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태안 지역 봉사활동 보고문

강성열 2007-12-31 (월) 00:36 추천:126 조회:2517 125.xxx.24

본교 신대원 원우회에서는 지난 12월 27일(목)에 32명의 자원봉사단을 이끌고서 원유유출 사고 발생 지점에서 가까운 충남 태안군 의항면 구름포 해수욕장 일대를 방문하였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형성된 자갈밭 전체가 일종의 굴 양식 지역이었던 그곳이 유출된 원유로 인하여 기름 웅덩이로 바뀌고 또 주변의 모래 갯벌 역시 기름으로 뒤덮였다고 하니, 초기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한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그 역사적인 재앙의 현장에서 32명의 봉사단은 <서해안 살리기 한국교회봉사단>의 도움을 받아 해안 주변과 바위 등에 묻은 원유 찌꺼기를 걸레나 수건으로 닦아내는 작업을 집중적으로 전개하였다.

우리가 이처럼 힘겨운 봉사의 현장을 향해 출발한 시각은 새벽 6시였다. 가는 길이 멀기도 했거니와 태안 지역의 밀물로 인하여 일할 수 있는 시간(오후 4시 마감)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일찍 출발한 것이다. 대절 버스에 탑승한 우리는 3시간여를 달려 봉사현장에 도착하였다. 이미 많은 교회 성도들이 현장에 도착하여 기름 닦는 일을 진행하고 있었고, 우리 이후로도 다른 많은 교회에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여러 봉사단이 도착하여 자원봉사의 값진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다.

자원봉사의 준비는 학교 지원금과 회비 및 일정액의 후원금 등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우리가 준비한 물품은 고무장갑과 면장갑, 마스크, 기름제거용 수건, 아침 식사용 김밥, 간식 등이었고, 그곳에서 자원해준 물품은 흰색 방제복과 장화 및 보로(기름제거용 걸레나 수건) 등이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한국교회봉사단의 지시를 따라 해안 지역에 길게 펼쳐진 자갈밭으로 이동하여 기름으로 얼룩진 바위와 자갈을 닦기 시작하였다. 날씨가 포근해서인지 우리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기름 제거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동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와서인지 기름때가 많이 벗겨져 있었고 해변은 많이 정리가 되어 있었다. 사건이 맨 처음 발생했던 12월 7일과 그 이후 며칠간의 암담했던 상황에 비하면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 사건은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서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크레인(1만 1천톤)이 14만 6천톤급 홍콩 선적 유조선과 충돌하여 1만 5천톤 가량의 원유가 유출되는 최악의 해양오염 사태로 기억되고 있다. 이 불행한 사건으로 인하여 수십㎞에 이르는 해안의 양식장과 곳곳의 해수욕장이 기름띠로 폐허가 됐고, 원형복원에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를 생태계 파괴가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유출된 원유는 태안반도 일대와 보령, 서산 등지로 밀려오면서 해안 지역의 무수한 어장들과 해수욕장 및 섬들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사건 당시의 사진이나 동영상에 비치는 태안반도 해안 지역의 상황은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였다.

그런데 20일이 지난 27일 무렵에 이르러서는 순수한 자원봉사자가 40만 명이 넘고 전체 방제인력이 65만 명에 육박했다고 하니, 정말 감동적인 봉사의 현장이 아닐 수 없다. 신혼여행 대신에 방제작업을 도우러 온 신혼부부들도 있었다지 않은가! 맨 처음의 절망적인 모습이 이처럼 열성적인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에 의하여 희망의 모습으로 바뀌게 된 것은 정말 태안반도의 기적이라 할 만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 많은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다. 특히나 원유 자체가 가지고 있는 독성으로 인하여 건강에 지장이 초래될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자원봉사였으니, 태안반도 일대는 그야말로 대한민국과 한국교회의 희망을 보여준 귀하고 소중한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오전 작업을 마친 후에 우리는 무료로 제공되는 점심(국밥)을 교회별 순서에 맞추어 맛있게 먹었다. 각종 준비 물품이나 점심 제공이 한국교회의 헌금으로 이루어진 것을 생각하니 감사와 행복이 마음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우리는 또 다시 봉사 현장에 투입되었고, 가는 길이 멀기에 마감 시간인 오후 4시 이전(3:30)에 작업을 마치고서 광주로 돌아왔다. 우리는 그곳을 떠나왔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교회 성도들을 포함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그곳을 찾을 것이다.

아마 앞으로는 아직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무인도나 섬으로 1박 2일 정도 일정을 잡아 방제활동을 벌이는 순서가 남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다 속으로 스며든 기름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눈에 보이는 기름 오염 지역은 육지고 섬이고 간에 최대한으로 그 본래의 깨끗한 모습을 되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태안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태안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소비해주는 운동도 조금씩은 전개해봄직하다. 자원봉사는 못할지라도 그곳의 경제를 살려주는 것 역시 기름제거 못지않게 중요한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민국과 한국교회의 한층 섬세하고도 광범위한 사랑의 실천을 기대하며, 봉사활동에 참여한 모든 분들과 신대원 원우회 임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김대성 2007-12-31 15:04	귀한 일을 하셨습니다. 생명운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신 교수님의 마음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연구소 메뉴도 준비중입니다. 김대성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