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자보다 멋진 패자: 노박 조코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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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열  2018-02-20 (화) 21:50 추천:29 조회:213 211.xxx.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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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패배를 예상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를 응원하던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가 2018년 1월 호주오픈 테니스 16강 전에서 한국 선수 정현에게 패한 것이다. 세상이 깜짝 놀랐고, 수많은 기자가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모두 달랐지만, 흥미롭게도 질문은 같았다. "아픈 몸으로 경기에 나간 이유가 무엇인가요?" "오른 팔꿈치 통증이 경기에 영향을 끼친 건가요?" 이에 조코비치는 이렇게 답했다. "내 부상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해 주세요. 그건 정현의 승리를 깎아내리는 행위일 뿐입니다." 순간 인터뷰장의 공기가 바뀌었다. '아, 그래 바로 이거지. 이게 바로 멋진 패자의 모습이지' 패배를 인정한 동시에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은 한 마디는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상대 선수를 존중하는 그의 마음은 다시 아름다운 언어가 되어 인터뷰장에 울려퍼졌다. "나도 프로선수다. 어느 정도의 통증은 참아낼 수 있고, 실제로 나는 참는 것에 익숙하다. 그가 정신적으로 더 강인하고 침착했다. 생각해보면 경기 내내 그는 늘 내 앞에 서 있었고, 나는 그의 등만 바라보며 쫓아갔다." 승리는 스스로 이겨서 움켜쥐는 것이지만, 존경은 나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의 합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승리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바로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을 얻는 일이다. 메달을 얻는 것보다 눈빛을 얻는 게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관점'에서 생각하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코비치는 누구라도 존경할 수밖에 없는, 승자보다 멋진 패자였다. 사실 그에게도 할 말은 많았다. 세상에 할 말 없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객관적으로 봐도 그의 경기력은 평소처럼 강력하지 않았다. 통증 때문에 반 년의 공백기 동안 서비스 폼을 바꿨지만, 자주 실수했고 스피드도 평균적으로 나오는 수치보다 느렸다. 다양한 언론사가 그의 팔에 여전히 통증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는 몸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할 말은 있었지만, 가슴 속에 묻었다. 그리고 멋진 경기력을 보여준 상대를 존중하며 칭찬했다. "존경한다. 정현은 마치 벽 같았다." "세계랭킹 10위 이내에 진입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이 그를 존경스러운 선수라고 말했다. 정말 그는 존경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선수였다. 놀랍게도 한국의 젊은 영웅으로 떠오른 정현이 어릴 때부터 존경하던 사람은 바로 그가 방금 이긴 조코비치였다. 조코비치는 그의 우상이었고, 어릴 때부터 조코비치의 경기 운영 방식과 폼을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우상이 승부에서 졌음에도 불구하고 후배인 자신을 위해 아름다운 말을 남기는 모습을 보며 그는 얼마나 깊은 감동을 느꼈을까? 실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실력을 빛나게 하는 건,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밀리거나 패배했을 때 자주 이런 표현을 한다.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쉽게 이겼을 텐데!"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래, 평소라면 어림도 없지!" 이런 말은, 아니 변명은 듣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뿐이다. 아무리 변명을 해도 당신이 밀리고 진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게다가 현실을 도피하려는 변명을 하면서 괜히 상대의 분노까지 사게 된다. 같은 상황이라도 다르게 표현하면 분노가 아닌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오늘, 너 정말 멋졌어!" "나도 너처럼 더 노력해야겠다." "역시 세상은 빛나는 사람을 알아보는 구나." 당신이 어떤 악을 써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그 상황을 아름답게 만들어 나가는 것은 경기의 결과가 아니라 경기가 끝난 이후의 짧은 언어로 결정된다. 경기는 길지만 경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언어는 짧다. 하지만 그 짧은 언어가 경기 자체를 더 빛나게 한다. 그대의 평판이 궁금한가? "분노하려는 감정을 버리면 존경이 따라오고, 분노하려는 감정에 잡히면 비난이 따라온다." 무엇을 잡을 것인가? 지금 움켜쥔 손을 펼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대의 평판이 보일 것이다. 평판은 그대가 지금까지 한 말을 근거로 세상이 대신 써 주는, 그대가 쓴 '언어의 이력서'다. (김종원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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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