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처음 행위를 회복하라!

강성열 2003-03-02 (일) 00:00 추천:679 조회:9236 211.xxx.125

설교: 히스기야의 실수(왕하 18:3-16)

이스라엘 왕들 중에 히스기야라는 유명한 왕이 있다. 그는 요시야와 더불어 남왕국 유다의 왕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왕으로 알려져 있다. 남왕국의 12번째 왕이었던 그는 25세에 왕위에 올라 29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다. 그에게 있어서 훌륭한 점은 왕위에 오르자마자 대대적인 개혁 정치를 실시했다는 데에 있다. 열왕기하 18:3-4에 의하면, 그는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였으며, 당시 유다 백성들이 음란하게 섬기던 각종 우상들을 남김없이 제거하였다.

그가 이처럼 열심히 “하나님을 의지”하고 또 “여호와께 연합하여 떠나지 아니하고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주신 계명을 부지런히 지켰던” 까닭에, 하나님께서도 그와 함께 하여 주셔서 그가 무엇을 하든지 형통하게 해주셨다(왕하 18:5-7). 이에 힘입어 히스기야는 이제껏 조공을 바쳐왔던 앗수르를 과감하게 배척할 수 있었다. 당시에 앗수르 제국은 북왕국 이스라엘을 멸망시키고 또 남왕국 유다를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억압하고 있었는데, 히스기야의 독립정책으로 남왕국은 앗수르의 압제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히스기야는 과거에 블레셋에게 빼앗겼던 땅을 상당 부분 회복할 수도 있었다(왕하 18:7-8).

그런데 그에게도 시련의 때가 있었다. 그가 왕위에 오른 지 14년째 되던 해에 앗수르 왕 산헤립이 큰 군대를 이끌고서 남왕국을 쳐들어온 것이다. 뜻밖의 공격을 받은 히스기야는 속수무책으로 자기 나라의 “견고한” 성읍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어야만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아무래도 앗수르에게 항복하고 예전처럼 조공을 바치는 것이 현명하겠다고 판단하고서, 하나님의 전과 왕국 곳간에 있는 금과 은을 몽땅 긁어 앗수르 왕에게 선물로 바쳤다(왕하 18:13-16).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갖는다. 하는 일마다 형통함을 입었던 그가 왜 이토록 무기력하게 무너져야만 했을까 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 원인은 그가 어떻게 해서 형통함을 입었는지를 돌이켜 볼 때에 분명하게 밝혀진다. 하나님께서 범사에 그를 형통하게 하신 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하나님 중심의 신앙을 견지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견고한” 신앙은 그 나라 안에 있는 성읍들을 “견고”하게 해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통치 14년째 되던 해의 성읍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원인은 하나 밖에 없다. 그것은 하나님과 연합하고 그에게 의지했던 이전의 확고한 신앙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는 예루살렘이 함락되기 직전에 앗수르 왕에게 사신을 보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범죄하였나이다. 나를 떠나 돌아가소서. 왕이 내게 지우시는 것을 내가 당하리이다”(왕하 18:14). 무엇이든지 시키는 대로 할 터이니 제발 군대를 거두어 돌아가 주십사 하는 비굴한 요청을 한 것이다. 결국 히스기야는 앗수르 왕이 요구한 조공을 바치는 조건으로 나라의 운명을 건질 수 있었다.

비록 그가 이처럼 예루살렘 함락의 위기를 잘 넘기기는 했지만, 그가 앗수르 왕에게 한 말은 전적으로 하나님을 의지하던 그에게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정상대로라면 그는 앗수르의 공격에 직면하여 당시의 정치 고문이던 예언자 이사야를 찾아 의논하든가, 아니면 하나님께 온전히 매달려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신앙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강대국의 무력에 굴복하는 연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나님을 향한 그의 굳센 신앙이 이토록 무디어진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그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닥친 기득권층의 반발을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권력자가 다 그렇지만 히스기야 역시 자신의 권력에 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개혁이 진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성취감에 사로잡혔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개혁에 장애가 될 만한 요소들을 끝까지 척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른바, 하나님을 향한 “처음 사람”이 식어버린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우리의 신앙생활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처음의 열심히 식게 마련이다. 특히 개인적인 성취가 많아질수록, 신앙의 연륜이 깊을수록 그렇게 될 위험성이 높아진다. 사람 마음 속에는 모든 일의 결과를 하나님께 돌리기보다는 자신의 업적으로 치부하는 못된 습성이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울 사도도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2)고 경계하지 않았던가! “‘날마다 죽는다”(고전 15:31)는 그의 신앙고백 역시 마찬가지이다. 처음 신앙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날마다 자신을 쳐서 복종시키는(고전 9:27) 경건의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히스기야는 이 일에 성공했다. 그는 앗수르 군대가 다시금 쳐들어 왔을 때(왕하 18:17) 자기 옷을 찢고 굵은 베를 입는 한편으로, 이사야에게 사람을 보내어 하나님의 뜻을 물었던 것이다(왕하 19장). 이처럼 기도로, 믿음으로 하나님께 매달렸던 히스기야는 마침내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앗수르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고, 나중에는 죽을 병에서 구원 받기도 하였다(왕하 20장). 자신이 어디에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해 내고서 처음 행위를 되찾음으로 해서 지난날의 형통함을 회복한 것이다. 무릇 하나님을 믿는 자라면 누구나 히스기야처럼 행복한 결말을 맞아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늘 긴장된 모습으로 주님과 연합하는 삶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강성열 2005-02-19 20:37	이 글은 한시미션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숲과나무>의 2005년 3월호 160-161쪽에 약간 손질된 채로 실려 있습니다. 누구나 히스기야처럼 실수할 수 있답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밑거름으로 하여 다시금 새롭게 일어서는 태도이지요. 우리 모두 히스기야처럼 실패와 실수를 딛고서 힘차게 일어섭시다~

강성열 2011-08-27 20:19	2011-2-4 방림교회 목회자 글방에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