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역행적(逆行的)인 근심: to be or to do

강성열 2004-06-07 (월) 19:10 추천:653 조회:10254 218.xxx.92

교회와 기독교인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더 정확하게는 9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교회가 하향 성장길에 접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젊은층들이 점점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좋지 않은 얘기도 들린다. 실제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어떤 일간지의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앞으로 종교를 갖는다면 어떤 종교를 갖겠느냐는 물음에 개신교(16퍼센트)가 천주교나 불교(각각 33퍼센트)의 절반 밖에 안 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이 한국 교회의 하향 성장에도 그 나름의 원인이 있다. 이를테면 생활수준의 향상에서 비롯된 향락문화와 레저 산업의 번창, 무인가 신학교의 난립과 관련된 목회자의 자질문제, 개교회주의나 기복주의에서 생겨나는 부정적인 교회 이미지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가 사회일반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일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결부되어 있는 대형 사고나 각종 부정 사건들이 그러한 이미지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가 그 동안 세상과 사회의 변화를 위하여 한 일이 별로 없다는 비판이 교회가 처한 상황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아직껏 교회는 그렇게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비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떻게 하면 일반 사회인들이 자신에게 대하여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우리는 마가복음 10장 17절에서 22절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본문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재물이 많은 한 젊은 관원이 예수님께 나아와 영생 얻는 비결에 관하여 묻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세상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참된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비록 현세(現世)에 대한 만족감은 충분했지만, 영생에 대한 확신이 그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영생 문제에 관한 근심, 그가 예수님께 나아와 무릎을 꿇은 것은 바로 이 근심 때문이었다. 그는 예수님을 선한 선생님이라고 부름으로써, 예수님이야말로 선행을 많이 쌓아 영생을 얻은 분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물론 이러한 생각의 배후에는 선행을 쌓으면 영생이 확보된다는 율법주의적인 태도가 감추어져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의 질문에 대하여 하나님 한 분 밖에는 선한 이가 없다고 말씀하심으로써, 그의 율법주의적인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셨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자신이 선행으로 영생을 얻은 자가 아니요, 어느 누구도 선행으로는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답변이었다. 달리 말해서 인간의 선행은 결코 하나님의 절대적인 선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그 부자 청년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보다 분명하게 깨우치기 위해 십계명의 두 번째 돌판에 있는 계명들을 언급하셨다. 아마도 예수님은 그에게는 인간이 아무리 선행을 쌓아도 하나님 앞에서는 여전히 죄인이라는 고백을 듣고 싶어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 청년은 예수님의 질문 속에 감추어진 진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자기가 그 계명들을 남김없이 잘 지켰노라고 자랑하였다. 그는 율법을 행하는 과정에서 죄인 됨을 깨달은 것이 아니라, 왜 율법을 잘 지켰는데도 영생에 자신이 없는지를 궁금해 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 대화를 통해서 신앙생활의 첫 번째 단계가 “무엇인가를 행하는”(to do)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 앞에 “어떤 존재인지”(to be)를 아는 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원이나 영생이라는 것을 내가 죄인임을 깨닫고 믿음으로 하나님의 선물을 받아들임으로써 주어지는 것이지 무언인가를 열심히 행해야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부자 청년의 잘못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to be 보다 to do를 더 앞세운 까닭에 영생에 자신을 갖지 못한 것이다.  

예수님은 그 청년의 노력과 열심을 칭찬하셨지만 그에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음을 지적하셨다. 그 한 가지 부족한 것은 사실 영생에 자신감을 갖기 원하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고, 또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명하신 것은 자기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고 예수님을 좇는 일이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신앙생활의 두 번째 단계가 어떠해야 함을 가리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곧 자신이 하나님 앞에 어떠한 존재인지(to be)를 알고, 그래서 하나님의 구원 은총을 힘입은 자들이 그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행하는 것(to do)을 말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상당히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to be의 차원에서 만족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to be에 이어 to do의 차원이 연속되지 않는다면 to be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to be가 문자 그대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을 뜻한다면, to do는 구원 얻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마땅히 져야 할 십자가를 지는 삶을 뜻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십계명의 전반부는 to be의 차원에 속하는 것이고, 후반부는 to do의 차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십계명의 후반부는 예수님께서도 밝히신 바와 같이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섬김의 삶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예수님께 나아온 부자 청년은 십계명의 부정 명령 속에 감추어진 절대적인 긍정명령, 곧 to do의 차원을 깨닫지 못했다. 본래 그가 예수님께 나아온 것은 영생에 대한 근심 때문이었으나, 이제 그는 to do의 차원에 대한 근심, 곧 재물에 대한 근심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오늘의 교회가 사회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한국교회는 to be의 차원에 있어서는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to do의 차원으로 넘어오면 그 에너지가 빛을 보지 못한다. 역행적(逆行的)인 근심 때문이다. 역행적인 근심은 근심의 방향을 바꿀 뿐만 아니라, 구원의 방행까지도 바꾸는 무서운 교회의 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교회는 자체 안에 가지고 있는 to be의 잠재력을 도무지 자신이 속한 사회 안에 쏟아 붓지 못한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신자들이 그저 교회 안의 그리스도인으로 만족할 뿐, 사회 안의 그리스도인 신분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리스도인의 생활이 말씀과 분리되어 있는데다가 교회 역시 사회와 격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역행적인 근심이 교회의 대사회적(對社會的)인 에너지의 분출을 막고 있는 까닭이다.

이제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참으로 오늘의 한국 교회를 살리는 길은 개개 그리스도인들이 변화된 삶(실천하는 삶), 그리고 교회의 보다 적극적인 사회봉사에서 찾아져야 한다, to be의 차원과 to do의 차원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일, to be의 차원을 그대로 to do의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일, 이것이야말로 한국교회의 살길인 것이다.

김형미 2004-06-10 00:56	아멘입니다요.ㅎㅎ 신대원 3학년이 되면서 부터 부쩍 그 문제가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답니다.. 신학을 하는 근본적인 목적이자 결론이 아닐런지요 교회들이 구원을 말할때 to be의 차원만을 강조하는 것을 보게됩니다. 그때마다 삶의 현재성을 간과해버린 to be는 영향력을 잃어버리는것도 보게되지요 그 균형을 이루며 살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큽니다.

강성열 2004-06-10 07:16	존재와 실천, 참된 존재를 추구하되 바른 실천을 통하여 존재의 열매를 맺는 일, 아니면 역으로, 행함을 통하여 참된 존재의 속살을 채워나가려는 노력을 시적인 언어로 형상화함이 어떨지? 입으로만 아멘 하면 안 되겠지요?^^ 아멘의 실천이 있어야징~~ 말 되는 소리인감???

김형미 2004-06-21 11:06	아멘의 형상화 아멘의 형상화-- 아멘의 실천의 하나로 교수님의 글을 시로표현해보려고 노력한 흔적을 보아주시면 감솨하겠슴다. 노력은 하였으나 교수님의 글을 충분하게 표현이 되지 않아서 쉽지만은 안더라구요, (근데 벌써 또 한편의 글을 쓰셨네요, 대단해요, 보통 한달에 두편의 글을 쓰시던데 계획적인(?)것인가요,아니면 시기가 되면 연감이 더오르시남요? 궁금합니다.) 동그라미(김형미) 부드러운 꼬리를 잃었으나 뛰어 갈 다리를 얻었다. 뛰어 갈 다리를 얻었으나 머무는 고요를 잃었어버린 올챙이롸 개구리의 역행적 근심은 선택과 포기의 또 다른 경계선 실패했으나 성공일 수 있고 성공했으나 실패일 수 있는 다르나 같으며 같으나 다른 동그라미의 순례 외로움에서 고독으로 존재에서 행함으로 그 분을 닮아가려는 발돋움의 시작에서 속도는 중요치 않은 좁은길의 행로에서 오늘도 선택과 포기의 그림자에 묻혀있는 나를 찾아 떠나가는 힘겨운 동그라미

강성열 2004-06-21 20:56	본래는 일주일에 한 편꼴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 맘대로 안 되네요. 하는 일들이 많아서인지 이제는 열흘 간격으로 글발이 약해졌습니다. 이러다가 소재가 바닥 나면 어떡하나 하는 염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얼릉 메모해 두고 있지요. 그걸 밑천으로 하여 또 다른 글을 쓰려고 말입니다. 동그라미는 쉽게 그릴 수 있는 것인데, 우리의 삶 속에서는 그게 쉽게 그려지지 않나 봅니다. 아직은 투박하고 거칠지만 나중에 삶의 경륜이 쌓이고 지혜가 축적되면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그러면서 그 안에 삶의 온갖 의미를 담고 있는 충만한 동그라미가 그려지지 않을까요? 충만한 동그라미...

강성열 2004-07-27 14:18	이 글은 한시미션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숲과나무> 2004년 8월호 24-25쪽에 실려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행함(to do)이 따르는 믿음(to be)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합니다. 먼저 이렇게 말하는 나부터!!~~

김숙 2004-09-04 08:17	행함이 따르는 믿음, 아침부터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알면서도 머리에서만 멈추고 삶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에... 머리로만 알고, 지키지 못함은 모르느니만 못하다는 것까지도 알면서도 이러고 있음은... 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