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영성의 맥, 이세종과 이현필…'

'호남 영성의 맥, 이세종과 이현필…'

호남영성연구원, 제1회 학술세미나 개최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3년 08월 06일(일) 23:13
'호남 영성의 맥을 찾아서'라는 주제의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서 발제자들은 이세종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현재 한국교회에 필요한 대안을 제시했다.

호남영성연구원(이사장:서순복, 원장:강성열)은 지난 7월 27일 화순 하니움 문화스포츠센터에서 제1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 박용범 교수(호신대)가 '이세종의 영성과 삶에 나타난 사회생태윤리적 실천', 서순복 교수(조선대)가 '이공과 프란치스코의 영성 비교 연구', 호신대 전 총장 차종순 박사가 '이현필 그리고 동광원-귀일원', 심중식 소장(귀일사상연구소) '다석과 이현필의 귀일생명신학을 찾아서' 등으로 발제했다.

박용범 교수.
우선 박용범 교수는 이세종의 자연친화적인 삶과 영성을 '사회생태윤리'라는 틀에 비춰 고찰했다. 박 교수는 "이세종은 산업화 이전 한국 사회에서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자발적 가난을 통해 일평생 사회윤리적인 실천을 수행한 인물"이라며, "자신의 많은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에게 진 대부분의 빚 문서를 불살라 탕감해 주는가 하면, 자신은 깊은 산속에서 쑥과 밀가루로 연명하며 평생을 성경 공부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세종의 실천적 사회생태윤리의 면모는 그의 파격적인 '나눔'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며, "그의 생태적 영성과 사회적 영성은 분리되지 않고 조화롭게 통합돼 세상을 향해 예수의 십자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회생태윤리적 실천의 정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이세종의 실천과 관련해 그는 "이세종의 케노시스와 디아코니아를 균형 있게 갖춘 영성과 삶은 인류를 이기적이거나 인간중심적인 윤리에서 벗어나, 생태중심적이며 관계중심적인 것, 나아가 창조중심적인 사회생태윤리의 실천으로 나아가도록 이끈다"며, "이세종의 실천은 기후위기와 생태계 붕괴의 비상사태에 직면한 인류에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하나의 유용한 글로벌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서순복 교수.
세미나에서 서순복 교수는 한국의 토착적 영성의 뿌리인 이공을, 서방 영성의 프란치스코와 비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이세종의 삶과 영성의 특징을 가난(청빈) 순결 순명 생태적 기도, 오직 말씀으로 등 여섯 가지로 분류한 뒤, 프란치스코의 삶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특징과 비교했다.

이와 관련해 서 교수는 "이공은 제자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면서 청빈 순명 순결 등 3가지를 강조했는데 이는 지난 기독교 2000년 역사 동안 여러 수도원운동에서 항상 강조된 덕목"이라며, "이공은 수도원운동을 누구에게 전해 받거나 지식으로서 강조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깨우친 가운데 세 덕목의 필요성을 스스로 발견해 제자들에게 강조한 것이다. 이것이 지난 천년이 넘는 수도원운동에 나타난 것과 일치한다는 것이 참 놀랍다"고 말했다.

그중 청빈과 관련해 그는 "이세종은 40세에 예수를 믿고 1923년 모아둔 재산의 절반인 3000여 평을 전남노회에 기부하고, 화순군 도암면 면사무소에도 논 두 마지기(약 400여 평)을 기부했다"며, "또 예수를 믿고 하루 한 끼만 식사했으며 육식도 금했는데, 이공에게 동방의 초기 이집트 사막의 수도사들 같은 금욕적인 영성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세종은 청빈 순명 순결 등의 차원에서 프란치스코와 동일한 성령의 조명과 역사로 수도자로서의 본을 보여준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이세종이 보여준 전 재산 기부와 자기 비움의 실천으로 겸손의 삶, 노동이 곧 기도인 자급자족의 삶은 한국사회에 부담이 되고 있는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준다"고 말했다.

심중식 소장.
세미나에선 이세종의 제자인 이현필의 삶도 조명됐다. 전 호남신대 총장 차종순 박사는 일제 말기, 해방과 한국전쟁 등을 겪은 이현필(1913~1964)의 삶을 '영군 운동'을 중심으로 연대기적으로 설명했다. 이후 그는 "오늘 한국사회와 교회에 대한 답은 이현필처럼 고민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인 각 사람이 하나님의 영군이라는 자각을 늘 새롭게 하면서 개별적으로, 성경을 통해서 총사령관이신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을 가져야 한다"며, '제도를 바꾸는 개혁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바꾸는 스스로의 개혁자가 되어, 말씀으로 경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질 때 이 땅의 기독교는 개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 편의 발제 후 강성열 교수(호남신대)가 종합적으로 논평했다. 강 교수는 "이세종의 삶과 영성은 △내향적인 자기 비움과 삶의 영성(케노시스) △외향적인 이웃 섬김의 삶의 영성(디아코니아) △우주 만물과 함께하는 창조신앙의 실천 등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고 밝혔다.

한편 호남영성연구원은 이날 발표된 원고를 모아 책으로 출간해 참여자들에게 제공했다. 호남영성연구원은 주요 선각자들의 생애와 사상 및 가르침 등을 연구하고 이를 한국교회의 상황에 접목해,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의 삶과 가치관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한국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담보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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