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


한국전쟁 기간 동안 미해군 준위로 참전군사정전위원회 속기 주임으로 근무했던 조지풀러  

(1975년 9월작고)의 필름이 공개되기까지는 애틋하고도 극적인 사연이 있었다.  

풀러가 한국전쟁 당시 찍은 사진들은 1948년에 일본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었던 

일본여인 나가이 기미 여사가 근 40여년만에 찾아낸 것이다. 

헤어진지 40여년 만에 기미여사는 옛 애인인 조지풀러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그녀를 반겨준것은 샌디에고 국립묘지의 싸늘한 비석뿐이었다. 

비석앞에는 그 누구가 놓아 두었는지 싱싱한 생화가 놓여져 있었다 .  

그것은 조지풀러의 옛 전우들이 바친 꽃이었다.

 

기미 여사를 만난 그들은 기미여사 앞에 풀러 가 남긴 유품을 내 놓았다.

바로 537컷의 필름과 사진 그리고 그녀와 사랑을 나누던 시절의 사진들 

풀러의 옛 동료들은 그녀를 금방 알아 보았다고 한다. 

샌디에고 국립묘지에 있는 조지 풀러의 묘소. 

슬라이드 필름이 들어있는 오동나무 케이스와  

기미 여사와 플러의 인물사진이 놓여져 있다  

“ 아! 당신이 일본여인 나가이 기미 씨군요. 

조지는 당신을 찾았지요.그리고 기다렸어요. 

너무 오래 기다려 그는 지쳐있었어요.  

“아침이 되어 눈을 뜰 때 대화할 사람이 없는 나는 더이상 살고 싶지 않다” 

는 말을 남기고 운명했다고 한다. 

그때 그의 나이 57세 .

지금도 그녀는 샌디에고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묘지에 꽃을 꽃아 주곤 한다 . 

나가이 기미 여사 ! 

조지 풀러가 53년 나토군에 배속돼 떠나고 난 뒤 소식이 두절되어 2년간기다리다 

미국으로 이민 그곳에서 생활을 하다 

미국인 남자와 결혼, 현재 가족(자녀2명)과 단란한 생활을 하고 있다.  

 

기미 여사가 입수한 537컷의 사진은 

다시 일본인 사진가 야마모토 고이치씨에게 넘겨진다. 

그녀는 미국에서 고국의 소식을 알기 위해 

일본에서 발행되는 주간지들을 정기구독하였다 한다. 

그중 『週刊新潮』에 자주 기고 한 

야마모토씨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보게 되어 자신이 보관 중인 

필름들을 그에게 보내게 된다 . 

야마모토씨는 그 필름을 입수한후 중요한 자료로 판단하여 샌다.고로 

날아가 한국의 필자를 찾아왔다  

필자는 얼굴이 상기되도록 흥분했다. 

이렇게 깨끗이 온전하게 반세기나 보존될 수있다니 ...  

너무나 깨끗한 색조,당시 생활고에도 해맑은 얼굴의 어린이들, 

남루하기 짝이 없는 의복이며 주위환경 ,

미군의 앵글에 비친 한국인들의 모습. 

피사체였던 어린이들은 낯설은 외국 군인이 무섭지도 않은 듯 

밝은 표정을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렴풋이나마 책과 낡은 옛 사진으로만 느낄 수 있었던 

당시의생활상을 생생한 사진으 로 한 장 한 장 볼 수 있게 되어 

만감이 교차하였다.  

 

나는 약 3개월간 사진을 추적하였다 

그리고 사진 속의 어린이들을 찾고 싶었다. 문산,금곡,파주,장파리,봉일천 

일대를 답사해 보았지만 사진 속의 사람들은 만나지 못하였다. 

이 사진들의 고증을 얻기 위해 여러 곳을 다녔고 

한국전에 참전한 분들을 찾아 다니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백선엽 장군(현 한국후지쯔 고문)과 언더우드(현 연세대 부총장) 박사  

의 고증에 감사드린다. 

백선엽 장군은 사진을 보고 깊은 감회에 빠지는 듯 했다. 

휴전회담 초기에 그는 휴전회담 한국측 대표로 참석하였다.

사진의 인물들과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 으며 

당시 촬영된 컬러사진을 보여주었다 . 

하지만 그 사진들은 색바랜 흑백사진과 같은 것이었다. 

왜 그 당시에 촬영된 컬러사진이 많지 않은가. 

여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뉴스는 말그대로 뉴스이다 . 

당시 국내에 컬러 시스템도 없었지만 시간도 맞지 않았다. 

슬라이드 컬러 현상을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 하와이였고 

현상하는데 소요되는 시일은 보름이나 걸렸다 . 

따라서 뉴스 사진을 컬러로 촬영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두번째로 만난 언더우드 박사는 조지 풀러와 각별한 사이였다고 했다.  

 

“우리는 매일 같이 생활했었지 . 

그는 유머가 있었으며,깔끔한 친구였어 .우린 회담이 결렬되면 

마냥 대기 상태로 기다려야 했었어.

휴가도 없었고 언제 회담이 재개될지 몰라 비상 대기근무를 하였지. 

정말 지루했었지 .카드놀이도 하고 술도 마시고 

때로는 최신예기인 헬기를 타고 경기도 일대로 소풍도 갔었지. 

바로 이 사진들이군. 금곡릉에 착륙하니 부근 동네 사람들 다 모였어 . 

우린 서울도 갔었지 .고려대,미아리,서울대,파고다 공원 그리고 

구중안청 등을 촬영했었지. 

나도 촬영했었오 언더우드 박사에게 조지 풀러의 애인이었던 

기미여사에 대해 물어보았으나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난 그런 애인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어요 . 

그는 사생활 얘기는 하지 않는 친구였지요‘  

 

             * 필자/신광수 /눈빛출판사 /‘끝나지 않은 전쟁’에서  

 






             한국전쟁당시 유엔군측 군사정전위 속기주임으로 근무했던 미해군 준위로 

             1951년부터 1953년까지 근무했으며 

             이 사진들은 1953년 1~5월까지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촬영지는 판문점과 문산미군기지, 

             그리고 경기북부 지역의 농촌 그리고 헬기촬영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