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8복 강해(5): 긍휼과 사랑으로 충만한 삶 (마 5:7)

강성열 2003-06-03 (화) 00:00 추천:494 조회:8751 211.xxx.125

긍휼이라는 것은 곧 자비(mercy)를 의미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어리고 약한 사람에게 베푸는 사랑을 뜻할 수도 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상대방의 입장에 들어가서 그의 생각과 감정을 함께 경험하고 느끼는 태도를 가리킨다. 남을 이해하는 것이다. understanding이다. 남의 밑에 들어가는 것이다. 막내 아들 녀석이 무거운 쌀 포대를 든 아빠를 위해 아파트 입구 유리문을 열어 주는 것도 그에 해당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 역시 긍휼의 한 태도인 것이다.

또 다른 예: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미국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학생이 뇌종양에 걸려 암 치료를 하는데, 머리를 다 깎아야 했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학급의 친구들이 부모님들께 부탁하여 자기들도 모두 머리를 깎아달라고 한다. 그 친구를 위해서 말이다. 이 미담이 신문기자에게까지 알려져서 아이들의 머리 깎는 모습이 신문에 실린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눅 10:30-37)가 긍휼의 참된 의미를 잘 가르쳐준다.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난 사람을 사마리아 사람이 돌보아준다. 제사장과 레위인도 피한 사람이었는데, 원수처럼 여기는 사마리아 사람이 그를 보살핀 것이다. 긍휼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로마서 12:15=“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며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

마태복음 18장에 보면 임금에게 1만 달란트 빚진 자가 있었다. 임금이 그에게 그의 몸과 처와 자식 및 모든 소유를 다 팔아 갚으라고 명한다. 임금은 그를 불쌍히 여겨 그의 빚을 면제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그는 자기에게 100 데나리온 빚진 자를 만난다. 멱살을 잡고서 갚을 것을 독촉하고 상환이 불가능함을 알자 고발하여 감옥에 갇히게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임금이 그를 부른다. “내가 너를 불쌍히 여김과 같이 너도 네 동료를 불쌍히 여기는 것이 마땅치 아니하냐?”고 책망하면서 그를 감옥에 가둔다. 야고보서 2:13=“긍휼을 행하지 않는 자에게는 긍휼 없는 심판이 있으리라.” 이것은 긍휼이 남을 용서하는 마음과도 같은 것임을 의미한다. 마태복음 18:35이 그 점을 잘 보여 준다: “너희가 각각 중심으로 형제를 용서하지 아니하면 내 천부께서도 너희에게 이와 같이 하시리라.”

사람들은 남의 죄를 너무 객관시하는 버릇이 있다. 그의 입장에 돌아가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의 입장에 들어가서 생각하면 그의 문제가 나의 문제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남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여긴다. 충고나 권고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판하고 책망만 하면 안 된다. 때로는 묵인하고 모르는 척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다윗이 그러했다. 사울에게 쫓겨 다니던 시절의 다윗은 엔게디 황무지에서 3천명의 병졸들과 함께 동굴에 있던 사울을 죽이지 않고 겉옷 자락만을 벤다(삼상 24:1-4). 다윗은 자신이 하길라 산(십 황무지)에 숨었을 때 사울이 3천명의 병졸과 함께 자기를 잡으러 왔을 때에도 그를 죽이지 않고 창과 물병만을 취한다(삼상 26:1-12).

긍휼은 마음 속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뒤로 미루는 태도는 참된 긍휼이 아니다. 사마리아인이나 다윗의 태도를 보라. 그들을 뒤로 미루지 않는다. 위험을 무릅쓴다. 요한일서 3:17=“누가 이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형제의 궁핍함을 보고서도 도와줄 마음을 막으면 하나님의 사랑이 어찌 그 속에 거하리요?”

성 프란시스는 추운 겨울날 말을 타고서 산책을 하다가 구걸하는 한 거지를 만난다. 무엇을 원하는지 묻자 추위를 막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 외투를 벗어준다. 그러자 그 거지는 외투를 입어도 추우니 꼭 안아줄 수 없냐고 요청한다. 그런데 그는 나병환자였다. 그래도 그는 그 거지를 끌어안아 주었다. 그 순간 그가 사라지고서 하늘에서 음성이 들렸다: “네가 이처럼 나를 사랑하는 것을 이제 알았다.” 이 경험을 계기로 그는 부자 집 아들의 지위를 버리고 수도승이 된다.

긍휼의 최고 모범은 예수님이다. 그에게는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래서 그는 기회 있는 대로 사람들을 고치셨고 그들을 먹이셨다: “예수께서 모든 성과 촌에 두루 다니사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 무리를 보시고 민망히 여기시니 이는 저희가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유리함이라”(마태 9:35-36).

그는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였고 병자들의 이웃이었다. 5병 2어 사건도 목자 없는 양처럼 유리 방황하는 자들을 긍휼히 여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도 바울도 긍휼히 여기는 삶의 태도를 적극 권장한다: 에베소서 4:32=“서로 인자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

긍휼은 공로나 업적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이다. 하나님의 구원 자체가 사실은 본질적으로 그의 긍휼하심에 힘입은 것이다: “여호와의 자비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이 크도소이다”(애 3:22-23); “우리를 구원하시되 우리의 행한 의로운 행위로 말미암지 아니하고 오직 그의 긍휼하심을 좇아 중생의 씻음과 성령의 새롭게 하심으로 하셨나니”(디도 3:5).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긍휼을 실천해야 한다. 바울은 하나님의 은사와 직분을 맡은 자들이 어떻게 봉사해야 하는가를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권면한다: “혹 권위하는 자면 권위하는 일로, 구제하는 자는 성실함으로, 다스리는 자는 부지런함으로, 긍휼을 베푸는 자는 즐거움으로 할 것이니라”(롬 12:8).

예: <가시고기>(조창인, 2000년 1월) 156-157쪽: “엄마 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에 어디론가 달아나 버린다.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말이다. 아빠 가시고기가 혼자 남아서 알들을 돌본다.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알들을 보호한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 고기들은 아빠 가시고기를 버리고 제 갈 길로 가버린다. 새끼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쳐박고 죽는다.”

이 소설의 아버지는 초 3 아들의 백혈병 치료를 위해 망막까지 판다. 마침내 아들을 치료하는 데 성공하지만 자신은 간암에 걸려 죽는다. 아버지의 긍휼과 사랑은 억지에 의한 것이 결코 아니다.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전혀 억지가 아니다. 기쁨과 즐거움으로 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억지로 십자가를 지신 것이 아니다. 그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기쁨으로 십자가의 모진 고통과 죽음을 겪으셨다. 우리가 실천해야 할 긍휼과 사랑도 이러해야 할 것이다.

긍휼히 여기는 자에게는 어떠한 복이 주어지는가? 긍휼히 여김을 받게 된다(마 5:7). 이에는 두 가지가 있다. (1) 다른 사람들에게서 긍휼히 여김을 받는다. 긍휼을 되돌려 받는다는 얘기다.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이 그렇게 되게 하신다. 북한에 한 중학교 교사가 있었다. 인심 좋기로 유명했다. 전쟁 중 월남하다가 백령도 부근에서 잡혔다. 처형당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데 총을 든 감시원이 그를 도왔다. 과거에 그의 긍휼을 입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밤중에 그 교사를 도피시켜 주었다. 긍휼을 되돌려 받은 것이다.

(2) 하나님이 직접 그를 긍휼히 여기신다. 바울을 자기를 긍휼히 여긴 오네시보로에게 긍휼을 베풀어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한다: “원컨대 오네시보로의 집에 긍휼을 베푸시옵소서. 저가 나를 자주 유쾌케 하고 나의 사슬에 매인 것을 부끄러워 아니하여 로마에 있을 때에 나를 부지런히 찾아 만났느니라”(딤후 1:16-17). 그러나 긍휼을 베풀지 않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엄한 심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강성열 2023-10-22 08:35	2023-10-22 naver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