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맞는 얘깁니다..

강성열 2003-06-06 (금) 00:00 추천:260 조회:2658 211.xxx.125

구구절절이 맞는 얘깁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글 쓰신 분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저도 마찬가지니까요.
책임을 통감하기도 합니다.
목사요 또 신학교에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참고로 어느 세미나에서 발제한 원고의 일부를 아래에 싣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바와 같이, 창세기 12장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스라엘 조상들의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구원 역사의 주요 흐름을 따라 서술되고 있다. 그것은 이를테면 선택된 민족의 초기 역사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창세기 본문은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등의 족장들과 관련된 정경적인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정경적인 이야기, 곧 선택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창세기의 주류를 이루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지만,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가운데 끼어 나타난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하갈과 이스마엘의 이야기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16장과 21장에서 우리는 선택된 자들(아브라함, 사라, 이삭)과 선택받지 않았음에도 똑같이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을 맛보는 자들(하갈과 이스마엘) 사이의 긴장을 발견한다.

이들 사이의 긴장은 순전히 사람들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다. 하나님께서 조장하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눈에는 근본적으로 선택된 자들이나 그렇지 않은 자들 사이에 차이가 없다(참조, 암 9:7). 모두가 똑같이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그의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본문을 다시 주목해 보자. 하갈은 사라의 제안에 의해 아브라함의 첩이 되었다. 아브라함 집안의 상속자를 생산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너무도 연약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의 아들 이스마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진정한 상속자로 예정된 이삭으로 인하여 아브라함 집안에서 추방당해야 하는 불행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여주인 사라를 업신여기고 그녀의 아들 이삭을 놀려댄 잘못이 그들에게 있기는 했지만, 삶의 터전을 잃고서 쫓겨난 것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러한 잘못은 그렇게 큰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님은 절망과 죽음의 땅인 광야로 내몰린 하갈을 만나 대화하시고 위로하시며, 이스마엘의 생명을 구원하시고 이삭에게 주신 약속에 버금가는 미래를 보증하신다. 그 결과 하갈과 이스마엘은 아브라함과 이삭의 가문으로부터 독립하여 새로운 민족의 조상이 된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안정된 삶을 허락하셨기 때문이다. 사실 하갈의 선택과 그로 인한 이스마엘의 탄생은 전적으로 선택된 자들, 특히 사라의 계획과 제안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아브라함 집안에 생겨난 갈등이나 그로 인한 하갈과 이스마엘의 광야 추방도 따지고 보면 사라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순전히 사라의 불안감이나 질투심, 시기심, 아들 이삭을 위해 상속권을 독점하려는 욕심-이것이 하나님의 뜻에 합치되는 것이기는 했지만-이 그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그 모든 문제들을 하나님께서 한꺼번에 해결해 주셨다.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약속도 지키시면서 쫓겨난 자들의 생명과 미래도 보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주께서는 모든 만물을 은혜로 맞아 주시며 지으신 모든 피조물에게 긍휼을 베푸신다”(시 145:9). 하나님은 선택된 자들이나 그렇지 않은 자들 모두에게 똑같이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그들 모두에게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시는 분인 것이다(마 5:45). 그는 결코 배타적으로 아브라함이나 사라 또는 이삭 등과 같은 사람들에게만 집착하는 분이 아니다. 그의 관심과 사랑은 선택된 자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선택된 자들의 테두리 밖에서 고통 당하는 자들에게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 그는 참으로 약속 밖에 있는 자들에게도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다. 그 까닭에 하나님은 광야를 도피처로 삼은 하갈을 만나 주시고, 이스마엘의 신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며, 두 사람의 생명을 구원하시고 그들에게 큰 민족의 약속을 주신 것이다.

본문에서 비롯된 이러한 소중한 교훈은 오늘의 국제 정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하나님의 백성이라 일컫는 이삭과 그의 후손, 그리고 오늘의 기독교인들은 어디까지나 세상의 빛으로, 하나님의 복과 구원을 세상 만민에게 전할 도구로 선택되었을 뿐이다. 넓게 보면 이스마엘과 그의 후손들 역시 하나님의 복과 구원을 받아야 할 하나님의 백성이다. 단순히 아랍 민족이 다른 종교를 따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배척하고 경원시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사자를 통하여 이스마엘과 하갈을 만나시고 구원의 은총을 베푸신 것처럼, 오늘의 교회와 기독교인들도 초강대국 미국에 의해 광야로 내몰린, 그리하여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그들 앞에 하나님의 사자로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은 사라의 잘못을 또 다시 되풀이할 뿐이다. 하나님은 지금도 무력과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의 비정함과 냉혹함에 의해 죽음의 세계로 밀려난 오늘의 하갈과 이스마엘을 돌보시고 계신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특히 고통 당하는 이웃들에게 “이스마엘” 하나님으로 자신을 나타내시는 하나님의 그 자리에 우리는 늘 서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