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밍웨이, 콜린 메컬로우, 솔 벨로우, 안정효, 이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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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열  2024-02-24 (토) 23:03 추천:0 조회:115 121.xxx.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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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빙산(氷山)의 일각(一角)이라 한다. 전체 국면 중 극히 작은 부분만 드러난 것을 이르는 말이다. 바다 위로 올라온 빙산은 일각(一角)에 불과하지만 그 아래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얼음덩어리가 숨겨져 있다는 데서 따왔다. 문학엔 '헤밍웨이의 빙산이론(氷山理論, iceing theory)'이 있다. 작가는 물 위로 보이는 부분처럼 전체 경험에서 확실하게 드러나는 지극히 작은 일부만 작품화해야 한다. 물 속에 잠긴 90퍼센트의 빙산은 아낌없이 밑거름으로 남겨두라는 뜻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작가의 체험을 빙산에 비유하면서 유래된 말이다. 작가의 냉정한 압축 기법은 기술적인 장치가 아니라 인생에 대한 작가의 본질적 관점이라는 것이 요지이다. "체험의 10퍼센트를 활용하는 대신, 스스로 경험조차 하지 않고 남에게서 전해 들은 얘기를 열 배로 불려서 작품을 만들려고 하면 당연히 무리가 간다. 한 가지 거짓을 믿게 만들려면 아홉 가지는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 아홉 가지 거짓말로 한 가지 진실을 믿게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 '안정효의 글쓰기만보' 중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대를 이어 '데미안'을 읽으며 심취하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공감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는 까닭, '테스'의 운명을 자신의 삶이라고 상상하며 슬퍼하거나 괴로워하는 까닭, 에릭 시걸의 '러브 스토리'를 놓고 유치한 눈물을 흘리는 까닭이 무엇일까?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그것을 '동일시(同一視, identification)'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동일시의 경험을 위해 소설을 읽고 연극(영화)을 보러 간다고 프로이트는 믿었다. 동일시는 작가 쪽에서 집필의 동기로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자면, 뚱뚱하다는 한심한 이유로 남자에게 버림을 받고 괴로워하다가 칩거에 들어가 '가시나무새'를 써낸 작가가 콜린 매컬로우였다. 그 소설에서 여주인공이 고위 성직자와 벌이는 연애행각은 일종의 심리적인 복수 행위였다고 여겨진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솔 벨로우는 "소설을 쓰지 않았다면 나는 벌써 자살했을 터"라고 하여, 글쓰기가 작가의 감정적인 정화(catharsis)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증언했다.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 대리만족을 넘어 동일시에 이르게 하는 글은 역시 삶의 현장에서 길어올린 구체적 체험을 바탕에 깐 글이이어야 한다. 그럴듯한 거짓말로 사람들을 현혹하려는 시도는 얼핏 쉬워보이나, 어리석은 일이며 목적을 이루기도 힘들다. 진실한 글이라야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 작가 자신의 정화를 위한 글이든,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글이든 마찬가지다. 무릇 좋은 글을 쓰려거든 헤밍웨이의 빙산이론을 새길 일이다. 무르 익지 않은 사유를 섣불리 글로 옮기려는 시도도 경계해야 함이다. 태초에 이윤기가 있었고, 그 앞에 안정효가 있었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관련한 최고의 번역작가로 고 이윤기 선생을 꼽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거기 안정효라는 거목이 버티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두 분 다 번역작가이면서 소설가로서도 필명을 떨쳤는데, 아무래도 내 마음의 기울기는 안정효 쪽으로 기운다. 오래 전부터 현실적인 이유로 글쓰기 관련 책을 즐겨 읽었는데 그중 으뜸으로 치는 책이 바로 '안정효의 글쓰기만보'다. 거기 참으로 풍성한 이야기와 친절하고 꼼꼼한 초보 글쟁이를 위한 안내판이 등장하는데, 그 중 하나가 '헤밍웨이의 빙산이론'이다. 최준영(책고집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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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열
2024-02-24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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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15 블로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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