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약 튜브에는 언제나 약간의 치약이 남아있다 |
 
|
 강성열  2024-01-06 (토) 22:17 추천:0 조회:49 121.xxx.26 |
|
|
|
|
"영국 사람은 줄서기에 목을 매고 미국 사람은 규칙에 목을 맨다." 영국에서 꽤 오래 살다가 미국으로 돌아간 작가 빌 브라이슨이 쓴 <발칙한 미국학>에 나오는 말이다. 작가는 책에서 규칙에 목을 매는 미국 사람들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다음은 그가 공항 검색대에서 겪은 에피소드다. 버펄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도착한 빌 브라이슨은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규칙을 보고서 오래 전 발급받은 운전면허증을 제시한다. 항공사 직원은 유효기간이 지난 면허증이라며 난색을 표한다. “그럼, 비행기를 몰지 않도록 하죠.” 딴엔 기지를 발휘했지만 직원은 요지부동이다. 빌은 마침 자신이 쓴 책을 꺼내 표지사진이 자신이라고 소개한다. 항공사 직원이 다시 고개를 흔든다. 순간 빌은 직원에게 바싹 다가서서 속삭인다. “설마 내가 버펄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특별히 이 책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결국 창구 직원의 상사와 다시 그 상사의 상사가 동원된 끝에 어렵사리 해결된다. 다시는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와 함께 최고 책임자의 허락 하에 겨우 검색대를 통과하게 된 것이다. 빌은 ‘버펄로에 가기 위해 나만큼 진지하게 노력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게이트를 향해 걷다가 뒤돌아서서 나지막하고 비밀스러운 어조로 직원에게 말한다. “치약 튜브에는 언제나 약간의 치약이 남아 있답니다.” 노숙인 인문학에서 자주 인용했던 말이다. 노숙인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삶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레 포기하고, 좌절하고, 괴로워하다가 술에 의존한다. 거기 어설픈 잔소리나 희망가가 먹힐 리 없다. 그때 빌 브라이슨의 유쾌한 말을 들려주곤 했다. 다 썼다고 생각한 치약 튜브를 가위로 오려보면 거기 약간의 치약이 남아 있다. 치약을 완벽하게 짜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도 그렇다. 얼핏 희망이 없어 보여도 자세히 보면 거기 희망의 씨앗이 담겨있다. 해보지도 않고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 고통을 이기는 유일한 길은 고통과 마주하는 것이다. 희망이라는 것도 우리네 삶에 늘 붙어 있다. 다만 잘 보이지 않고 찾기 힘들 뿐이다. 치약 튜브에는 언제나 약간의 치약이 남아있다~!! - 최준영(책고집 대표) |
| 
|
|
강성열
2024-01-06 22:18
|
23-12-26 블로그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