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6) 터키(다소, 안디옥)에서 시리아로(2004-1-30)

강성열 2004-02-18 (수) 00:00 추천:529 조회:11749 218.xxx.119

어제는 아다나 시에 있는 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터키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오늘은 오후에 시리아 국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신속하게 움직여야 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한때 길리기아 지방의 수도 역할을 했던 다소(Tarsus)였다. 주전 41년경에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당시에 다소에 주둔하고 있던 로마의 안토니우스 장군을 만나 사랑을 나누었다는 얘기가 있고 보면, 다소는 역사의 방향을 크게 바꾼 도시로 일찍 그 운명이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다소 출신 바울의 복음 전도 활동이 가져다 준 역사의 변화는 말로도 글로도 다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유명한 다소가 옛날에는 큰 도시였으나 지금은 초라한 읍내로 변해버린 듯하여,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흐름을 거슬러 신약 시대 초기의 상황을 머리에 그려보니, 사도 바울의 다음과 같은 말이 생각났다: “나는 유대인으로 길리기아 다소에서 났고 이 성에서 자라 가말리엘의 문하에서 우리 조상들의 율법의 엄한 교훈을 받았고 오늘 너희 모든 사람처럼 하나님께 대하여 열심하는 자라”(행 22:3). 바울은 고향인 다소에서 바리새파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간직한 채로 엄격한 율법 교육을 받는 한편으로, 로마 시민권을 가진 자로서 당시에 유행하던 헬라 사상과 문화의 세례를 충분히 받은 사람이었다. 그 까닭에 그가 쓴 편지들에는 유대적인 요소와 헬라적인 요소가 번갈아가면서 나타난다. 때로는 그 둘이 융합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다소가 이처럼 신약성서의 거의 절반을 쓴 것으로 알려진 바울의 고향인데도 막상 그곳에 가보니, 안타깝게도 바울의 발자취를 증언해줄 유적이 거의 없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바울의 생가로 알려진 곳이었는데, 겨우 생가 주위에 얕은 울타리를 쳐놓은 정도였다. 그리고는 그 안에 ‘바울의 우물’로 알려진 허름한 우물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도르레에 매달린 두레박이 있어서 물을 길어 보았으나, 과연 먹을 수 있는 물인지조차도 의심스러웠다. 실제로 마신 사람도 있었고 그 후로 배탈 났다는 얘기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안전한 것 같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초라하게 보존되어 있는 바울의 생가와 그가 사용했을지도 모르는 우물을 보면서, 이슬람교도들이 사도 바울을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가진 인물로 보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아무러면 어떠랴! 바울이 다소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어쩌면 그의 생가로 알려진 곳에서 우물물을 마시면서 생활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2천여 년 전의 그의 숨결이 전해지는 것 같아 다소 흥분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모두들 주택가 한가운데 있는 바울의 생가에 “다소”(more or less)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전용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안타키야(Antakya)로 이동하였다.

안타키야는 성경에서 ‘수리아 안디옥’으로 알려진 도시이다(비시디아 안디옥과는 다름).
오늘날에는 안디옥이 터키의 영토에 속해 있지만, ‘수리아 안디옥’이라는 옛 지명에서 보듯이 본래는 시리아 영토에 속한 도시였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안디옥이 시리아 영토에서 터키 영토로 바뀐 것일까? 그것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시리아를 위임 통치하던 프랑스가 안디옥을 터키에 할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리아가 프랑스의 이러한 행동을 인정할 리 없다. 그리하여 오늘날 시리아에서 발행된 지도는 예외 없이 안디옥을 시리아에 속한 땅으로 표시하고 있다 한다. 여전히 법적으로는 터키의 영토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 보자. 신약 시대 때만 해도 안디옥은 헬라 문화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일찍부터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곳에 모여 살았다(행 11:19-21). 이 소문을 들은 예루살렘 교회는 바나바를 안디옥으로 보낼 것을 결의하게 되고, 바나바는 다소에 있던 바울을 데리고서 안디옥으로 간다. 두 사람은 안디옥 교회에서 마음을 같이 하여 1년 동안 사람들을 가르쳤다. 그 결과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아니하여 주변 사람들이 안디옥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그리스도인’이라 일컫게 되었다(행 11:22-26). 나중에 안디옥 교회는 사도 바울과 바나바를 선교사로 파송하여 복음 전도 활동에 매진하게 함으로써, 이방인 선교의 거점 도시로 발전하게 되었다(행 13:1-3). 놀라운 신앙의 성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안디옥은 비옥한 초생달 지역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데다가 그 유명한 해변도로(via maris)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었던 탓에 끊임없이 전쟁과 정복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 결과 안디옥에는 헬라 문화의 흔적은 물론이고 그 흔한 기독교 공동체의 유적조차도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꼭 볼만한 한 군데가 남아 있기는 했다. 베드로 동굴교회가 바로 그것이다. 이 교회는 예루살렘 교회를 떠난 베드로가 안디옥으로 옮겨와서 11년 동안 유대인 선교에 힘썼던 것을 기념하여 세운 교회라고 한다. 스타우리온이라 불리는 바위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교회 안에 들어서니 앞쪽 중앙에 헬라어 알파벳 알파와 오메가가 새겨진 제단이 있었고, 그 왼쪽에는 유사시에 박해자들을 피해 산위로 도망할 수 있게 한 터널이 위쪽으로 나 있었다. 겨우 한 사람이 몸을 잔뜩 굽히고서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통로였다.

교회 안에서 찬송 한 장을 부르고 터키 선교와 회교권 선교를 위해 통성기도를 했는데, 모두들 결심이 대단한 듯했다. 모든 학생들이 이때의 고무된 열심과 기분으로 평생 동안 목회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교회 밖으로 나와 안디옥 시가지를 둘러보니, 안디옥 교회의 파송을 받아 광대한 지역을 여행하면서 이방인 선교에 힘썼던 바울의 활동과 안디옥을 중심으로 수년 동안 유대인 선교에 힘썼던 베드로의 사역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한편으로는 신앙의 위인들이 걸어간 발자취를 생각해보면, 나 자신의 한없이 초라하고 부족한 모습에 한숨만 나오는 것 같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십자가가 없으면 면류관도 없다’(No Cross, No Crown!)는 경구가 정말 가슴에 깊이 새겨짐을 느낄 수 있었다.

베드로 동굴교회를 내려오는 즉시 우리는 터키와 시리아의 국경선 지역으로 이동을 했다. 안디옥 탐방을 끝으로 터키에서의 공식적인 일정이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터키에서의 여정을 다시금 돌이켜볼 필요가 있겠다. 일단은 터키가 이처럼 기독교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큰 수확이었다. 특히 터키 서반부 지역이 복음서 이후 시대와 사도시대, 교부시대, 중세시대 등의 기독교의 직접적인 배경이 되는 지역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간 관계상 서반부 지역을 다 탐방하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지역들을 대충 훑어본 결과 이 지역이 기독교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터키 동반부 지역을 전혀 탐방하지 못한 것이다. 에덴 동산과 관련된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흐르고 있는데다가 가나안 땅 이주 이전의 아브라함의 주요 거주지였던 하란이나 노아의 방주가 머문 것으로 알려진 아라랏 산이 동반부 지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탐방할 가치가 있을텐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터키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소아시아의 일곱 교회)에 이르기까지 성서 전반에 걸쳐서 기록된 사건들의 주요 현장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언제 시간이 주어진다면 터키 동반부 뿐만 아니라 터키 전체를 좀더 여유를 두고서 세밀하게 답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아니면 초대 교회의 역사나 사도 바울의 선교 활동을 사도행전에 설명된 순서를 따라 꼼꼼하게 발로 밟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일기도 했다. 우리가 거쳐 간 곳들만 해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중요한 선교 유적지들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말이다.

터키에서 시리아로 넘어가는 길은 순탄하지가 않았다. 우선은 중동 전역에서 ‘이드 알 아드하’(이른바 희생제)라는 큰 공휴일을 맞아 국경을 넘어가는 차들이 갑자기 많아져서 국경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요, 터키에서 시리아로 넘어가는 국경 지대가 꽤 멀어서 무거운 짐들을 끌고서 상당한 거리를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시리아 국경선 지역에서 기다리던 버스가 국경 지대 안으로 들어올 수 있어서 고생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시리아 국경선 지역에서 시리아와 요르단을 안내할 한성호 선교사가 눈이 빠져라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오랜 시간을 지체한 끝에 국경선을 통과하여 숙소가 있는 알레포로 이동하였다. 그런데 중국에서 온 민건일 전도사는 비자 문제로 인하여 시리아를 통과하지 못하고 요르단으로 먼저 가서 우리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는 애석하게도 시리아를 구경하지 못한 채로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가 요르단 행 비행기를 타고서 요르단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쉬운 작별이었다. 아듀 우리의 혈맹국(6.25때 유엔군으로 파병했거든) 터키!!! 언제 또 볼 수 있으려나...

주철현 2004-02-20 00:00	워메 망측스러워라 제가 분명히 Shift 키를 누르고 ㅈ 을 눌렀는데 중요한 대목에서 가끔 이런 실수가 ^^;; 근다고 교수님 그거 아드님하고 함께 발음해 보진 않으셨겠죠~

강성열 2004-02-18 00:00	사진을 요청하신 대로 쪼까 고쳤습니다. '조까'라는 표현을 옆에서 본 우리 집 막내 아들 녀석이 이상야릇한 표정을 짓는군! 말 안 해도 무슨 뜻인지 알겠징? 모르겠으면 다시 한 번 발음해봐!!! 하하하...

주철현 2004-02-18 00:00	터키 시리아 국경 넘을때가 눈에 선하군요, 꼭 전쟁 난민처럼 가방끌고 메고 부랴 부랴 국경을 넘었는데 ^^ 근디 교수님 제 몸이 스머프가 됐네요 김봉환 선교사님과 강재익 목사님은 애꾸눈 짹이 되구, 이거 조까 고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