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헌법은 개정되어야 함이 마땅하다-최장집 교수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

지나는 이 2005-07-16 (토) 16:15 추천:217 조회:2644 211.xxx.242

헌법은 개정되어야 함이 마땅하다-최장집 교수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

아래는 몇 해 전 어느 게시판에 떠 있었던 글인데 신학적인 주제와 연관이 있는 듯하여 일단 인용을 한 뒤,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몇 마디 적고자 한다.

제목 : Cofession and Confessing.

   이스라엘 가 보면 신명기 역사서와 역대기 역사서라는 것이 있다. 그 분야에 대해 세부전공자는 아니지만 극히 상식적인 내용을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고자 한다.

   신명기 역사서와 역대기 역사서를 오늘날 이스라엘에서 충분히 교과서적인 역사서로 쓰고 있는지 매우 의문이긴 하지만 그 역사서는 나름대로 흥미가 있다. 왜냐하면 주는 교훈이 많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그 역사서는 시기를 지나면서 후대에 편집된 것들이다. 그 교훈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신명기 역사서에서는 이방신 섬기면 벌 받는다 이고, 역대기 역사서에서는 포로기 이후 돌아온 유대인들이 율법책을 다시 읽고, 다윗시대의 번영을 재건하고, 성전을 다시 짓는 것 정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의 역사서는 일종의 신앙고백 같은 성격을 지닌다.

   이와 상당히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서구 교회사에서도 고백(Confession)이 있어 왔었다. 예를 들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나 여타의 종교관련 고백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고백은 고대의 교회사와 관련이 깊어 보이는데, 그 내용은 줄곧 "내가 믿습니다"(Credo Ut)정도이다. 이런 신조가지고 서양인들은 굉장히 심각한 알력이 있었음을 교회사를 공부해 보면 알 수 있다. 아울러 이런 고백들은 어떤 국가나 교구의 정치적인 성향 내지 이익(?) 등 다양한 상황이 내포되어 있다. 고대의 공의회의 경우 이런 현상은 매우 강렬했다. 근세 서양의 종교 개혁사를 공부해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신조는 그들의 목숨과도 맞바꾸는 일이었다. 예를 들면 위그노 전쟁 때 상당수의 신교도들이 죽었다. 그들을 가리켜 신앙의 자유를 고수하다가 순교했다고 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 이면에는 정치적 투사가 강하다. 아울러 이러한 고백은 경우에 따라서 굉장한 갈등과 알력, 헤게모니 쟁탈전 및 나아가서는 전쟁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공통의 고백은 무엇인가? 이것은 법적으로도 제시되어 있다. 헌법전문에 나오는데, 그 중 한 문장이 눈에 띤다. "삼일정신을 계승하여..." 타당성이 있는 문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이외의 여러 문장들이 과연 우리의 이상을 넓힐 수 있는 지 의문이다. 예를 들면 통일이나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이나 여타의 사안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Confession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아울러 이러한 컨페션을 완료형처럼 굳혀 버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형으로 우리의 삶에 있어서 실천을 추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Confessing 하고 있는가? 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그 동안 우리의 현대사가 원칙 무시하고 실력으로 저지하며, 편법을 워낙 많이 써 왔기 때문에 이러한 컨페싱들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Confession과 Confessing은 매우 필요 할 것이며, 중요할 것이다.

   우선 우리의 헌법을 보면 일제시대의 잔재와 그 이후의 시대상이 주로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역사관에 대해서는 극히 짧거나 모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충분한 컨페션이 되지 못 한다. 그리고 충분히 컨페싱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무슨 무뇌충들처럼 생각 없는 국가나 생각 없는 백성으로 보여지기 쉽다. 적어도 신명기 역사서나 역대기 역사서 그리고 서구의 신조형성 과정을 볼 때 그러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우선 우리나라의 애국가 가사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으면 남는 것이 뭐가 있는가? 물론 그 가사의 의미는 그만큼 유구하리라고 쓴 것이지만, 너무 염세적이지 않은가? 그래도 이 정도는 용납 된다. 그런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가사가 있다. "무궁화 삼천리" 그것도 후렴에 나오기 때문에 4절 모두 그리 부른다. 나는 이것이 몹시 싫다. 우선 무궁화의 벌레 달라붙는 성격이 싫고, 그다지 화려하게 주목 받지 못하는 꽃이라는 것이 기분이 상한다. 더 기분이 상하는 것은 "삼천리" 라는 말이다. 왜 우리나라가 삼천리 밖에 안 되는가? 그거 계산은 제대로 한 것인가? 이런 점에 있어서 이미 우리는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좁혀 놓고 있다. 이런 애국가의 가사로써는 통일에도 어울리지 않고,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며, 백성들에게 희망을 주기에도 더 없이 허약한 가사이다.

   흔히 이런 말 한다. 한반도의 지도는 토끼 같다. 그런데 이게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지도는 호랑이가 웅비하는 모양이다. 라고 한다. 나는 둘 다 마음에 안 든다. 토끼이든, 호랑이이든 간에 반도라는 극히 좁고 왜곡된 고대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조선시대의 짜실하기 그지없는 사대주의에 근거한다는 인상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Confession에 대해서 나는 매우 반대한다. 아울러 이런 문구들로는 결코 Confessing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 잘못된 좁아터진 역사관과 왜곡된 역사관이 낳은 오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국가의 고백이나 공통의 역사이해를 할 때에는 크게 과장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포지티브하게 접근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헌법전문에 고구려, 백제, 왜(倭) 라든가, 광대토 대왕, 장수왕 등에 대한 그 어떤 고백이나 이상도 없다. 잘 바라보아야 일제시대 때 삼일운동 한 일이나 새로운 민주국가 건설 정도에서 그친다. 이런 이상은 잘못된 것이며, 독립운동 했던 사람들의 바램이 충분히 반영되지도 못했던 것이다. 도대체 우리의 헌법에서 만주는 어디로 갔는가? 최소한 독립군들도 만주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런데 그 만주에 대한 이상과 고백은 왜 없는가? 도대체 헌법 만들었던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참여 했는가? 내가 분석한 바로는 서구의 민주주의에 대해 매우 동경하거나 서구의 법조항 중에서 좋은 것만 골라서 짜깁기 해 놓은 듯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전문은 우리의 이상에 대해 충분히 반영한 컨페션이 될 수 없다. 아울러 이런 것으로 컨페싱 하려 한다면 통일이나 밝은 미래를 열어가기에도 적지 않게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역사관이 매우 약하다. 이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힘을 모아서 새로운 컨페션을 만들고, 국민적 공감을 이루어 컨페싱 해야 한다. 그런 일을 함에 있어서 가장 우선적으로 척결해야 할 일은 식민사학을 무시하고 새로운 역사이해를 하는 것이 가장 우선 되어야 한다.

   위의 글을 볼 때 이는 나 개인적으로 동의 한다.

   그런데 최장집 교수가 편 반론에서는 위와 같은 론에 대한 그 어떤 반론도 들어 있지 못하다. 이를테면 헌법이란 모름지기 그 사회의 컨페션이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구약 성서 역시 그런 모습을 너무도 뚜렷이 보여준다, 설령 신명기 역사서가 실증사의 범주에서 딴지가 걸릴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역사서는 히브리 민족의 고백이 담기어 있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런 것을 김운회 교수는 엘리아데(?)의 말을 빌어 민족 코드(Ethnic-Code)라 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볼 때, 현재 존재하고 있는 우리의 헌법전문에 어떤 Ethnic-Code를 담고 있는가? 너무 모호하고 선언적이며, 부분적이어서 감히 말을 델 수가 없다. 예를 들면 (그 이론이 맞던 틀리던 간에) 문익환은 ‘십계명은 민중해방사의 결과물이다’고 했다. 그러니까 히브리 민중의 투쟁과 해방의 역사를 담지하고 있는 것이 십계명이라 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헌법 전문은 무엇을 담지하고 있단 말인가? 나로서는 도무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의 제헌 위원들이 역사나 민족을 제대로 이해나 하고 그런 법을 만들었는지 매우 의문이다. 우선 헌법의 내용만 봐도 그 당시 신생독립국이 지키기에는 터무니없이 높은 이상을 추구한 것이 7월 17일 재정된 헌법이며, 이 헌법은 무려 9차례 가량이나 개정되었는데, 그 이유에서 가장 결정적 변수는 대통령의 임기 때문이었고, 60 여년 헌정 사상에서 적지 않게 헌법을 고친 시대는 박정희(다카키 마사오) 시대이다. 그 점에 있어서 최장집 교수는 다카키 마사오의 헌법 개정 방안과 유신헌법 제정, 그리고 80년 당시 체육관 선거에 대한 그 어떤 비판도 빠뜨린 채 민주화 운동의 부정적 모습을 드러내려 하여 폄하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어도 학자라면 그 시야가 보통 사람들 보다는 넓어야 할 터인데, 그의 시야는 학자가 아니라 마치 조선일보 기자를 보는 듯한 편엽함이 보인다.

   따라서 나는 최장집 교수의 이론적 빈약함과 논리적 비약성을 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