘이 밤도 전선길’, ‘장백산 줄기줄기’ 따위였는데, 결국 집중 공격을 받은 나도 잡혀서 ‘고향의 봄’을 불렀다. 아이들도 함께 노래하였다. 그때 술래에게 잡힌 한 아이가 아주 재미있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 모두들 따라 불렀는데, 어찌나 호흡이 척척 맞든지 아마 당시 아이들 사이에 크게 인기 있는 노래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들었으니 말이다. 나는 소년궁전에서 안내하던 여자 아이에게 가사를 적어 달랬고, 단숨에 가락까지 외웠다. “춘향도령 사랑에도 방자가 방자가 있어야지/ 견우직녀 만나자면 오작교 오작교 있어야지/ 랄라라라 누구나 혁신자이라면/ 어디서나 만나게 오작교 놓아주리”. 이 노래는 TV 어린이 드라마인 '이상한 동굴‘ 주제가라고 하였다. 노랫말에는 통일이나 민족과 같은 어려운 단어는 들어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랑이야기 속 방자처럼, 안쓰러운 전설 속 까마귀와 까치처럼, 남북관계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을 통해 정분을 맺게 될 것이라는 즐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혁신자란 단어가 그런 의미로 쓰인다는 것도 새삼스러웠다. 노래 경험은 이뿐 아니다. 하루는 평양 시내 낙랑가정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이번에는 아이들 놀이와 달리 낯설고 인위적인 분위기 때문에 잔뜩 주눅이 들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낯이 익숙해지고, 찬송가를 함께 부르면서 마음을 조금씩 열었다. 북쪽 교인들이 특송을 하면 남쪽 방문자들이 이어 부르고, 남쪽 교인들이 특송을 하면 북쪽 교인들이 또 자처하고 나섰다. 그것을 지켜보던 독일인들도 마지못해 루터의 ‘내 주는 강한 성’을 불렀다. 마치 노래 시합이라도 하듯 경쟁적으로 부른 기억이 선명하다. 이제 시간이 다 되었다. 우리는 ‘돌아와 돌아와’를 함께 부르며 마무리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찬송가에는 “집을 나간 자여 어서와 돌아와 어서와 돌아오라”인데 북쪽 찬송가에는 “버린 자식이여 어서와 돌아와 어서와 주께 오소”라고 되어 있었다. 모임을 끝낼 그때, 비로소 방문 밖에서 어슬렁거리던 안내원이 눈에 띄었다. 사람을 밖에 세워둔 채 우리만 앉아있었다는 미안한 마음에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박 지도원 왜 거기 있습니까. 이리로 들어오시오”. 그랬더니 돌아온 그의 대답이 놀랍다. “그렇담 내가 ‘버린 자식’이란 말이군요”. 그는 내심 찬송가 가사 하나하나를 듣고 있었다. 그도 ‘버린 자식’이란 말이 가슴에 와 닿았나 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그렇게 열심히 불러왔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더 이상 부르지 않는다. 국민가요처럼 누구도 거부감 없이 부르던 그 노래를 더 이상 열심히 부르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예전과 달리 통일이 우리의 관심사에서 그 만큼 멀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로서의 통일이 너무 이상에 치우친 것이라고 판단했을까? 아니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합리적 과정이 결여된 지나치게 감상적이어서일까? 노래를 부르지 않으니 통일에 대한 뜨거움이 식은 것은 아닐까? 우리는 더 열심히 노래해야 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그 노래를 부르면서 다시 뜨거운 눈물을 회복해야 한다. - 송병구 목사(KNCC 화해통일위원, 평통기연 운영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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