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정말 오래도록 추억에 남을 내장산 등반

강성열

2008-07-21 (월) 00:19 추천:184 조회:2689 125.xxx.44

5월 23일(금)에 입암산을 등반하고(18명) 이어서 6월 30일(월)에 백암산을 등반하고 나니(13명), 이제 내장산 국립공원의 마지막 산인 내장산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했다. 그래서 2008년 하반기의 첫 산행길은 우리를 부르는 내장산에서 시작하기로 하였다. 내장산에 8개의 봉우리가 있다 하니 그 봉우리 전체를 일주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그것이 바로 산우회의 지도교수인 모래주머니 독수리 수탉의 간절히 바라던 바였음을 누가 알랴...ㅎㅎ

내장산을 오르기로 한 날은 7월 10일(목)이었다. 11일에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도 있었고 회원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각종 금요 집회로 인하여 오후 늦게까지 시간을 비울 수 없으므로, 부득이하게 하루 앞당겨 10일 목요일을 산행일로 잡은 것이다. 등나무 아래에서 오전 9:30에 모여 출발했다. 1~3학년 모두 합하여 18명이었다. 세 대의 차에 분승하여 목적지로 이동하였다.

우리가 가고자 했던 내장산 능선일주는 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하여 서래봉(624), 불출봉(622), 망해봉(679), 연지봉(670), 까치봉(717), 신선봉(763), 연자봉(675), 장군봉(696) 등의 8개 봉우리를 거쳐 동구리로 하산하는 코스를 가리키는 바, 왕복 7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부지런히 걷고 걷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주문을 지나 벽련암으로 가는 길을 부지런히 올라갔다. 백암산의 경우에는 약사암을 지나 백학봉을 올랐는데, 이번에는 벽련암을 지나 서래봉을 오르는 길이어서 약간의 공통점이 있는 듯했다.

서래봉 오르는 길에 보이는 각종 기암괴석들과 나무들의 조화로운 모습은 우주 만물을 아름답게 창조하신 하나님의 솜씨를 한눈에 보여 주는 것 같았다. 그 동안 몸 안의 고속도로를 잘 관리해서인지 영부인(=누구게?)이 이 날도 백암산에서처럼 선두를 질주하였다. 강의실에서 항상 맨 앞쪽에 앉아서 수업에 열중하는 모습이 산행길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배가 너무 고프기도 하고 점심시간도 되어서 일단은 서래봉에서 점심을 들기로 하였다. 그런데 서래봉에서의 점심 시간에 피라밋처럼(*^^*) 안정된 튼실한 몸매로 인하여 자신을 “두 번 죽였다”고 하소연하는 누군가의 덕택에 어느 때보다도 즐겁고 맛있는 점심을 들었다. 앞으로도 반찬통을 놓을 때에는 누군가의 그곳(!)처럼 안전한 곳도 없을 것이다...ㅋㅎㅎ 어쨌거나 회원들이 준비해온 김밥과 과일 등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다음, 두 번째 봉우리인 불출봉을 향했다.

바위 능선을 타고 오른 불출봉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아래의 마을들과 논밭들의 모습 역시 자연과 인간의 오묘한 조화를 보여 주는 것만 같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세 번째 봉우리인 망해봉을 지나 네 번째 연지봉으로 가는 길 역시 필설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마침 연지봉으로 오르는 철제 난간에 페인트칠을 하는 중이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손에 페인트를 묻혀 가면서 난간 바깥의 위험스런 바위 경사길로 연지봉을 오른 것도 스릴 있는 경험 중의 하나로 오래도록 추억에 남을 것이다.

연지봉을 지난 후로는 내장사를 끼고 있는 다섯 번째 봉우리 까치봉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무더위에 너무 많은 땀을 흘리다 보니 상당수의 회원이 에너지 고갈의 불편을 호소한 것이다. 더욱이 물을 충분히 가져오지 못한데다가 보통 때면 가져왔을 오이마저도 준비되지 않은 탓에, 더 이상의 산행길이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다 그러하듯이, 산행길도 몸과 마음이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과감히 목표를 수정하여 몸과 마음이 원하는 바에 순종하여야 한다.

그래서 쉽게 결정을 내렸다. 다른 세 개의 봉우리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까치봉을 끝으로 능선 일주를 마무리한 다음, 곧바로 내장사를 향하여 하산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미련을 떨치고 가는 길이라서 그런지 하산길은 아주 편하고 부담이 없었다. 오히려 더 이상의 피곤한 산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모두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봉우리 끝자락 무렵에 만난 계곡물은 또 어떠했던가! 완전히 무더운 여름철의 얼음 냉수였다. 시원한 물에 목말라하던 차여서인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계곡물을 벌컥대며 마신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누구는 물고기 알을 먹었을지도 모른다며 당장 집에 가서 구충제를 먹어야겠다고 다소 심각하게(!) 수선을 떨었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껏 산에서 계곡물을 수도 없이 마셔봤지만 구충제를 먹은 적도 없고 그런 사람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가뭄의 단비 같았던 계곡을 뒤로 하고 하산길을 재촉한 우리는 오후 5:30경에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처음에 왔던 그대로 세 대의 차에 나누어 탄 우리 일행은 곧바로 광주로 향하였고, 학교 앞의 식당에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함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이 날의 등반은 금년 들어서 가장 힘든 산행길이었음이 분명하다. 시간도 많이 걸렸고 주행 거리도 길었을 뿐만 아니라, 준비한 물조차도 감당을 못한 무더위에 많은 회원들이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8봉우리 전체를 다 돌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하루의 운동으로는 이만큼 만족스러운 산행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발로 밟은 봉우리의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능선 일주 과정에서 주님께서 선물로 주신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고 그 자연의 기운을 온 몸으로 느끼며 창조주이신 주님의 솜씨를 맘껏 찬미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산행은 정말 의미 있는 행사였다.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