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어느 신대원 졸업생에게 들은 이야기

밝은 귀 2005-05-10 (화) 12:59 추천:220 조회:2569 211.xxx.242

제목: 어느 신대원 졸업생에게 들은 이야기

   안녕하세요? 이 곳을 떠돌아다니는 네티즌 밝은 귀입니다. 요사이 교육 문제로 언론이 달아올라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친구이기도 하고, 또 현직 목사이면서 과거에 신대원에서 공부를 했던 어느 누구의 이야기를 조금 들려 드리겠습니다.

   그는 지방에 이름 없는 이른 바 2류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내신 등급도 중급이하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당시에는 학력고사를 치렀는데, 만점은 체력 점수 포함하여 340점입니다. 그 중에 국어, 영어, 수학을 합한 점수는 인문계 일 경우, 국어(고전문학 포함) 75, 영어 60, 수학1: 55점으로 이 세 과목을 합하면 190점입니다. 이 세 과목 이외의 과목은 국사25, 국민윤리 25, 사회1(정.경): 20, 과학 선택 한 과목 20, 제2 외국어나 다른 선택(이를테면 공업이나 상업, 가사 같은 과목) 20, 계열선택(세계사나 사회2) 20점으로 6과목에 130점입니다. 그러므로 국어, 영어, 수학은 절대적입니다. 어느 선배가 그에게 말하기를 “국.영.수 가운데 하나라도 포기하면 대학은 못 간다” 했습니다. 얼핏 듣기에도 그 말은 옳았습니다. 그러나 약 18여년이 지난 오늘날 그는 그 때의 그 선배 말이 틀렸다고 했습니다. 물론 그의 말을 따르면, 그 당시 이름 있던 대학을 가려했다면 이는 옳은 말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냥 대학을 가겠다고 마음먹는 다면, 이는 반드시 타당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의 회고를 들어 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 이 세 과목은 단 시간에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실력이 없는 사람 일 경우 이런 과목들은 긴 시간을 써도 별 효과를 못 보는 수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이 세 과목 가운데 한 과목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효과가 쉽게 나타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는 죽을 만큼 고생을 해도 그 답을 잘 못 찾는다. 예를 들면 소아마비 걸린 아이에게 100 미터를 15초 내에 뛰라고 하는 주문과 비슷한 경우라 하겠고, 음표를 못 읽는 아이에게 피아노를 치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 그러나 소아마비 환자가 컴퓨터를 못 만진다는 보장은 못한다. 음표를 못 읽는 아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가 소설을 못 쓴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당시의 교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이라는 이 세과목이 절대적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 세 과목만큼 성적을 올리기 힘든 과목도 없었다. 돌이키어 생각 하건대,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과감히 수학을 포기 하겠다. 수학 공부를 위해서는 단 10분도 투자하지 않겠다. 차라리 수학을 공부할 바에야 잠을 자거나 TV를 보며 휴식을 하겠다. 이럴 경우 받을 수 있는 수학 점수는 55점 만점에 10-15점뿐이다. 왜냐하면 답안지에 한 번호만 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찌감치 수학 시험을 끝내고 밖으로 나와서 다른 공부를 하겠다. 영어 과목 역시 쉽게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욕심을 안 내겠다. 60점 만점에 20점을 목표로 하겠다. 이 20점이 목표라면 영어 공부가 반드시 불가능 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공부도 능력에 맞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이 세과목 가운데 하나 남았다. 국어다. 사실 국어는 고득점을 받는 것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한 수학 보다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며, 공부를 한다면 영어 보다는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실제 모의고사에서도 국어는 영어나 수학 보다 점수가 높았다. 그렇다면 나는 이 국어 공부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겠다. 그 다음은 영어, 수학은 시간을 써도 효과가 없으니 포기 하겠다. 그리고 나머지 6과목을 위해 시간을 많이 쓰겠다. 그러므로 내가 보는 관점에서 학력고사의 만점은 340점이 아니라 230점이다. 그 이유는 수학 점수와 영어를 포기한 나머지 과목의 점수를 합한 것이다. 그러나 영어가 공부를 할 경우 15-20점 가능하고, 수학은 한 번호만 쭉 쓰면 6-10점 쯤 되므로 어쨌던 영어와 수학을 합한 확률 점수를 20점치면 나의 학력고사 만점은 체력 점수를 포함한 250점이 된다. 남들은 340점이 만점이지만 나에게는 250점이 만점이었어야 했다. 그 가운데 70-75%를 맞춘다면, 180-190점 가량이 된다. 그 가운데 내신이 학년 석차 50% 안에 든다면 그 당시 기준으로 5등급 쯤 된다. 운이 따라 줄 경우(기독교식으로 말해서 하나님이 도우시고, 기도 빨이 먹힐 경우 그래서 다행히도 지원자가 많이 모이지 않았을 경우), 갈 수 있는 학교는 전라도 지역을 기준으로 한다면 국립 순천대학교 사학과나 단국대학교 천안 캠퍼스 역사학과 정도 일 것이다. 물론 이는 운이 따를 경우 그렇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몰랐다. 그리고 나의 적성이 무엇이며, 무엇을 공부할 때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는지도 그 당시는 몰랐다. 그리고 마냥 선배들의 성공 사례들을 접하는 바람에 나도 그리 될 줄 막연한 환상을 가졌다. 심지어는 기도하는 어느 학생의 경우는 서울 명문 대학을 갔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이야기이고, 그의 하나님이고, 그의 부모님의 기도 덕분이었지 결코 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는 이것을 몰랐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 나는 어느 학교를 가기는 했지만 그 학교를 다니는 4년 내내 반쯤은 인생의 실패자나 우울증 환자처럼 지내야 했다. 그 때 나는 학력고사 앞에 무기력한 나를 발견했고, 학력고사 시스템 앞에 온 힘을 다하여 기도하던 온 가족의 기대도 헛일이나 다름없을 만큼 입시결과는 냉정했다. 어느 지방 대학교를 낙방하고 돌아 온 나는 명예적으로 이미 사형을 선고 받았다.  

   그 뒤 그 목사님은 경쟁이 치열 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교단의 신학대학원(M. Div)을 합격 했습니다. 그 때 이후 신학을 하면서, 또 신대원을 다니면서 느낀 경험을 제게 들려주었습니다.

나는 학력고사 작전을 잘못 치러서 대학 입학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이 사건이 신학을 공부하는 데에는, 또 진리를 탐구하는 데에는 거의 지장을 못 느끼었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그토록 싫어했던 수학이나 물리는 신학 공부에 나오지 않았고, 내가 잘 하지 못하는 영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이 번역 돼 있었던 신학 서적들을 통해서 신학적 사고는 가능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어설픈 영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궁금해 하는 대목에 대해서만큼은 영어 서적을 읽고 이해하려 들었고, 그것이 내게는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아니 나의 신학적 과제가 영어에 국한 된 것이 아니었으므로 나의 모자라는 영어 실력도 신학적 진리 탐구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느 선배 목사님 말 들으니, 통합 교단의 어느 신대원은 세계에서 입학하기가 가장 어려우며, 그 경쟁률 또한 항상5-6:1을 유지하고, 이른 바 명문대 출신들도 많이 지원한다. 그 학교는 최근 탭스라는 것으로 영어 시험을 출제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돌이키어 생각해 보니, 그 학교를 들어가기 위해 탭스를 공부할 하등의 이유를 개인적으로는 못 느낀다. 탭스를 치러서 대학원 신입생을 뽑는 학교는 서울대학교이다. 그러나 서울대학교는 그 신대원처럼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다. 또 그 신대원 입학은 한 번에 못하고, 재수, 삼수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돌이키어 생각할 때, 그 신대원 입학은 상당한 노력을 기울려야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기울 일 바에야 차라리 서울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 시험을 치겠다. 한 번만 탭스 점수의 일정한 수준을 넘긴다면 박사과정 갈 때까지 그 점수가 유효할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개론적 공부를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이겠지만 만약 개인적 관심이 한국 종교라면 또는 라마교라면 그는 믕골어를 더 유창하게 구사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그 신대원 들어가기 위해 그 정도의 노력을 기울 일 필요를 못 느낀다. ‘까짓 거 신대원 과정이 필요하면 외국가지 뭐...’ 할 정도의 생각까지 든다. 원래 M.Div는 학위 과정의 탐구가 아니라 교역자 만드는 과정이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서울 교대 나와도 교사고, 전주 교대 나와도 선생 노릇하는 것은 꼭 같다. 뭣 하러 굳이 그 치열한 서울 신대원을 가야 한단 말인가? 거기 갈 능력 된다면 차라리 서울대학교 대학원 가겠다. 만약 학벌이 낮아(?) 서울대에서 안 받아준다면 그나마 등록금이 산 지방 국립대 가겠다.

고 했다.

   여러분, 저는 여러분과 종교가 다르지만 제 친구 목사의 충고 아닌 충고를 한마디 덧붙인 셈입니다. 물론 그 개인의 넋두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무시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그는 신학적 사고는 영어 성적순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가 아예 못 풀었던 학력고사의 난해한 고등학교 수학 문제도 신학적 사고에는 별 도움이 안 되었다고 했습니다. 다만 국어는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그 개인적으로는 들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