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살아보지 않고는 많이 알지 못한다.

밝은 귀 2005-07-08 (금) 12:04 추천:226 조회:2599 211.xxx.242

제목 : 살아보지 않고는 많이 알지 못한다.

   우리는 구약에서 이스라엘의 우상숭배를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하나는 금송아지를 만든 사건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사건은 야훼 하나님이 아닌 다른 신을 섬긴 사건이 아니다. 하나님을 찾았고, 모세를 기다리었고, 그들이 겪은 종교행위 가운데 어떤 의식을 행하며 축제를 즐겼던 것이다. 출애굽기의 본문은 이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니까 거기에서의 문제는 다른 신을 찾았다기 보다 야훼하나님에 대한 의식이 잘못되었고, 그 방법이 송아지 형상을 만든 비신앙적 요소와 인간들의 열망이 투사(投射)된 묘연의 종교의식이 문제였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래 전 시내산을 다녀온 어느 분의 말을 빌리면 “그런 상황이라면 금송아지 열 번도 더 만들겠더라”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를, 그 때 방문할 당시 계절이 여름이었는데, 그 곳의 기온은 영상 40도 가량인데, 습기가 없는, 그러니까 한 낮의 기온은 뽁는 날씨이었고, 물은 찾기 어려우며, 시내산 자체가 우리나라의 산처럼 숲이나 물이 있는 그런 곳이 아니라 한 마디로 메마른 바위산이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모세가 산에 올라간 지 여러 날이 되어도 소식이 없었다. 그나마 신의 종이라 믿고 따랐던 모세에게서 소식이 없었다 해 보자, 모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며, 전령이 와서 모세의 소식을 오늘날 신문처럼 타전하지도 않은 그야 말로 광야에서 그 민족 전체의 생존이 걸린 상황이라 생각해 보자, 과연 여러분들은 불평을 안 한다 할 수 있겠는가? 매우 뚜렷한 것은 그 곳은 사막형 기후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막연히 관념적으로 성경을 읽으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신앙이 있었느니 없었느니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고려 말의 경우 별 핑계도 아닌데 비 조금 온다고 대군을 돌이키어 불만을 표하면서 돌아와 상관의 목을 자른 장군도 있지 않았는가? 광해군이 조금 다른 중립책 정도를 썼다고 반정까지 일으킨 나라가 한반도 아닌가? 그런데 하물며 사막 같은 곳에서 지도자는 소식이 없고, 백성들은 불만이 쌓이었다면 여러분들은 민심을 달랠 수단을 찾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그 환경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의 가벼운 비판은 별 가치가 없는 셈이 된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가나안을 들어가면서 가나안 文和에 동화(同化)되어 야훼하느님을 잊어버리고 어긋난 길로 갔다는 것을 구약 성경을 통해 끊임없이 배울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가나안 문화에 동화될 수밖에 없었겠는가? 이것 역시 관념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이렇게 물어보자, 북방계 유민의 일파라고 전해지던 혁거세 집단은 과연 진한(秦漢)의 문화를 뿌리칠 수 있었을까? 혁거세 칸을 따른 집단은 한반도 동남쪽에서 그 정체를 지속적으로 지킬 수 있었을까? 아무리 봐도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혁거세의 탄생설화가 “난생신화”(천손족은 난생신화를 쓰지 않는다)인 것만 봐도 이미 선주민인 진한이나 다른 부족에게 토착화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실 혁거세는 이름만 건국시조이지 실은 별 볼 일 없는 집단이나 마찬가지이었다. 오늘날 이를 통해 신라시조이니, 사로국 시조이니 하는 것은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이어지는 남해 차차웅이나 낯설게 여겨지는 파사이사금이 이를 증명할 뿐만 아니라 한 동안 이사금 제도가 이루어졌다는 것 자체가 북방 칸의 전승이 바뀌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게다가 법흥왕 이후에 드러나는(물론 그 이전에 경주 북쪽에 추장이 이끄는 말갈족들이 많이 살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라족들은 얼마 못가서 王政을 했다.

   자, 그렇다면 이제 다시 생각해 보자,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나안에 들어갔을 때, 과연 그들이 가나안의 농경문화, 철제무기, 병거, 城, 王제도, 조직, 체계 등을 무시할 수 있었을까? 성경의 분위기로 봐서 그렇지 못한 듯하다. 다윗의 경우만 하더라도 사울을 피해 불레셋으로 망명했다가 돌아온 사람 아닌가. 왜 불레셋 사람들이 다윗을 받아주었겠는가? 다윗을 통하여 친불레셋 정권을 이스라엘에 세우고 싶어서 아닐까?

   그러면 가나안 정착 이전의 상황을 다시 헤아려 보자, 가나안 정착이전에는 이른 바 광야생활이라는 것이 있었다. 물론 이스라엘은 거기서 야훼하느님과 계약(Covenant)을 맺는다. 그러나 가나안이라는 농경문화로 가면서부터 문제는 많이 달라지게 된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공교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고대 근동의 기후와 믕골공화국에서 나타나는 기후의 공통적 요소라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지리 시간에 충분히 배웠을 것으로 보이는데, 믕골지역은 물이 매우 귀하다, 물론 일교차(낮과 밤의 기온 차)도 심하고, 근동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이 있기도 하고(끝이 안 보인다), 게다가 땅은 마치 모래에 가깝다. 그러니까 모래밭과 비슷한 곳에 풀이나 잔디처럼 생긴 식물이 자라있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숲이 울창한 산은 찾기 힘들다. 이른 바 넓은 초원에 양이나 말떼를 방목하기 좋은 곳이다. 전형적인 유목 지형이다. 오늘날 근동지방에는 베두인 족이라는 것이 있다. 이들 역시 유목민이다. 이들의 고민은 오아시스를 찾는 것이며, 꼴을 찾아 양떼를 먹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가? 믕골 하고 비슷한 점이 있지 않은가? 게다가 믕골의 인종 구성은 북방 유목 계통이기도 하지만 사실 도스또옙스키의 글에도 나오는 잔인한 종족으로 알려진 투르크족(일명 터키계)과도 통한다. 일설에 따르면 믕골족 가운데 하나는 토이기계(터어키 계통)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모든 믕골족이 다 토이기 계라고 보지는 않지만 믕골은 토이기 계통과도 가까이 지냈거나 그 일파중 하나가 믕골에 들기도 한다. 이른 바 사마르칸트 제국이 믕골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근동지방에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믿는 야훼신앙이 있는데 그것을 이름 하여 “이슬람교”라 부른다. 물론 이들은 돼지고기를 안 먹는다. 이는 구약의 음식규정과 매우 일치한다. 물론 근동의 사람들이 유대교적인 율법과 100% 일치하는 율법을 지킨다는 장담은 못하지만 유대교와 매우 비슷하게 철저한 유일신관에 우상(형상)금지, 신체형 가능(실제로 오늘날까지도 이슬람 세계에서는 신체형을 가하는데 이를테면 도둑질하면 손을 자른다. 구약성경에도 신체형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구약성경과 비슷하게 오늘날 근동의 재판 가운데에는 돌로 사람을 공개적으로 쳐 죽이는 형벌도 있다. 어떤가? 성경하고 일치하지 않은가?)이다.
   원래 믕골이 라마불교가 국교는 아니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징기스칸 이후에 불교가 강해졌다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믕골의 제2 종교는 이슬람교이다. 물론 이 이슬람교는 사막형기후의 근동에서 태어났으며, 그 율법은 구약과 비슷한 점이 강하고, 유일신을 믿는다. 元제국이 세계를 지배했을 때, 믕골계통의 종족 다음가는 족속은 단연 서역인(서아시아인)이었다. 원제국에서 이들은 경제를 맡았다. 잘 알다시피 서역인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이슬람교 신자이다.
   그러니까 믕골이나 근동의 사람들이나 양떼의 꼴을 찾아다니는 베두인족들에게는 초원, 大地, 모래, 바람(Ruach), 동물의 피, 계약(베레트?), 神의 인도, 초월적 존재에 대한 동경, 구원, 오아시스 같은 것들이 익숙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는 셈이다. 만주 역시 이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무리들 가운데 일부가 한반도로 이동해 왔다고 해 보자, 그리고 그 지역의 토착민들이 또는 그들 자체가 토착민이 되었다 할지라도 대륙과 달리 사계절의 구분이 뚜렷하며, 신석기 시대에 농경한 흔적이 나타나고, 일교차 보다는 계절차가 더 심하며, 어쩌다 발명한 청동제 금속기술까지 가지고 비교적 보다 따뜻한 한반도로 이동해서 정착했다고 해 보자, 이들에게 고대의 유목적 습관을 지속적으로 강요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지속적인 강조를 못할 시점이 되었다면 이들이 그나마 차선책으로 택해야 할 옵션은 무엇이었어야 했을까? 이 대답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역사나 전통을 복원하기 어려울 것이다.    

밝은 눈 2005-07-14 14:59	좋은글 감사 합니다. 근데 담 부터 글 올리실땐 짧게 정리해서 올려 주시문 안디여용

밝은 귀 2005-07-15 13:20	밝은 눈/ 이 보다 더 짧게 어떻게 요약합니까? 위의 글도 대단히 짧게 쓴 글인데요. 아마 학자들은 제 글의 길이가 너무 짧아 학술적 논거를 더 제시하라고 할 걸요. 아닌가요?

밝은 귀 2005-07-15 15:03	덧붙이는 말) 위의 글에 나오는 사마르칸트는 티무르 제국을 일컫습니다. 티무르는 징기스칸의 후손이라 자처한 사람으로서 사마르칸트에 도읍을 정하고 티무르 제국을 세웁니다. 티무르 제국은 한 때 오스만 투르크 제국과 싸워 이기기도 합니다. 물론 오스만 투루크(아마도 터어키 계통) 제국도 동로마를 비롯한 넓은 지역을 점령한 큰 제국입니다. 티무르(도읍지 : 사마르칸트) 제국은 이슬람교를 중요시 하고 역사적 전통은 믕골을 이었으며, 인디아 북부와 중앙아시아 일대를 점령한 제국입니다. 그 제국이 추구한 것은 믕골의 전통과 이슬람교 입니다. 티무르는 원제국이 몰락하고 명나라가 일어났을 때 옛 믕골제국의 영광을 다시 일으키기 위하여 명나라를 정복하기로 맘 먹었으나 티무르가 도중에 죽는 바람에 그 꿈을 이루지는 못 했습니다. 이 제국(티무르)의 인종 구성이 터어키 계(토이기 계)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슬람적이고 믕골의 후손, 그리고 믕골의 영광을 꿈꾸었던 것만큼은 뚜렷해 보입니다. 제가 알기로 오스만투루크 제국은 그 인종 구성이 토이기 계(터어키 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