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강원도 방문기

지나는 이 2005-05-20 (금) 13:36 추천:156 조회:2623 211.xxx.242

제목: 강원도 방문기

   우리나라의 여러 道 가운데 가장 발달을 안 시킨 곳이 강원도와 제주도 인 듯하다. 이 말을 달리 하면 강원도가 정부로부터 가장 적은 예산을 타 낼 수밖에 없고, 인구가 적은 곳이라는 뜻이 된다.
   강원도는 프로야구 구단도 하나 없고, 신학대학교도 없다. 그나마 관동대학교의 기독교 학과를 제외 한다면 신학과 연관 된 과목을 다루지 않는다는 뜻이 되겠다. 물론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교세도 약할 것이다. 강원 영동에서 가장 많이 모이는 교회라 하더라도 1000 여명 정도이다.
   그 곳은 관광과 시멘트, 수산업, 고랭지 채소나 임업, 대관령의 우유 같은 친환경적 산업이 주를 이룬다. 그러니까 이 곳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설령 지방의 유지 급 알부자가 있다 할지라도 그들은 수도권이나 영남권의 부자들과는 견줄 바 못 된다.
   우리나라에서 분단된 영토가 가장 넓은 곳 또한 강원도 이다. 휴전선의 가장 긴 구간이 강원도에 들어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중요성 때문에 중요 군 부대는 오히려 경기도에 집중되어 있을 것이다. 북한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맑은 날은 개성의 송악산이 보인다.
   강원도의 그 많은 콘도나 호텔, 관광산업의 주체는 강원인들의 것이 아니라 외지의 부자들이 소유하고 있다. 그저 그 곳 사람들은 고용된 노동자들이 많다. 그러니까 가난과 소외가 무엇일 줄 알 고 싶으면 강원도를 가 보면 된다.
   나는 줄 곧 강원도 여행을 즐기었던 사람이다. 왠지 모르게 그 곳에 가면 우리가 잊었던 실존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강원도 여행을 하게 된다.
   정철의 <관동별곡>은 임금에 대한 아부성 글이라 여겨지므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강원도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어떤 뜻을 지닐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강원도 사람들은 한국 현대사에서 언제나 관망자인 셈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투표 때에는 상대적으로 영남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에게 표를 몰아주면서도 언제나 영남 정권에 의해 별 혜택을 못 본 사람들이다. 그들은 호남 사람들처럼 극성스럽게 데모하지 않았다. “왜 우리만 적게 주느냐”며 투정을 부리지도 않은 편이다. 객관적 자료에 따르더라도 강원도가 호남 보다 더 소외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호남의 소외를 많이 들어왔다. 이는 그만큼 강원인들이 조용히 지낸다는 것을 드러낸 셈이라 하겠다.
   그들은 똑똑한 척 드러나지 않았지만 나라를 사랑했다. 적어도 그들 나름의 애국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들이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일 때에도 늘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인구가 적었던 탓일까? 아니면 상대적으로 바보스러웠을까? 아니면 福이 모자라서 일까?
   춘천은 대학이 많아 그것으로 지역경제의 기반을 삼고 있고, 강릉은 이율곡과 경포대로 관광 수입 잡는 편이다. 물론 최근에는 정동진 때문에 방문자들이 더 많아 진 것이지만, 사실 정동진은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잠시 지나친 전경 일 뿐이다. 모래시계는 광주를 그린 것이지 강원도를 주체로 한 것은 아니었다. 실은 강원도 사람들이 밀어준 경상도 정권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외된 전라도 민심이 반영 되었을 수는 있어도 그것이 강원도 민의를 반영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 된다. 그러니까 적어도 현대사에서 그 곳은 언제나 관망자들처럼 지내야 한 곳이었다.
   조선 시대 정철 역시 강원도로 관직을 맡아 떠나는 것을 몹시 괴로워했던 모양이다. 그의 서울에 대한 연민은 관동별곡에서도 드러난 셈이다.(“연추문 드리다라 경회남문 바라보며...” “소양강 나린 물이 어드메로 든단 말고” 이 사람 강원도까지 가서도 그저 임금 생각, 서울 생각뿐인 모양이다.) 기호학파의 중요지역 가운데 하나가 강릉이라 할지라도 아울러 볼 때 허균이 홍길동전을 쓰게 된 동기나 아이디어를 얻은 곳이 강릉인 셈이라 해도 된다. 허균과 허난설헌의 생가는 경포 바닷가에 있다.
   정말 민중적인 모태는 강원도인 셈이었다. 원래 고구려 시절 강릉은 “하슬라” 또는 “아슬라”라 불리었으나 신라의 전성기부터는 그 이름을 빼앗긴다.(명주로 개명). 그러다가 나중에는 “강릉”이라는 낯선 이름까지 얻었다.(강릉이나 양양은 지나에 있는 지명 가운데 하나다) 이런 현상은 사대주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라도만이 소외 되었다고 여기지 말자, 충청도도 전라도 못지않게 소외 되었다. 사실은 경북 북부 지역도 적지 않게 소외된 셈이다. 그러나 그 소외된 지역에서 줄기차게 밀어주던 정당은 한나라당인 셈이다. 그러니까 반드시 무슨 경제적 특혜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한나라 당을 지지 하는 것이 아니다. 지방 가운데 가장 많은 산업체를 가진 남동 임해 공업단지를 포함하는 지역에서 오히려 훨씬 더 강하게 반정부 시위를 한 경력이 있다. 가까이 들어서는 포항제철 보다 광야 제철이 더 크게 지어졌으며, 여수는 일찍부터 남동 임해 공업지대에 들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경남 부산권 보다는 산업화가 느린 편이지만 경북 북부나 충청도 보다는 오히려 훨씬 더 일찍부터 공단이 들어섰다. 하겠다. 사실 광주의 경우 기아를 제외하면 별 산업체가 없는 셈일지 몰라도 경북 중.북부도 구미 공단 제외 하면 별 것 없다. 박정희가 국토 균형발전은 안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불균형적 발전이 경북 지역이나 박정희를 지지했던 강원 지역에 집중된 것은 더 더욱 아니었다. 이 불균형적 개발에 가장 크게 혜택을 본 곳은 수도권과 남동임해 공업단지로 대표되는 경남 일대와 전남 일부 지역이 든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이 박 정권에 반기를 든 것 또한 뚜렷해 보인다. 그러므로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반감이 지역정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루머는 반드시 객관성에 따른 것은 아니다. 김종필의 고향인 충남 부여에 대체 박 정권이 무얼 해주었단 말인가?
   우리는 냉정을 찾을 때가 된 것 같다. 분명 박 정권은 오류를 범했던 점이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악성루머 또한 많이 나돈 것도 사실인 셈이라 하겠다. 동포들이여, 이제는 균형을 잡자, 그대들이 어쩌면 반기를 들 수 있었던 경북이나 강원도 사람들도 알 고 보면 피해자들인 셈이다. 정보가 부족하여 속았든, 그저 저 편한대로 투표를 해서 호남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던 간에 그들도 피해자인 것은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세상에 어느 지역 사람이 고향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는 너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이제는 전라도 사람들도 움켜진 손을 펴고, 닫힌 마음을 열고 보다 적극적으로 상대를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한 가지 뚜렷해 보이는 것은 반드시 군사정권의 피해자들이 전라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악성루머를 비롯한 많은 부정적 요인들은 우리를 더욱 갈라놓을 수 있다.
   사실 전남, 순천 노회 같은 곳에 영남 출신 목사 몇이나 되는가? 최고의 학벌을 자랑할 어느 목사도 전라도 시골 교회에서 버티지 못하고 쫓겨난 것 아닌가?
   전라도 사람들이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말 할 수 없이 피해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전라도가 경상도보다 부유했다. (농경지가 많아서...)
   피해를 본 전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야 있겠는 가마는 아예 찍 소리도 안 하고 구경만 해야 했던 강원도 시골 사람들도 있지 않겠는가? 여수, 순천에서 살육이 이루어 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제주, 강원 지역에서도 말 할 수 없는 살육이 저질러졌던 것 또한 매우 뚜렷하다. 다만 우리는 전라도의 학살과 소외를 더 뚜렷이 기억하거나 들어 왔던 경향이 있다.
   상대적으로 강원도는 민주화 운동이 약하다. 그러나 강원도 사람들이 반드시 기득권 지역이었던 것은 아니다. 어쩌면 전라도 보다 더 소외 되었다. 우리는 많은 선각자들, 정치가들을 봐 왔지만 그들 역시 정치 논리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대변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전라도는 그나마 명예라도 얻었다. 그러나 강원도 사람들에게는 그 명예라는 것조차도 인색해야 했다. 고구려가 남하하면 고구려 편 들어주어야 했고, 신라가 북상하면 신라 편들어 주어야 했으며, 백제가 서진하면 백제 편들어 주어야 했고, 궁예가 들어오면 궁예의 손을 들어 주어야 했다. 과연 강원도에 고.부.양 씨 같은 姓을 가진 사람들이 많겠는가? 김씨나 박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겠는가?
   그러니까 전라도만이 민중들이고, 다른 사람들은 다 기득권이라서 잠잠히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강원도 사람들에게 바보스럽다며 놀릴 수 있는 권리는 한국 사람들 그 누구에게도 없어야 한다. 세상에는 목소리를 높여야 할 사람도 있지만 잠잠히 침묵하며 인내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소리를 높이는 곳만이 고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침묵 가운데에도 소외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지나는 이 2005-05-20 15:12	오타자: "백제가 서진 하면 백제 편들어 주어야 했고"를 "백제가 동진 하면 백제 편들어 주어야 했고"로 고쳐 읽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