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종교를 생략한 사회

밝은 귀 2005-05-11 (수) 13:10 추천:218 조회:2633 211.xxx.242

제목: 종교를 생략한 사회

   “종교(宗敎)” 라는 말은 “마루를 가르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마루”는 “시작”이나 ‘기본’이라는 뜻이 담기어 있다. 옛 집의 구조에서 마루는 시작 지점이다. 마루를 오고가며, 방을 들어가기 전에 마루부터 밟아야 한다. 따라서 마루는 “시작”을 일컫는다. 그냥 한자말 풀이가 그렇다는 거다. 잉글리쉬의 “Religion”이나 외국 말 “Religio” 따위의 어원은 잘 모른다. 그냥 “종교”라는 것이 인간 삶에 있어서 아주 오래된 습관인 것은 매우 분명해 보인다는 정도로 알 고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종교의 기원>이라는 책을 통해 종교에 대한 심리적이고, 현대적인 뜻을 밝혔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프로이드가 “종교란, 어린아이들의 유치한 환상”이라고 봤다고 한다. 또 알려진 바대로는 어떤 신화적 요소를 가미하여, ‘아버지를 살해(?)한 어느 집단의 아버지에 대한 무의식적 행동’(?)이라 보는 견해도 있는 데 나의 전공이 그 분야가 아니라 깊이 알지는 못한다. 아무튼 심리학의 출현 이래 종교는 너무나 세게 딴지를 걸린 셈이다.
   근대 서유럽의 도이치란트의 F. D. E 쉴라이에르마허는 <종교론: 교양인을 위한 종교 강연>을 통해 종교가 얼마나 유익하고 인간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가를 그의 연설문 형식의 글을 통해 제시함과 동시에 종교는 인간의 논리적 언어로 다 담아 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종교는 감정적이기 때문에 이성이 충분히 그것을 담지 할 수 없음을 드러내었다. 이른 바 쉴라이에르마허의 표현을 빌리자면, “종교는 절대의존의 감정”이었다.
   그러나 스위스의 칼 바르트는 이것을 맹공격한다.(이에 대해서는 특히 로마서 강해 제2판을 참고 할 것) 그러니까 종교를 계시 앞에 내세워 심판했다. 그는 프로이드가 주장한 어린 아이들의 유치한 환상도 아니고, 칼 맑스가 주장한 인민의 아편도 아니며, 니이체가 주장한 ‘극복해야 할 그 무엇’도 아니었다. 물론 바르트는 쉴라이에르마허의 감정신학을 크게 질타한 셈이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성숙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중세로 회귀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는 종교화 된 인간이성은 미성숙한 시대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는 <옥중서신>에서 한 번은 “종교적이고, 미신적으로 하나님께 기도하는 사람에게 그리 하지 말라고 했다” 한다. 그의 기독론을 일컬어 이른 바 “비종교적 그리스도론”이라 한다. 물론 어느 에큐메니칼 신학자는 이것을 비콘스탄틴적, 비서구교회적, 비종교적 기독론으로 나치정권에 대항하는 고백교회적 투쟁의 삶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관점의 차이인 듯 보인다.
   아무튼 종교가 현대 신정통주의적, 반나치적 신학자들에 의해 세게 딴지가 걸린 것은 분명하다. 물론 그 종교에서 “기독교”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아니 사실은 기독교를 향한 비판이 강하게 들어 있다. 사실 칼 맑스가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할 때의 그 “종교”는 바로 기독교를 일컫는다. 왜냐하면 유럽 사회는 이미 기독교의 뼈아픈 경험을 체험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한반도에서는 상당히 특이한 방향에서 진행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元帝國의 침탈에 대한 감정적 반작용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며, 고려 말 불교의 타락에 대한 반작용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지난번에도 지적했듯이 고려 사회가 이미 고대의 유목적 제의를 생략하거나 왜곡시킨 사회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인디아에서 생성된 불교를 집어넣었다. (한 가지 참고로 라마 불교는 믕골에서 부리야트의 샤먼을 막았다) 그러나 이 불교조차도 고려 말에는 극도로 민심을 잃었다. 몇 해 전 도올 김용옥이 지적한대로 정도전의 <불씨잡변>은 이러한 고려의 종교적 타락상을 잘 반영한 셈이다.
   장군 이성계는 역성혁명을 통해 반불교적, 반유목적, 반믕골적, 반일본적, 비종교적 정책을 선택했다. 이른 바 종교 없는 사회를 지향한 셈이라 하겠다. 종교의 빈 공간을 유가절학(儒家哲學)으로 채우려 한 사회가 이성계와 정도전이 꿈꾼 사회인 셈이다. 이에 대해 도올은 지적하기를 <맹자>에게 영향을 받은 것인데, <맹자>는 비종교적 민중혁명을 추구한 과격한 사조라는 것이다. 정도전은 바로 여기에 영향을 받았다.
   역성혁명에 성공한 이성계는 불교탄압을 시행했다. 그리고 그 사회는 적어도 명분에 있어서 500 여년을 지속했다. 조선 중기 한 때 조광조는 궁궐 안에 있던 어떤 미신적 요소조차도 없애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조선 후기로 가면서 큰 변화를 맞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종교적 흐름이 드러나게 된 것이었다. 어찌 보면 이는 이씨 정권에 대한 무언의 반작용인 셈이다. 우선 서학(가톨릭)이 들어왔으나 이는 자체 내에서 생성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동학도 생기었다. 허균의 홍길동전에 나오는 율도국은 묵시적이다. 정도령이 도래 한다는 루머도 한 때나마 나돌았고, 원불교, 대종교 같은 한국. 신흥종교도 생기었다. 이런 흐름은 결코 우연히 생긴 현상이라 볼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정도전과 이성계의 지향성에 대한 강한 반작용이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흐름이 그리 지속되거나 민의 보편성으로 꾸준히 자리 잡아 가지는 못한 듯 보인다. 그 이유는 이런 흐름들이 자체적 갈등이나 정화를 거치기 전에 외국종교가 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외국 종교는 조선의 토양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서양의 경험 중 어떤 특정 부분이 편협하게 들어왔다는 것이 그 특징이었다. 그러니까 조선은 자유로운 변화의 과정을 겪은 사회가 아니라 강요된 변화를 겪은 사회이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이씨 조선의 강력한 민중 탄압이 자리하고 있었음도 주시할 수 있다. 즉 민중의 종교적 염원을 생략한 그 이씨 정권 사회가 말기에 자체적 아이덴티티로 더 이상 유지할 능력이 안 된 상황인데 불안한 가운데 민중적 이상과 신흥종교의 발흥이라는 특이한 사회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씨 정권의 태도는 별로 기대할 만 하지 못했다. 왕후 민씨만 보더라도 러시아 끌어들여 일본 막겠다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서유럽 사회는 15세기이후부터 줄곧 갈등을 겪는다. 이를테면, 콘스탄츠 종교회의를 통한 얀 후스와 존 위클리프 처형, 마르틴 루터의 강연, 존 칼빈의 스위스로 이주, 위그노 전쟁, 30년 전쟁, 청교도 혁명, 베스트 팔렌 조약, 네덜란드 독립 전쟁, 퓨리탄 일부의 신대륙으로의 이주, 프랑스 혁명.... 등 말 할 수 없는 갈등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오늘날의 서구 기독교를 만들었다. 그러나 매우 불행스럽게도 이씨 조선에게는 그 과정이 강제에 의해 생략되기를 강요당했다. 물론 이 내면에는 이씨 정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겠고, 그 다음은 서구 선교사들의 활동이 있었다 하겠다. 그러나 선교사의 활동은 차라리 미약한 셈이었다. 왜냐하면 서구 선교활동이 통할 수 있었던 구조를 조선 사회 스스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명나라 사대의 예를 강하게 해왔던 그 자리에 서구의 선교가 자리 잡으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대주의 잘 하던 사회에서 주인만 바뀌면 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놀랍게도 200 여년 만에 경이할 만큼 기독교의 수적인 번성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생략되거나 드러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국. 민족. 민중 종교이었다. 심지어는 민중신학이라 하는 것조차도 기독론의 언어로 대체되어야 했다. 물론 이씨 조선 말기의 신흥 종교는 미숙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미숙했다는 것이 아니라 성숙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성숙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한국 민족. 민중 종교는 외국 종교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예를 들면, “미신” “샤먼” “非義” “무당” “천민” “사이비” 같은 이름들로 소개되기 일쑤였다. 물론 미숙한 종교는 비판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그 미숙한 종교가 성숙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러니까 고려 말 종교를 생략하고자 했던 정도전과 이성계 패거리 때문에 恨맺힌 민중이 恨을 풀기도 전에 이미 그 주체가 바뀌어 버린 것이다.
   오늘날 적지 않은 신학자들은 외국의 학문을 번역 소개한다. 그리고 말하기를 “서양은 이런 데 한국은 그렇지 못해!” 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속으로 이리 말한다. “서양이 그리 좋으면 서양 가서 살아라 임마!”
   이러한 가운데 나는 한국 기독교의 미숙함을 발견한다. 그것은 서구 기독교의 2000 년 된 경험에 비춘 미숙함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토양을 이해 못한 미숙함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 한국이 어떤 사회를 지향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이씨 조선이 종교를 생략하려 했다는 것은 나름대로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왕씨가 세운 고려가 종교를 왜곡 했다는 정도는 알 것 같다.
   20세기 중반이후 동유럽의 경험에 의해 서구 종교를 생략한 사회가 한반도 북부에 생기었다. 우리는 이미 이씨 정권에 의해 생략된 종교를 경험한 사회인 것이나 마찬가지 였는데, 20세기 중반이후에 또 생략 했다. 예를 들어 종교를 생략하는 것이 지나(支那)사회에서는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역사의 출원이 천손족(天孫族: 하늘을 우러러 보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씨 조선 정권이 생략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것은 지나족들의 철학에 따라 천손족의 신앙을 생략했던 것이다. 물론 이씨 조선 말기의 민중 운동들이 과거 고대의 천손적 전통을 충분히 복원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복원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었다. 그러나 이씨 정권의 행태는 이런 운동을 억압했다. 그래서 나는 이씨 조선을 일컬어 “종교를 생략한 사회”라고 부른다.

맑은눈 2005-05-12 23:50	"종교를 생략한 사회"라는 입장에 참고가 될 만한 글을 하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한국종교에 대한 연구가 남아있습니다. 언더우드가 본 바에 의하면 고종이 하늘제사를 드릴 적에, 일반 잡신을 섬기는 이들은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한 번 읽어보시길... 그리고 좋은 생각글에 어느정도는 공감하나, 게시판에서 이정도의 활동이라면 본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어야함이 홈피 주인이신 교수님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합니다.(사실, 저도 궁금합니다.^^;;) 아울러, 생각글이 구약학과 아주 연관이 없지는 않지만 역사를 통한 주장을 펼치실 때는 가능하면 숭실대 역사학과 같은 곳에 올리면 더 논의가 진행되리라 생각됩니다. 이유인즉 숭실대가 한국교회사와 사학계열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의 토론결과가 이곳에 반영된다면,, 저희에게도 어필이 되련만 지금은 그냥 지나쳐버릴만 합니다. 그대 지식의 앎 속에 생명의 푸르름이 있기를....

밝은 귀 2005-05-13 12:43	맑은 눈/ 좋은 글 고맙습니다. 님의 신대원 공부에도 신의 가호가 함께하시길 빕니다. 제 일천한 지식이 감히 숭실대 역사학과까지 갈 만큼 되지 못하는 듯 하여 그저 이런 곳이나마 떠돌아 다닐 뿐입니다. 저는 재야(?) 신학자인 관계로 교회사를 알지 못합니다. 제 소개는 이름만 밝히지 않았지 이미 한 셈입니다. 참고로 이 게시판 "나는 급진적인 사람이었다"를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밝은 귀 2005-05-13 13:52	맑은 눈/ 혹시나 해서 숭실대 사학과 홈페이지를 검색해 봤더니 (위와 같은)이런 글을 올릴 분위기가 전혀 아니더군요. 아마 올리면 미친 사람 취급할 걸요. 단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 응시한 한 여학생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직접 들었습니다. "윤내현 교수님의 책은 인용하면 안 됩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십니까? 보기에 따라서 사학자들은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것을 드러냅니다. 장신대 어느 교수님이 (아마 지금은 은퇴하셨을지도...) 제2 이사야나 제3 이사야 정도의 말만 해도 낯을 불히는 분이 계셨습니다. 우리나라 학계의 보수성은 알아 줄만 하다 여깁니다. 제 글이 구약에 별 상관이 있다, 없다는 신대원 1학년이신 맑은 눈 님이 판단하실 것이 아니라 다른 분들이 하셔야 할 것입니다. 브리타니아에 가면 맥도널드 라는 학자가 있는 데, 사람들은 대개 그의 전공을 신약학으로 알 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은 맥도널드는 사회윤리 학자입니다. D.J. 보쉬는 선교신학자로 유명하지만, 알고 보면 그의 전공은 신약학 인 듯 보입니다. D. B. 포레스트는 기독교 사회윤리 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또 목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의 전공은 정치학 입니다. 그 분은 정치학 박사님이십니다. 알버트 쉬바이처는 신약학자이지요? 왜 저의 이런 글들이 구약학과 그다지 상관이 없습니까? 보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고 숭실대 말씀 하셨는데, 그 곳은 교회사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은 아닌 듯 싶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교회사를 공부한 사람이 일반대학원 사학과를 지원할 경우 환영을 받을 수 있다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한국은 아닌 듯 보입니다. 그러니까 그만큼 학문간 연계가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