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하늘과 땅에서 이상을 찾으리!

민들레처럼 2004-06-04 (금) 16:10 추천:43 조회:1149 211.xxx.234

  오뉴월에 무슨 변고인지 모르겠습니다. 시절이 하수상하고 세상사 무심하여 하늘도 땅도 노한듯 합니다. 바람 한점 불어오지 않고 온종일 직하하는 땡볕이 대지를 이글이글 달구어 놓았습니다. 잠시 전대 도서관에 가서 빌려온 책도 반납하고 다른 책들을 대출해 왔습니다. 대학원생들에게는 대여기간이 한달이고 대여 권수도 20권이어서 때로는 즐거운 비명을 내지를 때가 있습니다. 빌려온 책을 읽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다 읽지 못할 경우에는 한달 더 연장할 수 있으니 얼마나 큰 특권입니까? 오늘도 눈치볼 것도 없이 정확하게 20권을 빌려 오는데 뜨거운 햇살이 갖은 유혹으로 몸살을 앓게 해도 마냥 즐거웠습니다. 하늘과 땅에서 이상을 찾겠다는 말은 중국 최초의 시인이라고 평가를 받는 굴원의 시문집인 <이소>에서 나온 싯구절입니다. 칠언절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눈 앞의 여정은 멀고도 길구나. 나는 이 하늘과 땅에서 이상을 찾으리"라고 당당하고 주체적인 자신의 삶을 피력했습니다. 사람마다 삶의 목적과 여정은 다르겠지만 '궁극적인 실재'를 향한  이상실현의 꿈은 대동소이하다는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 일본 노숙자의 친구로 잘알려진 혼다 데쓰로 신부님은 "하느님은 성직자나 수도사를 통해 역사하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을 통해, 그들의 감성으로 모두를 해방시킵니다. 개인적인 기도와 묵상으로 해결하지 못한 고민을 저는 그들과 만났을 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은혜는 그들에게서 내게 왔습니다."고 한겨레신문과의 6월 3일자 인터뷰에서 이런 말로 자신의 신앙고백을 했습니다. 정말 가슴 한켠에 아로새겨야할 말씀입니다.
  올해는 장마도 한달 빨리 오고 10여년만에 무더위가 찾아온다고 기상청에서는 예고를 했습니다. 하늘과 땅에서 이상을 찾고자 선한 몸짓을 경주하는 한 세상살이 인생살이도 그리 버겨울 것만도 아닙니다. 핸드폰으로 문안인사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여전히 생경스럽습니다. 때를 기다리며 사는 일이란 세상의 이치를 개달아 가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때를 기다리며 살아갈 것입니다. 진리는 믿음의 차원이 아니라 깨달음의 차원이라는 것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잘계시는지요?를 물으면 될 것을 두서없이 넉두리만 풀어 놓았습니다. 건강하시고  잘지내셨으면 합니다.

2004. 6. 4. 금.
그리운 날에 용성 드림.

강성열 2004-06-04 18:52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추진하는 인문사회분야지원사업의 패널전공심사위원으로 서울에 방금 출장 다녀온 길입니다. 그런데 심사업무를 끝내고 막 나오는 길에 전남대학교 나경수 교수님을 만났지 뭡니까? 참 희한하지요? 그 먼데서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얼굴을 마주하다니!! 저는 오전 10시에 시작했고 나교수님은 오후 2시에 시작할 예정이어서 오후 2시 직후에 잠깐 만났더랬습니다. 이번 주 화요일의 <구약과 고대 근동> 특강 때 이미 만났었으니 참 별스런 인연도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김용성씨는 말빨(!)보다는 글빨(!)이 더 좋은 것 같수다. 맛깔스런 좋은 글, 자주 부탁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