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농촌신학

록키대간 2005-05-06 (금) 16:04 추천:156 조회:2135 211.xxx.242

제목: 농촌 신학

   우리나라에서 한 때나마 “농촌신학”(?)이 말하여 지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이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으로 창세기 2장(?)의 땅을 가는 본문과 땅에 대한 본문, 그리고 희년에 관한 구약의 본문들은 모두 땅이나 농작과 관련이 있다.
   오늘날 세계가 아무리 산업화 되고, 정보화 된다 할지라도 먹지 않고 살아갈 방법은 없다. 그리고 이 먹거리를 위한 1차 생산자는 대체로 한국 사람들의 인식 안에서는 농사와 어업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그 간 한국 사람들이 살아왔던 삶의 방식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이 언제부터 농경 사회이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신석기 시대인지 아니면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지 쉽게 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석기 시대에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볍씨가 한반도에서 발견 되었다 할지라도 한국 원시시대가 반드시 농경사회이었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원시시대에는 수렵도 함께 겸한 흔적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선사 시대라고 일컬을 시대를 일단 뒤로한다면 한국 사회는 고조선이라는 특징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쥬신제국사라는 현상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쥬신족의 역사에서는 농경 보다 유목이라는 특징이 강하게 나타난다. 물론 이럴 경우 유목민들의 제의는 농경의 것과는 달라야 한다. 고구려를 세웠다고 하는 부여의 경우 반농(半農)반(半)유목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왜 반이라도 농경을 했는지는 잘 모르나 유목을 한 흔적도 발견되었기 때문에 반농. 반유목이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1. 한반도에서는 언제부터 농경을 했는가?
2. 한반도에는 사냥 문화가 없었는가?
3. 한반도로 이주한 일부 북방 유목민들은 유목적 습관을 한반도에 정착하면서 잊었는가?
4. 한반도에서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농경문화가 문명으로의 이행과 함께 정착 되었는가?

   위와 같은 문제들은 그리 쉽게 단답형으로 그 답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본 글에서는 최근의 상황과 더불어 그 대안을 찾고자 한다.
   내가 보기에 후기 신라에 이은 왕씨 고려부터는 한반도가 확실한 농경 사회이었을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인디아 형 벼나 동남아시아 형 벼가 보급되어 벼농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 졌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디아나 동남아 형 벼는 기후 변화에 민감하므로 대량 생산을 한다는 이점은 있지만 계절이나 기후를 감안해 한 철 놓치면 그 해 농사는 망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니까 한반도는 위도 상 대체로 북쪽에 있는 편이며 벼농사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지형이며, 기후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오랫동안 (그것도)동남아나 인디아 형에서는 볼 수 있는 벼농사가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이를 더욱 곤고히 한 시대가 있었다. 내가 알기로 그 시대는 이씨 조선이다. 이씨 조선은 스스로 “農者天下之大本” (농사 짓는 사람은 하늘과 땅의 뿌리이다) 했다. 그리고 이런 것이 보다 문화화 된다면 북방 여진족들과는 더욱 더 큰 이질감을 심겨주게 된다.
   만약 고려의 개경파의 등장으로 묘청 일파가 숙청되고, 여진족과의 거리가 더 멀어졌다면, 고려 말의 이성계 반란 이후 다시금 여진족과 멀어졌을 것이며, 그 뒤 농경문화를 강조하는 경제 구조를 택해버리었다면 이는 여진족과는 적어도 문화적으로 아주 강한 결별을 선언한 셈이 될 것이다.
   한반도는 국토의 70% 가량이 산지라고 한다. 그 가운데에 북위 38도 이상으로 갈수록 더욱 농경지가 줄어들며, 개마고원이나 평안도 일대로 갈수록 겨울이 더욱 길어지기 때문에 벼농사는 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식이 열대형 벼농사에서 비롯된 쌀인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벼는 더운 날씨에 다습하고, 비가 많이 내린다면 많은 수확을 가져다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농사는 열대형, 즉 고온 다습한 지역에서 널리 쓰일 수 있는 경작인 것이다. 그런데 왜 한반도에 이런 농경문화와 食습관이 자리 잡게 되었는지는 관심을 갖지 않을 레야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오늘날까지도 쌀을 주식으로 한다. 그러나 20세기 이후에는 만주에도 경작기술의 발달로 작물을 심었는데, 그 만주에서 다량 재배되는 것은 옥수수와 밀이다. 물론 벼도 일부 지역에서는 경작한다. 그러나 그 벼는 한반도 남부에서 볼 수 있는 열대형 벼와는 다른 벼이다. 쌀의 크기나 맛도 달랐다.
   13세기이후 국제 정세는 크게 달라진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믕골족의 흥기로 인하여 국제 정세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믕골족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만큼 그 전술이 뛰어 났고, 전투에서는 좀처럼 지는 법이 없었다. 믕골이 침략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하지 못한 나라는 단 하나 일본뿐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비단 태풍이라는 자연재해 때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고려 사람들은 漢族(지나족)의 몰락을 철저히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민왕은 그가 사랑한 아내가 믕골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반원적(反元的) 개혁을 단행했다. 이는 의복이나 두발이나 음식이나 여러 문화면에 있어서 反유목적이었음을 드러낸 셈이다. 그리고 그 뒤 반란으로 세워진 조선은 철처한 농경문화를 추구했다. 사.농.공.상이라는 신분질서에 따라 농사 짓는 사람들의 지위는 꽤 높은 편에 속한 셈이다. 그리고 이 질서는 한반도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지속되었다.
   오늘날 북한은 그 기후조건이 농경에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농사를 (그것도 기계농이 아닌 수작)제법 중요시 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 북한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굶주리는 나라 가운데 하나에 든다.
   물론 농경이라는 생산자는 필요하다. 오늘날 미국이 세계 최강의 농경국이요, 식량 생산국가라는 것은 주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경 그 자체가 우리의 정체성으로 적합한지? 또 농경적 문화가 우리의 고대(古代) 제의를 반영할 수 있는가를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오늘날 남한은 심히 산업화 되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상대적인 농촌 낙후(?) 현상이 생겼다. 물론 산업화가 우리의 안전을 반드시 담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농경이 우리의 고대적 정체성이 될 수도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조상들은 말 타는 유목민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적어도 천년 이상 농경적 문화를 역사를 통해 배웠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 유목민들의 역사를 놓쳤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는 쥬신제국사가 없다. 물론 김부식도 이를 생략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는 마냥 말갈이나 믕골은 우리를 괴롭히는 적으로만 드러내고 있으면서 우리 민족을 일컬어 말갈족이라고 불렀다는 것은 가르치지 않고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조선사를 볼 때 그 이씨 조선의 관직체제나 왕정체제, 국가 조직, 학파, 당파 같은 것을 볼 때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이 답답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이는 마치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들이 하늘을 보는 것처럼 왜곡되고 폐쇄적인 시대를 조명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농민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조선 시대 같은 “농자천하지대본” 하는 것도 대단한 문제거리 였음을 함께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